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체크=정구학 기자] "신영복의 사상은 과연 진보인가, 착시인가?"

오랜 기간 언론과 정치 현장을 누빈 김상민 작가가 ‘좌파의 세계관’을 정면으로 분석한 책을 펴냈다. 제목부터 도발적인 『좌파는 무슨 생각으로 사는가?』(상상미디어刊)는 고(故) 신영복 교수의 대표작 『담론』을 중심으로 좌파적 사유의 틀을 낱낱이 해부한 비평서다.

작가는 서문에서 이 책을 “좌파 사회주의자인 신영복의 사상을 깊이 있게 분석한 글”이라 소개하며, “『담론』이라는 책 한 권을 통해 좌파의 국가관, 역사관, 세계관의 밑바탕을 들여다보려 했다”고 밝힌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 책은 단순한 비판서를 넘어 ‘신영복의 정신적 후예들’에게 던지는 돌직구다.

신영복 교수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존경한다고 밝힌 인물로, 문형배 헌법재판관 등 공직자들도 공개적으로 그의 사상에 공감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책은 그 신영복의 언어와 생각을 “이념에 오염된 글씨”라 규정하고, “그의 글은 이완용의 글씨처럼 취급받아야 마땅하다”는 거친 언사를 서슴지 않는다.

그만큼 강도 높은 어조지만, 저자는 이를 단순한 감정적 공격이 아닌 철저한 분석의 결과라 주장한다. 28개 소제목으로 구성된 본문은 『담론』의 문장과 메시지를 하나하나 해체하며, 좌파적 통념을 비판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예컨대 “변화와 창조는 변방에서 이뤄진다”는 신영복의 주장에는 “정작 변방을 무시하는 좌파 국가의 모순”을 지적하며 응수한다.

책의 논점은 크게 세 갈래다. 첫째는 좌파가 지닌 역사 인식의 왜곡이다. 김 작가는 “좌파가 대한민국의 산업화 성과는 외면하면서, 북한이나 중국에 대한 근거 없는 동경에 빠져 있다”고 본다. 특히 신영복의 ‘자주’와 ‘민족’ 담론에는 “북한을 미화하는 편향된 시선이 깔려 있다”고 꼬집는다.

둘째는 시장경제에 대한 좌파의 이중적 태도다. 그는 “자본주의의 혜택을 누리면서도 이를 부정하는 이중성”을 비판하며, 『자본론』을 마음의 양식으로 삼았다는 신영복의 고백을 문제 삼는다. 사회주의와 공산주의 체제의 실패에는 눈을 감은 채 자본주의만 비난하는 자세는, 작가가 보기에 “사상적 편향이 아닌, 현실 회피”다.

셋째는 민주주의 개념에 대한 오용이다. 그는 “좌파가 다수결을 정의라고 여기며 민주주의를 전체주의적으로 해석한다”고 말한다. 이 책에서는 이를 ‘좌파적 사고의 치명적 오류’로 지목하며, “그들의 언어는 왜곡되고, 편파적이며, 때론 몽상적”이라 비판한다.

물론 책의 어조는 중립적이지 않다. 좌파 진영에서는 ‘정치적 편향’이라는 반박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 점조차도 의도한 듯 보인다. 그는 “좌파 우파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이 시점에서, 한쪽의 논리를 제대로 비판한 책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그는 매일경제신문과 MBN 보도국에서 기자 생활을 했고, 이후 국회에서 정책 연설문을 집필한 경험까지 갖췄다. 그만큼 현실 정치에 대한 감각도 예리하다.

출판사는 “신영복을 중심으로 좌파의 세계관을 이해할 수 있게 구성된 책”이라며, “한국 정치의 이면을 이해하고 싶은 독자라면 일독할 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작가의 정치적 용기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극단적 이분법에 빠지지 않도록 읽는 이의 판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좌파 사회주의라는 어둡고 나쁜 기운이 대한민국을 망쳐서는 안 됩니다.”

작가의 결연한 메시지는 책 전반을 관통한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단지 신영복 개인에 대한 비판을 넘어서, 이념이라는 이름으로 고착된 사고방식에 도전장을 던지는 한 언론인의 시선을 엿볼 수 있다.

비판은 언제나 불편하다. 그러나 불편한 질문 없이는, 건강한 사고도 자라나기 어렵다. 『좌파는 무슨 생각으로 사는가?』는 그러한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읽어볼 만한 문제작이다.

정구학 기자 ghchu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