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체크=서동석 수행문화전문가] 우리는 사회의 질서가 새롭게 전환하는 대변혁의 시대에 살고 있다. 새로운 경제질서가 유입되면서, 모든 영역에서 기존의 체계가 무너지고 새로운 체계가 성립되는 과정 중이다. 지금의 대변화는 어느 특정한 사회에 국한된 것이 아니고, 지구적인 차원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인류사회를 이루는 좌우, 상하 등의 대칭 구조가 모두 새롭게 전환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바른 질서를 회복하고 단단한 정신문화를 세우는 나라는 앞으로 세계를 선도할 수 있다. 우리나라가 선도국가가 되길 소망하는 마음으로, 역술의 관점이 아닌 변화의 도리에서 융합의 방법을 성찰해보겠다.
주역에서 융합의 이치는 화풍정(火風鼎)에서 찾을 수 있다. 융합을 이루는 과정에는 많은 인내와 수고가 필요하다. 이 괘는 무엇보다 먼저 사회의 법도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점을 알려주고 있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바른 도리를 세우자면, 사회의 소통을 막고 있는 장애를 치우는 것이 급선무다. 이 일에는 먼저 대의명분을 충분히 쌓으면서, 바른 뜻을 지닌 인재를 구하는 것이 순리다. 그런 연후에 여론과 환경이 무르익었을 때, 양극단을 중화시키는 도리로 융합을 이끌어낼 수밖에 없다. 시간과 공간과 사람의 3요소가 서로 조화를 이룰 때, 새로운 융합은 성공할 수 있다.
융합의 첫 번째 원칙은 소통을 막고 있는 불순물을 비우는 일이다. 독소가 제거된 상태에서 재료들이 섞일 때, 순수한 융합물이 생성되는 법이다. 이것은 “새 포도주는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예수의 말씀과 상통한다. 이 일은 일종의 적폐청산(積弊淸算)에 해당한다. 그러나 오랫동안 쌓인 각종 악습을 한꺼번에 제거하는 일은 쉽지 않다. 적폐청산이 힘든 이유를 산풍고(山風蠱)에서 찾을 수 있다. 이 괘에서는 악습을 제거하는 일을 부모의 잘못을 고치는 것에 비유하고 있다. 자식의 입장에서 아버지나 어머니의 허물을 고치는 일은 함부로 할 수 없는 매우 힘든 일이다. 여기에는 명분을 쌓고 공감을 끌어내는 시간과 진심어린 정성이 필요하다.
그러나 인류문명사에서 적폐청산은 강자가 약자를 죽이는 방식이었다. 인류의 역사는 한마디로 강자의 역사이고, 왜곡의 역사다. 우리는 미국을 대통합의 국가로 알고 있지만, 정치적인 통합 과정에서 다양한 인종과 민족 사이에서 수많은 갈등과 다툼이 있었다. 지금도 갈등의 씨앗은 내재해 있고, 언제든지 분쟁으로 비화될 수 있는 상황이다.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의 통합정신을 미합중국의 정신이라고 비평가들이 주장하는 이유는, 역으로 보면, 통합을 갈망하는 간절한 마음이 투영된 것이기도 하다.
어느 나라든 정치의 주도권이 바뀔 때마다, 사회정의는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주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서로를 죽이는 방식이 아닌, 서로의 결점을 보완해서 전체 사회를 살리는 방향으로 적폐청산을 해야, 융합문명사회를 이룰 수 있다. 융합문명사회에서 인류의 생존조건은 소통과 융합이다. AI의 등장으로 소통을 통해 융합이 조율되지 않으면, 역사상 유래가 없는 첨단장비들의 개발로 인해 인류가 지구상에서 순식간에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형식적이고 일방적인 위계질서와 분업화된 물질적 가치보다는, 서로 교류하고 협력하는 총체적 정신문화가 무엇보다 인류의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가 되고 있다.
융합의 두 번째 중요한 원칙은 절도와 바른 도리다. 융합은 새로운 것을 만드는 강한 폭발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극히 위험한 상태이기도 하다. 따라서 그 과정에서 절도와 바른 도리를 지킬 때,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상대의 허물을 끊임없는 비판의 수단으로 삼기보다는, 그것을 반면교사로 삼아 절도 있게 질서를 확립하는 것이 현명하다. 이 점에서, 사회의 질서를 회복하는 시발점은 나 자신을 바로 세우는 일이다. 수신제가(修身齊家) 이후에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가 융합의 바른 도리를 세우는 올바른 길이다.
사회질서를 관리하는 데는 공직자의 능력과 역할이 중요하다. 공자는 《계사전(繫辭傳)》에서 특별히 고위 공직자에게 경책하는 말씀을 했다. “덕은 얄팍하나 지위는 존귀하거나, 아는 것은 적으나 큰일을 도모하거나, 힘은 적은데도 맡은 일은 막중하면, 재앙에 이르지 않는 자가 드물다(德薄而位尊, 知小而謀大, 力小而任重, 鮮不及矣).” 중책을 맡은 공직자는 이 말씀의 의미를 항상 곱씹어보고, 자신을 성찰할 필요가 있다. 사회의 파멸을 막는 유일한 길은 모든 영역에서 각자 직분에 맞는 절도 있는 도리로, 합법적인 절차에 따라, 인내심을 가지고 문제점들을 하나씩 고쳐나가는 방법밖에 없다. 법질서가 무너지면, 사회 전체가 붕괴될 수 있다. 위급할수록 정도(正道)를 지켜야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세 번째 원칙으로, 융합의 시대에 지도자는 사회 전체를 부드럽게 포용하는 통솔력을 지녀야 한다. 여기에는 강자가 약자를 지배한다는 수직적 관념에서 벗어나는 인식개선이 필요하다. 강자가 약자를 돕고, 약자가 강자와 협력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룰 때, 융합사회는 완성된다. 지도자에게는 무엇보다 상하, 좌우를 조화와 균형을 유지하는 쪽으로 조율하는 정신이 필요하다. 역(易)의 관점에서 보면, 세상만물은 끝없이 순환하고 있다. 모든 존재가 원환을 그리며 하나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상하, 좌우 등의 분별은 우리의 착각에 불과하다. 모든 인간은 역할에서 차이가 있을 뿐, 존엄성에 있어서는 평등하다. 그러므로 각자 맡은 일에서,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도록 하는 것이 존엄성을 지키는 일이다.
마지막 네 번째로, 융합시대의 원로들은 중도적 도리를 지켜야 한다. 여기서 원로는 각 분야에서 밝은 도리를 체득한 사람을 뜻한다. 융합사회의 근간은 모든 종교사상을 통섭하는 보편적 도덕과 윤리의식이다. 앞서 〈균형교육혁명을 시작할 때〉에서 제안한, 정치의 영향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활동이 보장된 ‘국가인간교육위원회’가 필요하다. 진영논리의 편향적 시각에서 벗어나서 보편적 진리를 추구하는 올곧은 정신적 지도자들이 위원회를 구성하고, 밝은 도리를 모든 영역의 미래 인재들에게 교육하면, 우리 사회는 빠른 기간 내에 도덕과 질서를 회복할 수 있다.
〈에머슨과 융합문명〉에서 지적했듯이, 미국은 동서의 문명이 거대한 문명의 원환을 이루며 성립되었다. 미국의 성립이 거친 물질적 융합이라면, 물질과 정신의 본질적 융합은 앞으로 전개될 융합문명사회에서 가능하다. 미국은 현재 통합정신의 초심을 잃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아직까지 세계 경제의 중심에 있는 저력은 폭넓은 기부문화와 더불어 동서양에서 수용한 깊은 정신문화가 핵심 인재들의 의식을 뒤받치고 있는 결과다. 또한 미국은 사회의 균형을 잡아주는 원로들이 많다. 우리의 원로는 이 점을 본받아야 한다. 사회의 원로들은 어떤 특정 진영의 편에 서기보다는 바른 도리와 정의를 강조하는 것이 옳다. 도덕과 질서가 확립되면, 사회혼란은 자연스럽게 정리된다. 이 방법이 융합사회로 가는 최선의 길이다.
수행문화전문가 = 서동석 박사 eastosuh@daum.net
고려대학교 대학원 영문학과를 졸업(문학박사)했고, 현재 에머슨하우스 교육연구소 소장이다. 서남대학교 영문학과 교수, (재)대상문화재단 이사 겸 동천불교문화재단 상임이사 겸 반야연구소 소장, 고려대학교, 광운대학교, 단국대학교 강사 등을 역임했다. AI시대 융합문명사회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인간교육과 수행에 관한 집필, 연구개발과 더불어 수행건강교육문화 보급에 나서고 있다.
<방문 강의 및 컨설팅>
급변하는 시대에는 공공기관, 기업 등에서 대표와 임직원의 바른 인식전환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1)AI시대 어떻게 살 것인가, 2)수행과 건강한 삶, 3)건전한 기업정신문화, 4)초융합사회의 인간교육, 5)자녀리스크 관리 등에 관한 단체 강의, 개별 컨설팅, 그리고 단계적인 균형조율프로그램을 선택적으로 진행합니다. 이메일(eastosuh@daum.net)로 예약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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