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체크=서동석 수행문화전문가> 자연은 늘 새로움의 연속이다. 자연의 변화는 시작과 끝을 나눌 수 없이 이어지는 속성을 지니고 있으므로, 공자는 ‘생생지위역(生生之謂易)’이란 말씀을 했다. 하지만 인간은 시작과 끝을 가르고 차별하려는 분별심(分別心)을 타고 났다. 한 해가 시작하는 기준점을 세우는 일에도 인간의 특성이 드러난다. 세월의 기준은 시대상황이 크게 변할 때마다 달라졌다. 예를 들어, 우리는 음력 1월 1일 설날을 새로운 해로 맞이하는 풍습이 예로부터 있었다. 그러나 서양력(西洋曆)이 들어온 이후로 우리는 양력 1월 1일을 새해로 삼고 있다.
태양력을 기준으로 보면, 동지(冬至)가 새해의 시작이기도 하다. 동지는 음기(陰氣)가 극에 이르러 밖은 어둠이 짙지만, 내부에서는 그 반작용으로 밝은 양기(陽氣)가 미약하게나마 생성된 때다. 보통 12월 22일을 포함해 앞뒤 날에 새해의 기운이 들어온다. 2024년에는 12월 21일에 동지가 들었다. 음양 순환의 측면에서 보면, 이 날이 2025년의 새해 첫날인 셈이다. 태양력은 주역의 기준이 되는 역법(曆法)이다. 이 역법은 해와 달, 즉 음양의 율려작용을 가장 분명하게 표현하고 있다. 농사를 기본으로 삼았던 우리 조상들은 사실 음력과 태양력을 동시에 사용했다.
새로운 해의 기운이 올라오고 있지만, 우리는 지금 시작부터 어두운 현실에 직면해 있다. 상식적으로 문제의 실타래를 풀어나가는 것이 현명하다. 위급한 문제부터 해결하는 것이 순리다. 새로운 변화에는 마중물이 필요하듯이, 변화를 막고 있는 장애를 무엇보다 먼저 해결하는 일은 가장 시급한 일이자, 바른 변화를 유도하는 마중물에 해당한다. 그런 연후에 도리에 맞게 중요한 일들을 하나씩 해결하면, 어떤 문제도 결국 해결되기 마련이다.
주역에서 어둠을 헤치고, 새롭게 출발하는 지혜를 찾아볼 수 있다. 현재 우리의 상황은 택풍대과(澤風大過)에서 중수감(重水坎)으로 위기가 연이어지는 형국이고, 최종 해결책은 중화리(重火離)에 있다. 택풍대과의 모습은 위아래, 좌우 등 사회를 이루는 두 세력이 너무 강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을 보여준다. 강한 양극단이 마주하고 투쟁하면, 중간에서 사회를 떠받치고 있는 여러 조직의 기둥들이 휘어질 수 있다. 갈등이 격화되면, 개인적인 감정이 공적인 사회정의를 가리게 된다.
택풍대과의 또 다른 경종은 구오(九五)에 있다. 보통 오효(五爻)는 지도자의 자리로 여섯 개 효 중에서 가장 좋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효사(爻辭)도 대부분 나쁘지 않다. 그러나 이 괘의 구오 효사는 입에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좋지 않다. 한 마디로 최고 경영자가 바른 경영에는 관심이 없고, 쾌락에 빠진 모습을 형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조직이든 경영의 중심을 잡는 건전한 조직문화와 시스템이 없다면, 그 조직이 붕괴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다. 택풍대과는 “썩은 것은 도려내야 한다.”는 대의(大義)를 담고 있다.
택풍대과를 다스리는 도리는 풍택중부(風澤中孚), 중천건(重天乾), 그리고 산뢰이(山雷頤)에서 찾을 수 있다. 여기서는 개별 괘(卦)와 효(爻)의 세세한 의미보다는 변화흐름의 핵심을 살펴보고자 한다. 풍택중부는 중도의 도리, 중천건은 변화의 바른 흐름, 그리고 산뢰이는 절제와 조율의 의미를 담고 있다. 전체를 하나로 연결해서 뜻을 풀면, 중도(中道)의 도리로 변화흐름의 순행(順行)과 역행(逆行)을 절도 있게 조율하는 것이 사회의 큰 허물을 방비하는 길임을 알 수 있다.
택풍대과의 근본적인 원인은 산뢰이에서 찾을 수 있다. 산뢰이는 “바른 도리로 인재를 양육하라.”는 이치를 담고 있다. 종합하면, 이 사회의 ‘큰 잘못(大過)’은 인재를 바르게 육성하지 못한 결과로 나타난 현상이다. 사회의 불균형을 조율하는 인재를 충분히 양성하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 사회는 지금 극단적 상황에 몰리게 되었다. 양극단을 중재하는 중도세력이 미약하면, 큰 변화에 직면할 때마다 사회의 동요가 클 수밖에 없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지나치게 물질적인 발전에 치우쳐, 인간 본연의 절제된 인간교육을 등한시했다. 일단 우리 스스로가 자초한 현실을 부정하지 말고, 인정하는 것이 문제해결의 시발점이 된다. 이 점에서, 우리는 “군자는 자기에게서 구하고, 소인은 남에게서 구한다(君子求諸己, 小人求諸人).”고 한 공자의 말씀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문제의 원인을 남에게 돌리지 말고, 나로부터 새로운 시작의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 도리다.
큰 허물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위기가 겹겹이 몰아쳐오게 된다. 이 모습이 바로 중수감(重水坎)이다. 공자는 이런 상황과 그에 대처하는 도리에 관해서, “상사에서 이르기를, 물이 계속 흘러옴이 습감이다. 군자는 이로써 항상 덕을 행하고, 늘 가르침에 힘쓴다(象曰, 水洊至, 習坎, 君子以常德行, 習敎事).”고 말씀했다. 역(易)은 항상 반면의 이치를 암시한다. 위기가 극에 이르면, 그에 대항하는 기운이 발동하기 마련이다. 이때 위기를 잘 다스리면, 기회가 찾아온다. 전화위복(轉禍爲福)의 길은 바른 도덕과 인간교육의 회복에 달려있다.
어려움에 처할 때, 사람들은 역술, 미신, 풍수 등에 의지하기 쉽다. 그러나 공자는 이러한 태도를 크게 경계했다. 공자는 《논어(論語)》 〈옹야편(雍也篇)〉에서 특별히 공직자들에게 “귀신은 공경하되 멀리해야 한다(敬鬼神而遠之).”고 경책했다. 공자는 평생 ‘괴력난신(怪力亂神)’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했다. 괴이한 것, 힘으로 하는 것, 어지러운 것, 그리고 귀신에 관해서 잘 알고 있었지만, 공자는 이러한 것들이 사회의 풍속과 질서를 어지럽힐 수 있다는 사실을 매우 염려했다.
사람들의 의식을 깨우는 유일한 방법은 밝은 지혜를 함양하는 일이다. 중화리(重火離)에 어둠을 밝히는 도리가 있다. 중화리의 모습은 상괘와 하괘가 모두 지혜의 등불로 밝게 빛나는 모습을 이루고 있다. 공자는 이에 대해 “밝음이 중첩되어 바름에서 아름답게 빛난다. 이에 천하를 교화하여 이룬다(重明以麗乎正, 乃化成天下).”고 말씀했다. 성인(聖人)들이 공통적으로 말씀했듯이, 어둠을 몰아내는 최고의 방법은 진리를 밝히는 일이다. 빛이 가면, 어둠은 사라지게 된다. 어둠과 싸우는 것은 또 다른 어둠을 만들 뿐이다. 밝은 지혜로 모든 것을 하나로 융합할 수 있다. 같은 맥락에서, 공자는 이 괘의 상사에 대한 해설에서, “밝음은 둘이 모여 하나가 된 것이다. 대인은 이로써 밝음을 이어 사방을 비춘다(明兩作離, 大人以繼明照于四方).”고 말씀했다.
공자는 역(易)의 기본원리를 한마디로 ‘궁즉변(窮卽變) 변즉통(變卽通) 통즉구(通卽久)’라고 말씀했다. 여기서 핵심은 변통(變通)이다. 공자는 “변해서 통하는 것을 사업이라 한다(變通之謂事).”고 결론을 내렸다. 변화를 구해도 통하지 않으면, 저 끝도 없는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는 소통과 불통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어지러운 난국을 풀고 소통하는 유일한 길은 밝은 도리를 회복하는 일이다. 새로운 시대에 수행문화와 인간교육이 무엇보다 절실한 이유다.
수행문화전문가 = 서동석 박사 eastosuh@daum.net
고려대학교 대학원 영문학과를 졸업(문학박사)했고, 현재 에머슨하우스 교육연구소 소장이다. 서남대학교 영문학과 교수, (재)대상문화재단 이사 겸 동천불교문화재단 상임이사 겸 반야연구소 소장, 고려대학교, 광운대학교, 단국대학교 강사 등을 역임했다. AI시대 융합문명사회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인간교육과 수행에 관한 집필, 연구개발과 더불어 수행건강교육문화 보급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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