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병택 라미화장품·오스틴제약 대표이사 부회장

[비즈체크=현병택 라미화장품·오스틴제약 대표이사 부회장] 저는 지난 연휴에 병석에 누워계신 멘토님을 찾아 뵈었습니다. 그 분은 제가 1978년 2월 기업은행에 입행하여 배치되었던 당시 남대문 지점의 지점장이셨습니다.

그로부터 30여 년간의 은행원 생활동안은 물론이거니와 지금까지 제 곁에 계시면서 저를 살뜰히 챙겨주신 분이십니다. 타고나신 건강 체질에 자기관리에 철저하셔서 100년은 너끈히 강건하실 거라 믿었는데 최근에 쓰러지셨습니다. 눈으로만 바라보시는 어른을 뵙고 돌아 오는길, 그 분이 제게 당부하시던 말씀이 주마등처럼 지나갔습니다.
이 내용들중 일부를 여러분들께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등반에서 가장 어려운 기술은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1986년 히말라야 8,000미터급 14좌를 완등한 이탈리아 산악인 <라인홀트 메스너>가 한 말입니다. 우리 직장인에게 있어 직장(회사)은 소중한 집입니다. 회사는 우리가 그곳에 있을때에는 감사함을 느끼지 못하는 공간이 되다가, 그곳을 빼앗겨야 비로소 그 가치를 알게되는 특이한 장소입니다.

이 공간에서 하루 8시간, 28,800초 살아가는 직장인은 무엇을 촛대로 삼아야 할까요?
바로 <자존감(自尊感, Self-esteem>을 지키고 높이는데 두어야 합니다. 자기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스스로를 사랑하며 존중하는 능력이 자존감입니다.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자신의 장점뿐만 아니라 단점까지도 수용합니다.

그래서 자기 자신의 가치나 명예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 타인이 자신을 존중하거나 인정해 주길 바라는 감정인 자존심(自尊心, Pride)보다 한 차원 높은 개념입니다. 업무를 처리하다가 문제에 봉착했을때 혼자 숨어서 고민하지 않고, 다 드러 내놓고 주변 사람들의 지혜를 구해서 문제를 빠르게 해결하는 사람이 자존감이 있는 사람입니다.

자존감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만족(滿足)할 줄 알아야 합니다. 만족이라는 한자의 뜻을 살펴보면, 만(滿)은 '가득하다, 차오르다'라는 뜻이고, 족(足)은 그냥 '발'을 의미하여 *발목까지 차올랐을 때, 거기서 멈추는 것이 바로 가장 적당한 행복*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결국 만족이라는 단어를 보면서 행복은 욕심을 최소화 할 때 얻을 수 있는 것임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목욕방법에 족욕(足浴)이 있습니다. 대야에 더운 물을 받아놓고 발을 담구는 건강법인데, 온몸이나 가슴까지가 아닌 발목까지만 어느 정도 따끈한 물 속에 담궈도,곧 온몸이 따뜻해지며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히고 몸의 피로가 풀리는 것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분수를 지키며 마음의 평화를 유지하는 사람이며, 행복은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의 것이다" 리스토 텔레스의 말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지금까지도 목까지 차오르고, 머리 끝까지 채워져야 행복할 것이라는 지나친 욕심에 사로잡혀 살아왔음을 고백합니다.

우리 어른들은 혼자 있을 때에도 몸가짐을 조심하셨습니다(신독,愼獨)
항상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지켜보고 있는 것처럼 행동하라고 가르쳐 주셨습니다. 지혜로운 사람은 벽에도 귀가 있고, 잘못한 처신은 즉시 사람들에게 알려진다고 믿으셨습니다. 그리고 실제 행동하셨습니다.


요즘 <가짜 노동>이란 단어가 회자되고 있는것은 부끄러운 일입니다. 우리나라 노동시간은 OECD국가중 상위임에도 생산성은 바닥수준으로 급전 직하하고 있는 현상을 그저 한국식 노동이라고 한탄만 해서야 되겠습니까?

제가 지난 해 5월 직원조회시간에 말씀드린 내용을, 오늘 다시금 상기 시켜드립니다. '스승님, 어떤사람이 인생의 승리자 입니까?라는 제자들의 질문에 타고르는 이렇게 대답합니다.

오늘/ 어떻게 지냈는가? 어디에 갔었는가? 어떤 사람을 만났는가? 무엇을 잊어 버렸는가?' <카르페 디엠, Carpe diem >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합시다. 남에게는 관대하고 자기에게는 엄격해져야 합니다. '고생을 모르는 사람은 칼날없는 칼이나 다름없다'는 말을 가슴에 얹고 살아가는 우리가 되어야 겠습니다.

사회적 동물인 우리들은 다른 사람의 처한 상황이나 생각을 헤아리지 못하고 나의 생각대로 판단하고 선의로 행동한 배려가 정작 그 사람에게 도움을 못 주고 오히려 폐가 되거나, 그 사람의 진심과 의도는 몰라주고 그 결과만을 가지고 오해하거나 미워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습니다.

한 제자가 스승에게 묻습니다. "스승님, 제가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의 입장을 잘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제자야, 일어나서 창 밖을 내다 보아라. 누가 보이느냐? 예, 어떤 아주머니가 어린 아들의 손을 잡고서 정답게 걸어가고 있는 모습이 보입니다.

이번에는 거울 앞에 서거라. 그리고 거울 속을 들여다 보아라. 누가 보이느냐? 제 모습만 크게 보입니다. 제자야, 똑같은 유리인데 어찌하여 유리창을 통해서는 다른 사람의 모습을 볼 수 있고,거울을 통해서는 다른 사람의 모습을 보지 못하고 네 모습만 볼 수 있느냐? 그것은 거울 뒤에는 은칠이 되어있기 때문이란다.

"네가 다른 사람들의 입장을 이해해 주기 위해서는 먼저 네 마음에 있는 은칠을 벗겨내야 한다"

마음이 투명해져야지 다른 사람을 제대로 볼 수가 있다. 역시 <역지사지,易地思之>가 인간관계의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큰 것이 작은 것을 잡아 먹는 것이 아니라, 빠른 것이 느린 것을 잡아 먹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 '배는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전하다.

그러나 그것이 배의 존재이유가 아니다', '머릿속에 든 지식은 혁신의 훼방꾼이다'라는 신념의 갑옷을 입고, 오직 나침판과 밤하늘의 별을 의지하며 항해를 떠나는 우리가 되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