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연합뉴스]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연합뉴스]
김철주 생명보혐협회장 [연합뉴스]

이병래 손해보험협회장 [연합뉴스]

[비즈체크=홍선기 기자] 해외연수를 포함해 3천만원에 육박하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최고경영자문화예술과정에 금융관련 대표들이 대거 등록, ’도덕적 해이(모럴 해저드)‘ 논란을 낳고 있다.

26일 금융계에 따르면 올해 3월부터 11월까지 주 1회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 한예종 캠퍼스에서 진행되는 이 과정에는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 조용병 은행연합회장, 김철주 생명보험협회장, 이병래 손해보험협회장을 비롯한 금융관련 단체장들과 CEO들이 대거 등록했다. 한국은행 산하 금융결제원장과 금융보안원장, 산업은행 감사, 산은 캐피탈 부사장, 기업은행 자회사 임원 등도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중 대부분은 과거 재무부(모피아)와 한은, 금감원 출신이고 IBK 투자증권대표와 IBK 자산운용부사장과 KDB 캐피탈 부사장은 국책은행 출신이다. 여기에 서울시메트로9호선 대표도 등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인사들은 개인 돈이 아닌, 회사 공금으로 고가의 한예종 최고경영자문화예술과정에 등록한 것으로 알려져 탄핵정국으로 경제가 불안한 상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도덕적 해이를 보이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예종의 이 과정은 공식적인 교육등록비만 1인당 1천500만원에, 7박9일간 유럽 여행을 떠날 경우 비즈니스석 기준 1천2백만원에서 1천5백만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고 한예종측은 설명했다.

한예종 관계자는 “60명 정원인데 신청자가 많아 일부는 심사를 통해 탈락시킬 정도”라고 밝혔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한예종 최고위과정은 ’모피아(과거 재무부 출신 OB)‘와 인맥을 쌓기에 좋고 해외여행까지 가는 코스라고 소문이 나면서 너도나도 참여하기를 선호한다”고 털어놓았다.

다른 대학의 최고경영자 과정이 대부분 해외연수를 포함, 1인당 1천만원~1천500만원인 것과 비교하면 한예종 과정은 2~3배 비싸다.

게다가 한예종 최고위 과정에 등록한 인사들은 자신들의 친목도모를 위해 쓸 원우회비 수백만원도 회사 돈으로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기관의 경우 원우회비를 본인 돈으로 납부하고 있으나, 공공기관이 아닌 협회나 한국거래소 등에선 원우회비마저 회사 돈을 쓰고 있다.

금융권의 이런 도적적해이를 감독해야 할 금융당국은 당사자들이 자신들의 선배인데다 자신들도 퇴직후 누릴 혜택이라 생각해서인지, 이를 눈감아주고 있다.

한예종 최고예술과정은 매주 월요일 저녁 6시부터 음악 연극 등 공연을 보면서 실기연습을 하도록 돼있어, 부산에 본사를 둔 한국거래소의 정은보 이사장은 월요일부터 부산 본사에 들르지 않고, 서울에서 머무르는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한예종 측은 금융권 인사들이 경쟁적으로 몰려오자 1천만원 이하이던 수강료를 2년전 1천500만원으로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일반 기업에선 경비절감을 위해 수강자를 줄였으나, 오히려 금융권에선 수강자를 늘렸다.

한예종 최고위과정에 금융권 인사들이 몰리는 것과 대조적으로 비슷한 커리큘럼을 운영하는 다른 대학의 문화예술과정은 상대적으로 인원모집에 애를 먹고 있다. 서울대미술관이 올 3월부터 11월까지 운영하는 서울대 예술문화과정(ACP)은 한예종보다 저렴한 1천200만원에 금융계 및 법조계, 의료계 고위임원을 대상으로 수강자를 모집하고 있지만, 아직 50명 정원을 채우지 못해 신문광고까지 낼 정도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한국거래소와 은행연합회, 생명보험협회, 손해보험협회 등은 회원사로부터 회비를 거둬 운영하는 곳인데 회사 공금을 단체장의 인맥쌓기에 쓴다는 것은 대표적인 모럴 해저드 사례”라며 “국회 등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한국예술종합학교는 최고경영자 문화예술과정(CAP) 홈피를 통해 역사와 문화, 예술과 열정이 넘나드는 소통과정이라고 홍보했다. 올해 접수기간은 1월31일까지였으며 합격통보는 2월14일이었다. 1,500만원(부가세 포함/ 해외탐방 및 원우회비 별도)라고 적었다.

홍선기 기자 imagine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