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라응찬 신한은행 초대 은행장과 한남동 요정 ‘신 마담’의 알쏭달쏭한 인연

검찰과 신한은행간 '고위층 접대' 요정 마담 신혜선씨, 신한은행 '대출 스캔들'까지 연루

정구학 기자 승인 2024.11.08 15:06 | 최종 수정 2024.11.21 12:49 의견 0
신혜선씨가 지난 2019년12월 당시 자신이 운영하는 서울 강남구의 한 식당에서 우리들병원의 산업·신한은행 특혜 대출 의혹을 폭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비즈체크= 정구학 기자] 1982년, 신한은행이 창립되던 해. 당시 재일교포 사업가였던 이희건 씨를 비롯한 창립 멤버들이 은행 설립 자금으로 250억달러를 현금으로 들여오던 중 공항에서 적발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외환거래법에 따라 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됐다.

이 사건은 곧바로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통보됐고, 전두환 정권의 청와대에서도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당시 정권은 “고국 투자 자금이니 문제 삼지 말라”는 지침을 내리며 수사를 무마했다. 이 과정에서 신한은행 초대 은행장 라응찬씨와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이던 A씨는 자주 만나며 인연을 쌓게 된다.

이들이 단골로 찾던 장소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순천향병원 근처의 한 요정이었다. 이 요정의 마담은 재계와 정·관계에서 ‘신 마담’으로 불리던 신혜선씨였다. 1956년생인 신씨는 당시 20대 후반의 젊은 나이에 빼어난 미모로 수완까지 좋아 인기가 높았다. '로비성 접대'를 하면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이끌어줄 인물로는 제격이었다.

이럴 정도로 금융계와 재계, 관가에서 유명했던 ‘신 마담’은 30여년이 지난 2019년 문재인 정권에서 ‘우리들병원 특혜대출’ 사건 연루로 주목받게 됐다. 자신은 억울하게 대출보증을 떠안게 됐다고 주장하며 신한은행 관계자들을 고소고발했었다. 신혜선씨가 최근 유방암으로 사망하면서, 신씨와 관련된 고소고발 중 일부 형사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됐다. 신씨는 슬하에 1남1녀를 뒀으며, 자녀들의 성씨가 각각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라응찬 초대 신한은행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신한은행과 신 마담간 동아줄처럼 얽히고설킨 관계

신한은행의 은행장 및 회장은 초대 라응찬에서 신상훈, 이백순, 한동우, 서진원, 조용병 등으로 이어지면서. 신씨는 1980년대 한남동 요정 접대를 계기로 신한은행과 맺은 끈을 이어왔다. 신 씨는 신한은행과 검찰 간 초기 민원 해결 과정과 비밀 스토리를 속속들이 알고 있었기에 신한은행 고위층으로선 무시할 수 없는 존재였다.

문제는 신 마담과 가까운 김수경 우리들병원 이사장(이상호 우리들병원장의 부인이었으나 이혼)이 신한은행 청담동지점에서 부동산 담보 대출을 받은 뒤 상환 연체로 경매 위기에 몰리면서 불거졌다. 이 사건은 곧 언론에 보도되며 공론화되었다.

◇우리들병원 대출 사건의 전말

우리들병원 불법 대출 사건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사업가로 행세하던 신혜선 씨가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주치의였던 이상호 우리들병원 원장, 그리고 그의 전처 김수경 회장과 동업하며 신한은행에서 260억원을 대출받았다. 당시 신 씨는 연대보증을 섰다.

신씨는 나중에 기자회견에서 이상호 우리들병원장의 전 부인인 김수경 우리들리조트 회장을 지난 2009년 5월께 알게 돼 함께 레스토랑 사업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신씨는 애초 김 회장이 자금을 대고 자신이 건물과 시설 인테리어 등을 제공하기로 했으나, 김 회장의 자금 사정이 여의치 않게 되자 신한은행으로부터 대출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들이 강남에 짓던 건물은 고대로마제국을 연상시키는 스파와 레스토랑이었다.

◇사건 수사와 정치적 파장

2012년, 이상호 원장은 산업은행에서 1,400억원의 대출을 받으며 신한은행 대출에 대한 연대보증을 해지했다.

이에 신 씨는 본인의 동의 없이 연대보증이 해지해 본인의 보증책임을 떠안게 됐다며 이를 문제 삼았다. 2016년, 신 씨는 신한은행 지점장과 부지점장을 사문서위조 혐의로 고소했다.

법원은 사문서위조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사금융 알선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했다. 하지만 신 씨는 당시 재판에서 증언했던 김수경 회장이 위증을 했다며 다시 고소했다. 김 회장은 “신 씨의 동의를 얻어 도장을 날인했다”고 주장했지만, 신 씨는 동의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2019년 언론의 보도로 알려진 이 사건은 문재인 정부 시절 친문 인사들이 개입했다는 의혹으로 다시 주목받았다. 검찰은 재수사를 명령받아 2021년 김수경 회장과 신한은행 직원 A씨를 위증 혐의로 기소했다.

이 사건은 단순 금융 비리 사건을 넘어 신한은행과 신 마담, 이들이 수십년간 엮인 인연에서 일어난 사건이어서 두고두고 금융계의 비하인드 스토리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정구학 기자 ghchu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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