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2인자' 경쟁에서 장재훈 사장에게 밀린 김걸 사장

정의선 회장 보좌해온 현대차그룹의 쌍두마차...정몽구재단 부이사장으로 이동
부회장 승진한 장재훈 사장과의 경쟁에서 한직으로 밀려나

조언영 기자 승인 2024.11.22 17:22 | 최종 수정 2024.11.26 11:43 의견 0

[비즈체크=조언영 기자] 현대차그룹의 경영을 이끌던 김걸(59) 기획조정실 사장이 최근 정몽구재단 부이사장으로 발령되며 그룹의 핵심 보직에서 물러났다. 현대차그룹의 중장기 전략을 총괄했던 김 사장의 이동은 그의 역할 축소로 해석되며, 부회장으로 승진한 장재훈 사장(60)과의 내부 경쟁에서 밀린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장재훈 사장은 현대차그룹 내에서 정의선 회장(54)의 ‘오른팔’로 자리 잡은 인물이다. 이번 인사는 현대차그룹 내 세대교체와 내부 역학 관계 변화를 상징하며, 두 인물이 지닌 이력과 역할의 차이가 현대차그룹의 리더십 구조 변화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걸 사장, 현대차그룹의 ‘제갈공명’…전략기획의 대가

김걸 사장은 정의선 회장이 그룹 경영에 나선 이후 중장기 전략을 수립하고 글로벌 정책 이슈에 대응하는 기획조정실을 총괄하며 핵심 역할을 맡아왔다. 그는 전기차와 자율주행, 인공지능(AI) 기술과 같은 현대차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데 주력하며, 글로벌 투자자들로부터 현대차의 가치를 인정받도록 하는 데 공헌했다.

또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현대차가 직면한 대외적 위기에 대해 효과적으로 대응하며, 그룹의 방향성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가 현대차 내에서 ‘제갈공명’으로 불린 이유다.

하지만 최근 기획조정실장 자리에서 물러난 뒤, 정몽구재단 부이사장으로 이동하면서 그의 그룹 내 역할은 사실상 축소된 것으로 보인다.

◇장재훈 사장, 외부 인재에서 현대차의 ‘오른팔’로…부회장으로 자리 굳혀

반면, 장재훈 사장은 외부 인재 출신으로 현대차그룹 내에서 승승장구하며 정의선 회장의 최측근으로 자리 잡았다. 이탈리안 레스토랑 ‘라 쿠치나’를 운영하며 미슐랭 가이드에 오를 정도로 요식업에서 성공한 경력을 가진 그는 정의선 회장이 직접 스카우트해 현대차에 입사했다.

장 사장은 현대글로비스에서 글로벌 물류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그룹 내 입지를 다졌고, 이후 현대차의 생산, 영업, 고객관리, 인사 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을 쌓았다. 정의선 회장이 그룹 경영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후, 장재훈 사장은 국내사업본부장과 제네시스사업본부장을 겸임하며 그룹 내 영향력을 확대했다.

2020년 사장으로 승진한 그는 현재 정의선 회장의 ‘오른팔’로 불리며, 현대차그룹의 전기차와 디지털 전환을 포함한 미래 전략을 주도하고 있다. 이번에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현대차 내 2인자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했다.

◇두 인물의 대비…‘외부 인재’와 ‘내부 전략가’의 경쟁

김걸 사장과 장재훈 사장은 모두 정의선 회장의 신임을 받아 그룹 내 중추적 역할을 맡아왔지만, 그들의 이력과 역할은 극명히 대조된다. 김 사장은 현대차에서 오랜 기간 경력을 쌓으며 내부에서 성장한 ‘전략기획가’로, 장 사장은 외부에서 스카우트된 뒤 영업과 경영을 통해 성공한 ‘경영전문가’로 평가된다.

이러한 차이는 정의선 회장의 리더십 스타일과 용인술을 잘 보여준다. 정의선 회장은 외부 인재를 통해 조직에 긴장감을 불어넣으면서도, 내부 전략가를 활용해 그룹의 안정성과 일관성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현대차그룹 내 세대교체 흐름 속에서 장재훈 사장이 부회장으로 승진하며 김걸 사장은 자연스럽게 보직에서 물러나게 된 것으로 보인다.

◇2인자 경쟁의 승자는?…장재훈의 부상과 김걸의 퇴장

장재훈 사장의 부회장 승진은 정의선 회장이 그에게 더 많은 역할을 부여하며, 그룹의 미래를 맡기겠다는 강력한 신호로 해석된다. 장재훈 사장이 생산, 구매, 영업, 고객관리 등 경영 전반을 경험하며 실질적인 권한을 갖춘 반면, 김걸 사장은 전략과 정책 대응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결국 김걸 사장이 전략기획과 대외적 대응에 기여한 점은 인정받았으나, 그룹의 미래를 실질적으로 이끌 2인자는 장재훈 사장으로 낙점됐다고 해석된다.

현대차그룹 김걸 사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조언영 기자 gyuri367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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