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체크=정구학 기자] 한때 대한민국의 기업 경영자들에게 예술은 그저 먼 이야기였다. 20~30여 년 전만 하더라도 매출과 수익 극대화라는 목표에 매진하며, 문화와 예술은 일상에서 벗어난 사치로 여겨졌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경제 대국으로 자리매김하고, 해방 이후 경영을 주도하던 1세대 기업인들이 물러나며 2세대와 3세대 경영자들이 무대로 등장하면서, 기업과 예술의 관계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이제 많은 기업들은 예술을 단순히 감상하는 차원을 넘어, 후원과 지원을 통해 문화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덕연인문경영연구원(원장 한영섭)은 이 같은 흐름에 발맞춰, 예술과 경영이 융합된 새로운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지난해부터 운영되어온 '갤러리 투어 CEO 클럽'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내년 2월부터 '덕연문예클럽'으로 확대 개편한다. 이 프로그램은 기업 경영자들이 단순히 업무와 숫자에 갇힌 일상을 넘어, 문화예술을 깊이 이해하고 감상하며, 이를 통해 창의성과 통찰력을 키우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설계됐다.
◇미술에서 음악까지, 경영자들의 문화적 여정
덕연문예클럽은 기존의 소규모 갤러리 탐방을 넘어, 서울의 대표적인 미술관과 공연장을 누비며 세계적인 예술 작품과 음악을 체험하는 대규모 프로그램으로 운영된다. 리움미술관, 한가람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등 주요 미술관을 탐방하며 한국 미술의 정수를 살피는 한편, 세계적 수준의 작품들을 감상할 기회를 제공한다.
또한, 오페라, 뮤지컬, 발레, 국악, 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 공연 관람을 통해 경영자들이 예술을 다채롭게 접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했다.
뿐만 아니라, 참가자들은 예술 분야의 저명한 전문가들의 강연을 통해 미술과 음악의 역사적, 철학적 배경을 학습하며, 이를 경영과 삶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한다. 이는 예술 감상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경영자의 내면을 더욱 풍요롭게 하고 비즈니스적 감각을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경영 현장을 넘어 문화의 장으로
덕연문예클럽의 출발은 시작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참가 신청은 이미 12월부터 쇄도하고 있다. 손병두 전 한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신오식, 임선태, 노희옥, 전익관, 조양규, 김기용, 김석문 회장 등 50여 명의 경영자들이 참여를 확정 지었다. 이들은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문화예술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 새로운 감각과 영감을 얻고자 이번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특히 한영섭 덕연인문경영연구원 원장은 "예술은 경영자의 사고를 유연하게 하고 통찰력을 키우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문화와 예술을 접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얻게 되는 감각과 지혜는 기업의 경영 방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라며 이번 프로그램의 의의를 설명했다.
그는 이어 "대한민국 기업들이 이제 단순히 경제 성장의 도구가 아닌, 문화 강국으로 도약하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맡게 되었다"고 강조했다.
◇기업과 예술의 융합, 그 너머를 보다
덕연문예클럽은 한 달에 한 번씩 연간 10회에 걸쳐 진행될 예정이며, 경영자들의 예술적 소양을 심화시키는 한편, 이들이 서로 네트워킹하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장이 될 전망이다. 이는 단순한 취미나 교양 프로그램에 그치지 않고, 대한민국의 기업 문화와 경영 철학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사례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경영자들에게 예술은 이제 더 이상 생소한 단어가 아니다. 창의적 사고와 감성적 리더십이 요구되는 현대 경영 환경에서, 예술적 감각을 키우는 것은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한 필수 전략이 되고 있다. 덕연문예클럽은 바로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경영자들이 문화와 예술을 통해 자신의 삶과 경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예술은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고, 사고를 확장시키는 강력한 도구다. 이러한 예술이 경영자들의 손을 잡고 한국 기업 문화를 변화시키는 장면은, 대한민국이 단순한 경제 대국을 넘어 문화 강국으로 자리 잡는 데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다.
정구학 기자 ghchung@naver.com
저작권자 ⓒ 비즈체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