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경협, 4대 그룹 재가입 맞춰 2억원 들여 CI 교체…재계 "그게 급한 일인가?" 비판

한경협(옛 전경련) 회원사들 "류진 회장 역할 부재론 속 4대 그룹 회비 걷더니 겉치레부터 회비 사용" 지적

이은주 기자 승인 2024.10.17 17:31 | 최종 수정 2024.10.17 18:27 의견 0
서울 여의도에 있는 한경협의 새로운 표지석.[연합뉴스]
전경련의 옛 로고.[연합뉴스]

[비즈체크=이은주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후신인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가 삼성, SK, 현대차, LG 등 4대 그룹의 재가입을 기점으로 2억원을 들여 CI(기업 아이덴티티) 교체 작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재계에 따르면 한경협은 몇 달 전 국내 유명 CI 업체인 인피니트에 CI 교체 작업을 의뢰했으며, 현재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조만간 한경협은 새 CI를 공개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CI 교체는 4대 그룹의 재가입을 기념하고 협회의 이미지를 쇄신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외형적인 이미지 개선에만 치중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과 더불어, 취임 1년을 맞은 류진 회장의 역할 부재론까지 더해지며 논란이 일고 있다.

◇4대 그룹 회비 납부와 CI 교체… 실질적 개혁은 어디로?

삼성, SK, 현대차, LG 등 4대 그룹은 각 35억원씩, 총 140억원에 달하는 회비를 한경협에 납부했다. 이 회비를 바탕으로 한경협은 2억원을 들여 CI 교체 작업에 착수했으며, 이는 한경협이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는 외형적 변화로 해석된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한경협이 과거 전경련 시절의 문제를 덮기 위한 시도가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4월 가장 먼저 회비를 납부했으며, SK그룹은 9월 중순에 35억원을 납부했다. 삼성과 LG는 내부 검토를 거친 후 각각 35억원의 회비를 납부할 예정인데, 삼성은 준법감시위원회(준감위)의 조건부 승인을 받아 회비를 납부하게 됐다.

이처럼 4대 그룹의 회비 납부와 CI 교체 작업이 맞물리면서, 한경협의 회비 사용 내역과 투명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8월 취임한 류진 한경협 회장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데다, 협회의 운영 방식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번 CI 교체 작업이 단순한 외형적 변화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류진 회장의 리더십 부재 비판

지난해 8월 취임한 류진 회장은 한경협의 회장으로서 과거 전경련 시절의 문제를 해결하고, 한경협을 투명하고 신뢰받는 경제 단체로 탈바꿈시켜야 할 책임을 지고 있다. 하지만 류 회장은 취임 이후 주요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재계 관계자들은 류 회장이 한경협의 개혁에 대해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하지 않고 있으며, 외형적 변화에만 신경 쓰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이번 CI 교체 작업 역시 류 회장이 주도한 이미지 쇄신의 일환으로 해석되며, 실질적인 개혁보다는 외형적인 변화에만 치중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 익명의 재계 관계자는 "한경협이 과거 전경련의 문제를 제대로 청산하지 못한 채, 류진 회장의 리더십 부재로 인해 개혁이 미흡하다"며, "4대 그룹의 회비를 받아들인 상황에서 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단순한 이미지 쇄신에만 집중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회비 사용의 투명성 논란… 한경협의 과제

한경협이 4대 그룹으로부터 받은 140억원에 달하는 회비를 투명하게 집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삼성, SK, 현대차, LG 등 4대 그룹이 납부한 회비가 단순히 CI 교체와 같은 외형적 작업에만 사용되는 것에 대해 재계 안팎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는 회비 납부를 조건부 승인하며 "회비가 본래 목적을 벗어나 사용될 경우 즉시 탈퇴할 것"을 권고했었다.

삼성 준감위는 "한경협의 정경유착 고리가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을 우려한다"고 밝히며, 회비가 투명하게 사용되지 않을 경우 추가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LG그룹 역시 회비 사용의 투명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추가 논란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계하고 있다.

한경협 회원사인 대기업의 한 관계자는 "CI 교체가 그렇게 급한 일인가"라며 "한경협이 개혁을 위한 우선 순위를 잘못 짚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경협이 내부 개혁 없이 과거 전경련 시절의 문제를 반복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류진 회장의 리더십과 한경협의 운영 방식에 근본적인 개혁이 없다면, 이번 회비 사용 논란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전경련의 그림자

전경련은 국정농단 사건과 정경유착 문제로 큰 비난을 받았고, 삼성, SK, 현대차, LG 등 대기업들이 전경련을 탈퇴한 바 있다. 전경련은 이를 계기로 한국경제인협회로 이름을 바꾸며 쇄신을 시도했지만, 과거의 문제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한경협도 여전히 비슷한 비판을 받고 있다.

한경협을 이끄는 류진 회장은 과거 전경련 시절의 문제를 해결해야 할 책임이 있지만, 실질적인 개혁을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4대 그룹의 재가입과 회비 납부를 계기로 한경협은 외형적인 변화를 추구했지만, 내부 개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이러한 변화가 얼마나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한경협이 과거 전경련의 문제를 청산하고 진정한 경제 단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류진 회장의 적극적인 리더십과 내부 개혁이 필수적이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비 사용의 투명성과 내부 개혁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한경협은 과거의 문제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비판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은주 기자 leigh86@hanma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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