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맏형도 적자인데"…건설사 실적 난항 우려
현대건설 1조2천억원대 영업손실에 삼성 건설부문도 영업익 3.2%↓
공사비 상승세 지속에 건설사 수익 악화…"올해 더 나쁠 수도"
[비즈체크=이은주 기자] 국내 건설업계 맏형 격인 현대건설이 지난해 23년 만에 연간 적자를 기록하며 충격을 안겼다. 이번 실적 부진은 단순한 일회성 문제를 넘어 현대건설의 구조적 문제와 경영 리스크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조 2천억원 손실…해외 사업 실패가 핵심 원인
현대건설은 22일 발표한 실적 공시에서 작년 한 해 동안 1조 2,209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2001년 이후 첫 연간 영업손실로, 전년 영업이익 7,854억 원에서 극적인 하락세를 보이며 시장 컨센서스(5,448억 원)를 크게 밑돈 어닝 쇼크다.
회사는 고환율과 원자잿값 상승으로 인한 공사비 증가를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지만, 실질적으로는 해외 사업에서의 대규모 손실이 결정적이었다. 특히 현대엔지니어링이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정유공장 프로젝트와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이 공동으로 수주한 사우디 자푸라 가스플랜트 사업에서 발생한 1조 2천억 원 손실이 실적 악화를 주도했다.
◇"선제적 부실 털기"에 업계 "책임 회피" 우려
현대건설은 이번 적자가 부실 털기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는 입장을 내세우고 있다. 회사는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해외 프로젝트의 미래 손실까지 실적에 반영했다고 밝혔다. 이는 경영진 교체를 앞두고 부담을 덜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는 해석을 낳는다.
그러나 업계에선 이러한 접근이 단기적 책임 회피에 불과하며, 근본적인 문제 해결로 이어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비판한다. 일반적으로 공사 손실은 공사 진행률에 따라 나눠 반영하는 것이 관례인데, 현대건설은 이를 일시에 반영하며 리스크 관리 실패를 드러냈다.
특히 사우디 가스플랜트와 인도네시아 정유공장은 각각 올해 8월과 내년 말에 완공될 예정으로, 추가 손실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전반의 위기…현대건설이 보여준 악영향
현대건설의 부진은 국내 건설업계 전반의 어려움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삼성물산, 대우건설, DL이앤씨 등 주요 건설사들도 지난해 실적이 예년보다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우건설의 작년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전년 대비 47.8% 감소한 3,458억 원으로, 당기순이익은 50.7%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DL이앤씨 역시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9.27%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대건설과 같은 업계 1·2위 기업이 이런 상황이라면 중견 건설사들은 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공사비 상승, 인건비 부담, 안전 비용 증가 등 건설업계 전반에 걸친 구조적 문제가 실적 부진의 배경”이라고 지적했다.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책 마련 시급
한국건설산업연구원과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올해 건설 경기가 전반적으로 작년보다 나빠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투자 감소와 공사비 부담 증가로 인해 건설사들이 경쟁력을 잃고 있으며, 이는 현대건설의 사례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현대건설은 단순한 부실 털기나 일회성 조치에 그치지 않고, 해외 사업 리스크 관리와 수익성 개선을 위한 구조적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의 선도 기업으로서 현대건설이 보여준 이번 실적 부진은 업계 전반에 걸친 위기를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현대건설이 이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국내 건설업계의 신뢰와 경쟁력에도 큰 타격을 미칠 수 있다는 경고가 이어지고 있다.
이은주 기자 leigh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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