진격의 SK하이닉스, 삼성전자 첫 추월 '이변' ... AI 메모리 시장 주도 효과

작년 4분기 영업이익 SK하이닉스 8조원, 삼성전자 6.5조원
고부가 HBM이 실적 방어…"AI 대응 능력이 실적 성패 갈라"

이은주 기자 승인 2025.01.23 13:58 | 최종 수정 2025.01.23 14:00 의견 0
'SEDEX 2024' SK하이닉스 부스 [연합뉴스 자료사진]

[비즈체크=이은주 기자] SK하이닉스가 AI 시대를 이끄는 핵심 반도체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며, 지난해 4분기 삼성전자를 제치고 상장사 영업이익 1위에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고부가가치 제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반도체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HBM, 실적의 성패를 가르다

SK하이닉스가 지난해 4분기 기록한 영업이익은 8조828억 원으로, 삼성전자의 전사 영업이익 6조5천억 원을 넘어섰다. 이는 SK하이닉스가 분기 영업이익에서 처음으로 삼성전자 전체 실적을 추월한 사례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성과의 배경에는 HBM의 압도적인 기술력이 있다. HBM은 범용 메모리보다 평균판매단가(ASP)가 3~5배 높은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AI 칩 수요 증가에 힘입어 매출 비중이 급격히 늘었다. SK하이닉스의 D램 매출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분기 30%에서 4분기에는 40%를 초과했다.

한화증권 김광진 연구원은 “SK하이닉스의 HBM 시장 선두 포지션은 단기간에 바뀔 가능성이 적다”며 “환율 효과와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가 실적을 방어하는 주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AI 칩 수요, 반도체 실적을 좌우하다

SK하이닉스의 HBM은 AI 칩 시장을 지배하는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주로 탑재된다. 엔비디아와의 긴밀한 협력으로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시장에서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확보했다. 이러한 전략적 파트너십은 SK하이닉스의 실적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는 범용 메모리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에서 HBM 시장에서 후발주자로 분류된다. HBM 생산과 시장 점유율 확대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아직까지는 SK하이닉스와의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유진투자증권 이승우 센터장은 “AI 칩 신제품의 생산 원가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올해도 AI 대응 능력이 반도체 기업 실적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라고 밝혔다.

[그래픽] SK하이닉스 실적 추이= SK하이닉스는 연결 기준 작년 한 해 영업이익이 23조4천673억원으로 전년(영업손실 7조7천303억원)과 비교해 흑자전환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3일 공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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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가 'CES 2025'에서 선보인 HBM3E 16단 [연합뉴스 자료사진]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앞서나가는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는 HBM3E(5세대) 등 차세대 제품 출시와 동시에 시장 수요를 완벽히 충족시키며 업계 리더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올해 HBM 제품은 이미 전량 판매가 완료됐고, 엔비디아를 비롯해 AMD, 브로드컴 등 주요 AI 플랫폼 기업들이 HBM3E 탑재량을 늘릴 것으로 예상돼 수익성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TSMC와 같은 파운드리 업체도 AI 생태계에서 호실적을 기록하며 AI 반도체 수요의 중요성을 보여주고 있다. TSMC는 지난해 4분기 순이익 16조 원을 기록하며 AI 중심의 시장 흐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반면, AI 생태계에서의 후발주자로 평가받는 삼성전자는 아직 HBM 매출 비중이 낮고, 범용 메모리 가격 하락에 따른 실적 타격을 받고 있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HBM 생산 역량을 강화하고 AI 플랫폼 생태계에 적극 합류해야만 반도체 시장에서 다시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AI가 이끄는 새로운 반도체 시대

SK하이닉스의 성과는 단순히 기업의 실적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는 AI 시대에 필요한 고성능 반도체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AI 칩의 진화와 함께 반도체 시장은 기존의 메모리 중심에서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전환되고 있다.SK하이닉스는 이러한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며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의 위치를 공고히 했다. 앞으로도 AI 플랫폼 기업들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기술 리더십을 이어갈 것으로 기대된다.

이은주 기자 leigh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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