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체크=홍선기 기자] 한국자산신탁의 전직 임직원들이 분양대행업체와 결탁해 억대의 뒷돈을 챙기고, 본인 소유의 법인을 통해 시행사에 고리대출까지 제공했다는 충격적인 비리가 밝혀졌다.
검찰은 이들 전직 임직원들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수재 등의 혐의로 구속하며, 신탁업계 전반에 만연한 비리 구조를 들여다보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는 이번 사건을 "경제금융범죄의 악성 사례"로 규정하며 강도 높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계약 유지의 대가로 억대 뒷돈…왜 분양대행업체였나?
이번 사건의 핵심은 한국자산신탁과 분양대행업체 사이의 유착이다. 22일 검찰에 따르면, 신탁사의 전직 임직원 백 모 씨와 그 일행은 2020년부터 2023년까지 분양대행업체들로부터 계약 유지를 미끼로 수천만 원에서 억대의 금품을 수수했다.
이 과정에서 분양대행업체는 신탁사와의 계약을 유지하기 위해 거액의 뒷돈을 건넸으며, 신탁사는 이에 보답하듯 분양 사업에서 일감을 지속적으로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분양대행업체와 신탁사의 이런 '검은 거래'는 사업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사례로 꼽힌다.
◇금융감독원 조사로 드러난 또 다른 비리
이번 사건은 금융감독원이 지난 5월 수사를 의뢰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금감원에 따르면, 한국자산신탁의 일부 전·현직 직원들은 본인 소유의 법인을 활용해 시행사에 약 25억 원의 자금을 대출해주고, 이자 명목으로 7억 원에 달하는 수익을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고리대출은 분양 사업을 추진하는 시행사에 과도한 부담을 주는 행위로 비판받고 있다. 시행사가 차입금과 고리 이자로 인해 재무적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 같은 대출 행위가 신탁사의 내부정보를 활용해 이뤄진 것인지 조사 중이다.
◇내부정보와 우월적 지위 남용…전문직의 타락
서울중앙지법 신영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구속영장 발부 사유로 "증거 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신탁사의 임직원들이 보유한 내부 정보와 사업 지위를 악용해 개인적 이익을 추구했다는 점에서 비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전문직 종사자들로서 높은 윤리 의식을 가져야 할 신탁사의 전직 임직원들이 이러한 비리를 저지른 점은 신탁업계와 금융산업 전반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신탁업계의 구조적 문제…왜 반복되는가?
신탁업계의 비리와 부패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분양대행업체와의 유착은 단순한 개인 비리를 넘어 신탁사의 구조적 문제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공공성보다는 이윤 추구에 치우친 신탁사의 운영 방식이 이러한 비리를 조장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계약 체결 및 유지 과정에서 신탁사가 가지는 우월적 지위는 분양대행업체를 철저히 종속시키며, 결과적으로 금품 수수와 내부정보 악용 같은 부패로 이어진다는 비판이 나온다.
◇검찰의 칼끝, 신탁업계의 깊은 뿌리를 겨누다
백 씨 등 구속된 전직 임직원들이 저지른 비리 행위가 확인되면서, 검찰은 신탁업계 전반에 대한 수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현재까지는 개별 사건으로 보이지만, 유사한 구조적 비리가 추가로 밝혀질 경우 대규모 수사로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검찰은 "이 사건은 내부정보와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 전형적인 경제금융범죄"라며, 구속된 임직원들이 계약 과정에서 또 어떤 비리 행위를 저질렀는지 철저히 조사할 방침이다.
◇비리 근절을 위한 대책 마련 절실
이 사건은 신탁사의 비리와 부패가 단순히 몇몇 개인의 일탈이 아닌, 업계의 관행적 문제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신탁사와 분양대행업체 간 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엄격한 감독 기준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패와 유착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처벌을 강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근본적 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홍선기 기자 imagin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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