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체크=이은주 기자] 한미약품그룹의 오너 일가를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라데팡스파트너스의 김남규 대표가 자신을 ‘가문 갈등의 배후’로 지목한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의 주장에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김 대표는 22일 연합뉴스에 보낸 서면 답변서를 통해 “진정한 갈등의 배후는 임종윤·종훈 형제의 과도한 욕심”이라며 책임론을 전가했다.
◇김 대표, “한미와 라데팡스를 연결한 건 임종훈 자신”
김남규 대표는 이날 서면 답변서에서 “저를 한미약품에 처음 소개하고 연결한 인물이 바로 임종훈 대표”라며 “올해 2월까지도 가족 간 합의를 이루기 위해 임종윤 이사와 함께 노력했다”고 밝혔다. 그는 “라데팡스는 가족들의 이해관계를 일치화하고 합심해 상속세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제안해 왔다”며 자신이 오너 일가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음을 강조했다.
그러나 그는 “모든 딜의 마지막 순간마다 형제들이 자신의 이익과 개인 사업을 우선시하면서 합의가 좌절됐다”며 “결국 상속세를 자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간도 이미 지나갔다”고 꼬집었다.
◇“한미-OCI 상생 프로젝트도 형제들의 과욕으로 무산”
김 대표는 또 한미약품과 OCI 간의 상생공동 경영 프로젝트도 임종윤·종훈 형제의 욕심 때문에 무산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갈등의 진짜 배후는 라데팡스가 아니라 형제들의 개인 사업에서 비롯된 과도한 부채와, 이를 회사 자산을 이용해 탕감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형제들은 아무런 대안 없이 회사에 피해를 주며 본인들의 부채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며 “이러한 태도야말로 오너 가문 분란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임종훈의 반격…“김 대표, 가족 화합 방해하는 갈등의 중심”
앞서 임종훈 대표는 21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남규 대표를 가족 갈등의 배후로 지목하며 “가문이 다시 화합하려면 김 대표가 빨리 빠져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임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오너 가문 내부의 감정적 골이 깊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 임종훈 대표와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내이사 형제는 고(故) 임성기 창업주의 부인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 딸 임주현 부회장,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그리고 라데팡스가 결성한 ‘4자 연합’에 맞서 치열한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4자 연합’은 오는 28일 한미사이언스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사 정원 확대와 신규 이사 선임을 통해 이사회 장악을 노리고 있다. 반면, 임종윤·종훈 형제는 다음 달 한미약품 정기 주총에서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와 신동국 회장의 해임을 추진하며 맞불 작전에 나선 상태다.
◇1조원대 투자와 시총 200조원 달성? “현실성 없다”
김 대표는 한미사이언스의 경영 목표에도 날을 세웠다. 그는 “형제들은 현실성 없는 구호만을 반복하며 주주들을 호도하고 있다”며 “이미 준비됐다고 공언했던 상속세 재원조차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블록딜로 자기 지분을 매각해 주가 하락과 잠재적 매도 물량 증가를 초래했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한미사이언스는 임종훈 대표가 지난 14일 보유 주식 105만 주를 장외거래로 매각한 것과 관련해 “2022년 송영숙 회장에게 296억 원을 대여했으나 아직 변제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매각 배경을 설명했다. 송 회장은 “아직 변제 기한이 남아 있고, 변제 시기와 방법을 협의 중”이라고 해명했다.
◇김 대표, “가문 분란 조속히 해결해야”
김남규 대표는 갈등이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 대해 “형제들의 욕심으로 라데팡스뿐 아니라 수많은 주주와 임직원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주장하며, “하루빨리 상황을 안정화하고 한미약품그룹의 발전을 위해 중지를 모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라데팡스 또한 “그룹 발전을 위한 대의에 적극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다툼, 끝없는 갈등 속으로
한미약품그룹의 경영권 분쟁은 점점 더 복잡한 국면으로 접어들고 있다. 오너 일가 간 갈등이 지속되며, 회사와 주주들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될 경우 그룹의 미래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경영권 분쟁의 끝이 보이지 않는 가운데, 과연 한미약품그룹은 안정화를 통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은주 기자 leigh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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