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체크=정구학 기자] 부산 낙동고등학교가 법조계를 넘어 경제계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며 명문 학교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 26일 마용주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가 대법관 후보자로 지명되고, 올 5월 취임한 오동운 2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이 같은 고교 동창(낙동고 12회 졸업)으로 알려져 주목을 받고 있다.
여기에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비스를 이끄는 이규복 대표, PEF(사모펀드) 업계의 선구자인 정한설 캑터스PE 대표 등이 낙동고 동문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낙동고는 법조·경제·언론계를 이끄는 리더들의 산실로 평가받고 있다.
◇낙동고, '오리알'에서 백조로
지근은 부산 구포 낙동강 하구 바로 옆에 위치한 낙동고등학교는 1974년 개교이래 1980년대에는 외곽 지역의 변두리 공립학교로 평가받았다. 당시 '오리알'이라는 별명은 선생님들의 애정 어린 질책에서 유래되었지만, 오늘날에는 대한민국 법조계와 경제계를 선도하는 '백조'를 배출하며 명문 학교로 변모했다.
1985년 문과반에 입학한 마용주 대법관 후보자와 오동운 공수처장은 고등학교 동기로, 문과 3개 반(이과 포함 8개반)을 통틀어 최고 성적을 기록하며 서로를 잘 알던 친구였다. 마 후보자는 서울대 법학과로, 오 처장은 서울대 독어독문학과로 1988년 같이 진학하며 각자 학문적 성과를 쌓아갔다. 이들의 인연은 법조계에서 나란히 리더로 성장하며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법조계 리더로 자리 잡은 마용주 대법관 후보
1969년 경남 합천에서 태어난 마용주 후보자는 낙동고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후 제33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27년간 민사·형사·행정 재판을 맡으며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법리 해석으로 명성을 쌓아왔다. 1991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윤석열 대통령과는 사법연수원 23회 동기다
그의 대표적인 판결로는 현대자동차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의 근로자 지위를 인정한 사건, 성균관대 연구원의 부당 해고를 무효화한 판결 등이 있다. 입대 이틀 만에 사망한 사병 사건에서 국가 배상을 명령한 판결은 그의 정의감과 인간적 배려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마 후보자는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서 6년간 법리 연구에 기여했으며, 법조계에서 깊은 신뢰를 받고 있다.
◇공수처장 오동운, 부패 척결의 선봉장
마 후보자의 동기인 오동운 공수처장은 올해 5월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2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부산지방법원 예비판사로 시작해 서울고등법원 판사, 헌법재판소 파견법관, 울산지방법원·수원지방법원 부장판사 등을 역임하며 법조계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사법연수원 27기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동기다.
공수처장으로서 그는 고위 공직자의 부패를 척결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해 힘쓰고 있다. 낙동고 동문으로서의 자부심과 책임감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의 공정사회를 위한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낙동고 출신 법조인으로는 김주호 부산고법 부장판사(8회 졸업), 성기권 대전지법 부장판사(9회 졸업)도 있다.
◇PEF 업계 선구자, 정한설 캑터스PE 대표
낙동고 출신의 또 다른 대표적인 인물은 정한설 캑터스PE 대표다. 그는 국내 사모펀드 업계의 전문가로, 캑터스PE를 이끄는 중심 인물이다. 서울대 공대, 포항공대 대학원, 뉴욕대 MBA를 거친 그는 삼성생명, IMM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사모펀드 시장에서 이름을 알렸다.
정 대표는 동부 팜한농을 LG화학에 매각하며 구조조정 딜 전문가로 명성을 쌓았다. 최근에는 명진홀딩스, 한국자산평가, BS렌탈 등의 굵직한 인수합병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투자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현대글로비스 이끄는 이규복 대표, 낙동고의 자랑
현대자동차그룹 물류 계열사 현대글로비스를 이끄는 이규복 대표도 낙동고 출신이다. 그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현대차그룹에서 다양한 요직을 거친 뒤, 지난해 현대글로비스 대표이사 부사장에 임명되었다. 올해는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하며 그룹 내 입지를 더욱 확고히 했다.
이 대표는 낙동고 서울대 동문회 회장을 맡아 동문 간 네트워크를 강화하며 학교의 위상을 높이고 있다. 그의 성공은 낙동고 출신 인재들의 실력을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낙동고, 이름에 담긴 역사와 자부심
낙동고의 한 졸업생은 "낙동고는 과거 학교 이름을 '부산북일고'로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5000년 민족의 삶이 어린 낙동강의 이름을 왜 바꾸냐”는 교사들의 반대로 본래의 이름을 유지했다"고 밝혔다.
이 소박한 역사는 낙동고가 배출한 인재들의 성공과 함께 더욱 특별한 의미를 부여받고 있다.앞으로도 낙동고 출신 인재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리더로 활약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정구학 기자 ghchu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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