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계 경영의 끝판은?…삼성서 물려받은 백화점, 다시 딸에게로

이은주 기자 승인 2024.10.30 15:19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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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경 ㈜신세계 회장 [신세계그룹 제공]

[비즈체크=이은주 기자] 한국 재계에서 보기 드문 '모계 경영'의 사례가 신세계그룹에서 확고히 자리 잡았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이 아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에게 이마트를, 딸 정유경 (주)신세계 회장에게 백화점을 각각 물려주며, 남매가 각자의 영역을 책임지는 계열 분리를 공식화했다.

신세계그룹은 이번 정기 인사에서 이마트와 백화점 부문을 완전히 독립시키고, 백화점을 이끌던 정유경 총괄사장을 (주)신세계 회장으로 승진시켰다. 이로써 이명희 총괄회장의 장남인 정용진 회장이 이마트 부문을, 딸 정유경 회장이 백화점을 경영하는 양분 구조가 확고해졌다.

◇‘삼성가 막내딸’에서 ‘유통 거물’로…딸에서 다시 딸로 승계된 백화점

이명희 총괄회장은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막내딸로, 지난 1991년 삼성에서 독립해 백화점을 운영하던 신세계를 가져왔다. 1997년 공정거래법에 따라 삼성그룹과 완전 계열 분리를 이룬 이후 신세계그룹은 대형마트 이마트의 성장을 바탕으로 국내 유통업계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자리 잡았다. 그 후 이명희 회장은 이마트와 신세계그룹의 여러 사업을 장남인 정용진 회장에게 맡겼고, 삼성에서 물려받은 백화점은 딸 정유경 회장에게 승계하면서 '모계 경영'의 전통을 이어갔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2011년부터 이마트와 백화점의 분리를 추진하며 남매 경영 체제를 확립했고, 현재 지분구조를 통해 남매가 각각 최대 주주로 자리 잡았다.

◇정유경, 신세계 회장으로…한국 재계에 모계 승계의 새 장 열다

정유경 회장은 지난 1996년 조선호텔 상무로 경영에 첫발을 들인 후 2009년 (주)신세계 부사장, 2015년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을 역임하며 입지를 다졌다. 이번에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1970년대 이후 출생한 여성 회장 중 첫 사례가 되었다. 삼성가에서 모친인 이명희 총괄회장이 1998년 삼성가 최초 여성 경영인으로 회장에 오른 데 이어, 정유경 회장 역시 삼성가의 대표적인 여성 경영인들 중 최초로 회장 자리에 오르며 모계 경영의 전통을 강화했다.

◇잡음 없는 계열 분리…신세계 남매 경영 안정적 도입

신세계그룹의 남매 경영은 대기업 오너가 승계 과정에서 종종 발생하는 가족 간 분쟁 없이 안정적으로 이루어진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재계에서는 한미약품과 한국앤컴퍼니그룹 등에서 상속 과정에서 가족 간의 경영권 다툼이 불거졌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신세계그룹의 계열 분리와 남매 경영은 대를 이은 모계 승계를 기반으로 삼고 있어, 재계에서는 신세계가 모계 경영의 새로운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은주 기자 leigh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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