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대응하는 도리

대변혁의 시대를 살아내는 기본이치

bizcheck114@naver.com 승인 2024.12.09 12:09 의견 0

모든 변화에는 위기가 잠복하고 있어 변화의 단계마다 도리에 맞게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 국내 첫 쇄빙연구선 아라온호가 북극 축치해를 항해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체크=서동석 수행문화전문가] 우리는 지금 대변화의 시기에 살고 있다. 대변화에는 대위기가 함께 동반하기 마련이다. AI는 산업생태계의 극적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 먹고사는 방식이 바뀌면, 그에 근간한 사회구조도 변하게 된다. 사회구조의 변화는 기존 사회를 뒷받침하고 있던 이념(理念)의 전환을 의미한다. 문제는 사람들의 관념과 사회변화의 흐름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람들마다 변화에 적응하는 속도의 차이가 있기 때문에, 일종의 아노미(Anomie) 현상이 벌어진다. 특히 문명대전환이 진행되고 있는 시대에는 세대와 계층 간에 가치와 규범의 혼란은 더욱 크기 마련이다.

자연의 변화에서 우리는 위기에 대응하는 도리를 배울 수 있다. 공자가 주역(周易)에서 강조하는 도리는 무엇보다 ‘반복도야(反復道也)’의 이치다. 하늘의 도는 반복을 통해 세상의 생멸(生滅)을 좌우하고 있다. 우리는 매일 일어나고 있는 미세한 변화를 거의 느끼지 못하지만, 쉬지 않고 일어나는 미미한 변화작용이 쌓여 계절의 변화를 이룬다. 지구는 엄청난 속도로 공전과 자전을 반복하고 있지만, 한 치의 오차도 용납하지 않는다. 만물은 제 위치에서 제 기능을 하면서, 모든 순간에 대자연의 변화에 동참하고 있다. 지구 안과 밖의 미세한 변화와 천문학적인 크기의 변화가 조화를 이루면서, 부분과 전체가 동시에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고 있다. 끊임없는 변화의 흐름에 동행하지 못한 모든 것은 사라지는 법이다. 위기의 원인은 일상의 변화 속에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역사도 마찬가지다. 하루하루 평범한 일상의 반복이 모여 사회의 변화를 이룬다. 그러나 단순한 반복이 아니라, 끝없는 자기 혁신의 자세로 일상에 성실히 임할 때, 보다 나은 시대를 맞이할 수 있다. 뜻이 높은 사람은 현실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개발을 추구한다. 그렇다고 우리가 자신에게 주어진 운명을 거부할 필요는 없다. 각자에게 주어진 삶의 조건은 자신을 개선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감사한 마음으로 운명을 수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러나 여기서 만족하면 변화의 흐름에서 뒤쳐지게 된다. 더군다나 지금은 약육강식의 생존경쟁이 치열한 대변혁의 시대다. 이 시기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 뼈를 깎는 자기성찰과 혁신이 필요하다.

인간이 짐승과 다른 점은 주어진 운명에 대항해서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는 데 있다. 이 점에서,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은 산문 〈운명(Fate)〉에서, 운명에 대항하는 ‘엄청난 반항심(stupendous antagonism)’을 지녀야 한다고 말했다. 에머슨의 운명론은 새로운 미국을 건설하려는 당대와 후대의 지도자들에게 많은 정신적 자양분을 제공했다. 사실 인류문명의 발전은 모두 자연에 대항한 인간의 투쟁 결과다. 다만 지나치게 물질적 측면의 발전에 치중된 점이 문제가 되고 있다. 물질적 환경의 수용과 극복의 양면적 노력을 이제는 정신적 측면에서도 집중해야 할 때가 되었다.

사람들은 특별한 것을 기대하는 심리가 있다. 그래서 특히 격변의 시기에는 역술, 예언, 점술, 풍수 등이 기승을 부린다. 그러나 우주의 섭리는 철저한 인과응보의 법칙이다. 뿌리고 가꾸는 대로 거두는 법이다. 착하게 사는데, 삶은 고통으로 가득하다는 사람들의 말을 종종 듣는다. 아쉽게도 세상의 변화는 악인과 선인을 구별하지 않는다. 오직 천지인(天地人), 즉 시간과 공간과 인간이 총체적인 관계를 맺고 변화하는 흐름에 적절하게 대응하는 사람만이 성공과 행복의 결실을 누릴 뿐이다. 착하게 살아도 변화에 도리에 맞지 않으면, 실패와 불행의 쓴맛을 볼 수밖에 없다.

수행문화가 인류에게 필요한 이유는 끝없이 자기 자신을 갈고닦는 수행만이 정체되지 않은 삶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AI는 24시간 정보를 탐색하고 새로운 정보를 융합해내고 있다. 그런데 인간이 고정된 운명을 믿고 산다면, AI가 인류를 지배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주는 것과 같다. 이와 반대로 우리는 AI를 활용해서 스스로 운명을 진단하고 새롭게 설계해서, 운명의 주인으로 거듭나야 한다. 모든 성인(聖人)은 혹세무민(惑世誣民)의 수단이 되기 쉬운 운명론을 거부하고, 대자유를 지향했다. 성인들이 공통적으로 한 말씀은 도리에 순응하되, 자유롭게 사는 이치에 관한 것이다. 특별한 예언은 사람들을 깨우고 인도하는 방편으로 사용된 점에 각별히 주의할 필요가 있다.

주역 전체는 우리에게 ‘위기의식’을 가르친다. 모든 변화에는 위기가 잠복하고 있기 때문에, 변화의 단계마다 도리에 맞게 철저한 대비를 하라고 역은 경책하고 있다. 행복은 잠시일 뿐이고, 대부분 고통인 것이 세상사다. 이 때문에 잠시라도 방만한 태도를 보이면, 큰 화를 당할 수 있다. 건전한 마음가짐은 특히 기업에서 중요하다. 한국의 기업을 대표하는 삼성을 예로 들 수 있다. 삼성이 지금 위기를 맞이한 이유는 위기경영의 가치가 도리에 맞지 않게 퇴색되었기 때문이다. 어떤 조직도, 균형과 조화를 무시하고 어느 한 방향으로 치우치면, 위기를 맞게 되어있다.

삼성이 다시 초격차를 지향하는 선도기업으로 재탄생하려면, 정신을 바르게 깨워야 한다. 단순한 물리적 지식만이 아니라, 세상의 변화를 읽는 통합적인 지혜가 삼성에 필요하다. 그러자면 조직의 조율능력을 저해하는 각종 묵은 독소를 제거하는 것이 급선무다. 디톡스(Detox)는 사람이 존재하는 모든 조직에는 필수불가결한 요소다. 자연은 가을에 무성한 잎을 떨구고, 겨울동안 새로운 생명에너지를 키운다. 마찬가지로 인간조직도 똑같은 과정을 반복하면서, 끊임없이 새롭게 거듭남이 위기를 극복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모든 것은 변화의 과정에서 허물이 생기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공자는 역(易)의 도리가 주는 “요점은 허물을 없애는 것이다(其要无咎)”라고 말씀했다.

지위와 위치에 따라 허점을 방비하는 방법은 다르다. 특히 높은 위치에 있는 사람이 주의해야 할 도리가 있다. 주역의 중천건(重天乾) 상구(上九) 효사(爻辭)에 나오는 ‘항룡유회(亢龍有悔)’란 경책이 그것이다. 너무 높이 올라간 용은 후회가 있으므로, 밑을 살펴야 한다는 의미다. 누구나 높은 사람이 되고자 하고, 큰 기업을 일구고 싶지만, 지위와 위치가 올라갈수록 변화에 대응하는 현실감각은 떨어지게 된다. 장차 크게 되려고 하는 자는 아래를 살펴야 하는 도리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로, 항상 넘치는 것을 덜어내는 태도를 지니는 것이 현명하다. 대기업이 군살을 제거해서 중소기업에 보태준다면, 우리 경제는 선순환의 생명활동을 지속할 수 있다.

우리 기업이 미국 기업에서 배워야 할 것 중의 하나는 혁신적인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기업인 스타트업(Startup)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투자하는 점이다. 우리의 스타트업 투자는 상당히 단기적이고, 더욱이 신생 기업의 노하우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고 가져가려는 경향이 적지 않다. 부조리한 방법으로 일순간의 이익은 높아지겠지만, 이런 태도는 기업문화를 타락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기 마련이다. 기업의 정신이 부패하면, 대기업은 더욱 빨리 망할 수 있다. 개인도 살아가는 데 정신건강이 가장 중요하듯이, 기업도 경영문화의 수준이 기업가치의 가장 중요한 척도가 된다. 위기가 상존하는 대변혁기에는, 수행문화로 기업문화를 건강하게 회복할 필요가 있다.

수행문화전문가 = 서동석 박사 eastosuh@daum.net

고려대학교 대학원 영문학과를 졸업(문학박사)했고, 현재 에머슨하우스 교육연구소 소장이다. 서남대학교 영문학과 교수, (재)대상문화재단 이사 겸 동천불교문화재단 상임이사 겸 반야연구소 소장, 고려대학교, 광운대학교, 단국대학교 강사 등을 역임했다. AI시대 융합문명사회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인간교육과 수행에 관한 집필, 연구개발과 더불어 수행건강교육문화 보급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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