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체크=홍선기 기자] LG그룹 구광모 회장이 또 한 번 조직에 강한 메시지를 던졌다. 창립 78주년을 맞은 3월 27일, 경기 이천 LG인화원에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 30여 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올해 첫 사장단 회의를 주재한 구 회장은 단순한 경영 회의가 아닌, 그룹 전반에 깔린 전략과 실행의 간극을 허물자는 ‘근본적 변화’를 주문했다.
그는 “과거의 관성을 과감히 떨쳐내야 한다”며, 위기 상황 속에서도 생존을 넘어 도약의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메시지는 단순한 경고가 아니다. 2018년 4세대 총수로 취임한 이후 줄곧 추구해온 ‘실행 중심의 변화 경영’의 연장선이자, 그룹 전체의 ‘패러다임 전환’을 본격화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모든 걸 잘할 수는 없다…선택과 집중”
이날 회의에서 구 회장은 사업 구조의 재정비를 핵심 의제로 내세웠다. “모든 사업을 잘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더더욱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며 “지속가능한 경쟁 우위를 창출하고, 타사가 쉽게 넘볼 수 없는 진입장벽을 쌓는 데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LG그룹의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를 날카롭게 되돌아본 것이기도 하다. 그는 일부 사업이 양적 성장에만 치중해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점을 지적하며, 앞으로는 ‘단순한 생존’이 아닌 ‘선도적 변화’에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특히 그는 “자본의 투입과 실행의 우선순위를 일치시켜야 한다”며 “미래 경쟁력의 핵심인 R&D 역시 이 원칙에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개발이 단순한 기술 축적이 아니라, 명확한 사업 전략 하에 움직여야 한다는 철학을 드러낸 대목이다.
◇‘골든타임’ 놓치지 않겠다는 절박감
구 회장은 이날 회의에서 “변화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어 “골든타임은 얼마 남지 않았다”며 위기의식을 조직 전반에 공유했다.
이러한 발언은 전날(26일) LG 정기 주주총회 인사말에서도 드러났다. 구 회장은 “지금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변화와 혁신의 골든타임”이라며, “고객 가치 중심으로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역할을 LG가 주도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시대 변화에 부응하기 위해 산업을 재정의하고, 기술과 사업을 결합해 고객의 여정을 혁신적으로 창출하는 것이 LG의 시대적 사명”이라고 설명했다.
◇DNA에 새긴 변화의 유산
이날 구 회장은 故 구본무 회장의 2017년 신년사를 회의 자리에서 공유했다. 당시에도 ‘선택과 집중’, ‘사업 구조 혁신’이 주요 화두였지만, 실제 실행은 더뎠다는 냉철한 평가도 덧붙였다.
“당시에도 세계 질서가 급변하는 시기였고, 포트폴리오 고도화가 강조됐지만 실행은 부족했습니다. 변화는 예고보다 더 빨리 찾아오고 있고, 우리는 그 속도를 따라잡아야 합니다.”
이러한 메시지는 단순한 회고가 아니라, 창업 78년 LG의 뿌리와 유산을 기반으로 한 ‘변화의 철학’을 계승하겠다는 의지이기도 하다.
◇배터리·AI·글로벌…LG의 새로운 전장(戰場)
이번 사장단 회의에서 LG CNS 현신균 대표는 인공지능 전환 사례(AX)와 향후 전략을 공유하며, 구 회장의 ‘기술 기반 변화’에 힘을 실었다. LG는 배터리, 전장, AI, 바이오 등 미래 핵심 사업에 대한 전략적 투자를 통해 글로벌 시장의 ‘변화 주도 기업’으로 거듭난다는 계획이다.
특히 구 회장은 배터리 산업을 “국가 핵심산업이자 그룹 주력사업”으로 명확히 규정하며, LG에너지솔루션의 미국 진출과 R&D 투자 확대에 대해 지속적인 의지를 표명해왔다. 실제로 이러한 전략은 시장에서도 긍정적 반응을 얻고 있다. 주총 직후 LG에너지솔루션 주가는 7% 넘게 급등했다.
◇변화의 리더십,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2018년 취임 이후, 구 회장은 조용하지만 뚜렷한 방식으로 LG를 재정비해왔다. 불필요한 사업은 과감히 정리했고, 기술과 미래산업에 대한 선제적 투자에는 한 치의 망설임이 없었다. ‘실행력 있는 변화’를 경영철학의 중심으로 놓고, 단기성과보다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추구해온 점에서 재계 안팎의 평가도 우호적이다.
특히 최근 수년간 이어진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도 LG는 신성장 분야에서 탄탄한 기초체력을 다져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구 회장의 ‘선택과 집중’ 전략이 이제 본격적인 결실을 준비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LG그룹의 4세대 리더 구광모 회장이 있다.

지난해 9월 LG 사장단 워크숍에 참석한 구광모 회장 [㈜LG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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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노이다 생산공장 방문한 구광모 [LG 제공]
홍선기 기자 imagine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