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 응원의 힘'으로 프로게이머 조기석, 생애 첫 우승

조기석, 스타크래프트 ‘PSL 시즌1’ 준결승과 결승에서
장인의 주먹 불끈 쥔 응원 힘입어 기적 같은 우승

정구학 기자 승인 2024.10.15 10:22 | 최종 수정 2024.10.15 14:07 의견 0
조기석 프로(오른쪽서 세번째)가 우승직후 가족들과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맨왼쪽이 장인 한진수씨.[본인제공]


[비즈체크=정구학 기자] 2024년 10월 12일, 서울 상암동 e스포츠 명예의 전당은 뜨거운 환호와 긴장감으로 가득 찼다. 전설적인 RTS 게임 ‘스타크래프트1’의 부흥을 알리는 ‘PSL 시즌1’의 대망의 결승전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이 대회에서 화제의 중심에 선 인물은 바로 조기석(32), 그의 우승이 단순한 승리로 끝나지 않았던 이유는 경기장에 자리한 그의 가족과 장인이라는 특별한 타이틀 덕분이었다.

스타크래프트1의 오랜 팬들에게는 이미 잘 알려진 선수였지만, 조기석이 우승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다. 준결승에서부터 결승까지 이어지는 그의 여정은 그 어떤 경기보다도 드라마틱했고, 가족의 응원은 그의 우승을 더욱 감동적으로 만들었다. 특히 그의 장인어른인 한진수씨(한경아르떼TV 상무)가 현장에서 보낸 열렬한 응원은 대회 내내 주요 장면 중 하나로 회자되었다.

◇"장인어른의 응원이 결정적이었다"

조기석은 스타크래프트 프로게이머로서 다수의 대회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거둔 베테랑이었다. 그러나 정작 우승의 문턱에서는 번번이 좌절을 맛봤다. 이번 ‘PSL 시즌1’에서도 강력한 우승 후보들 사이에서 그의 도전은 결코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이번 대회에서 프로게이머로서 생애 첫 우승을 거머쥐며 자신의 이름을 팬들의 기억 속에 깊이 새겼다.

경기 시작 전, 조기석은 장인어른과 가족들을 초대했다. 그의 아내는 물론, 장인과 장모까지 현장에서 지켜보는 상황은 그에게 엄청난 동기부여가 되었다. 하지만 그만큼 부담감도 컸다. 특히 4강전 첫 세트에서 패배했을 때, 조기석의 아내와 장인어른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역력했다.

“1세트를 패하고 나니 정말 심장이 터질 것 같았습니다. 가족들이 지켜보고 있으니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반대로 그게 부담으로 작용할까 봐 걱정도 많이 했어요.” 조기석은 경기 후 당시의 심정을 이렇게 회상했다.


◇운명을 건 4강전의 반전

4강전에서 조기석은 김범수(프로토스)를 상대했다. 이미 1세트는 내준 상태였고, 2세트에서도 초반 불리한 상황에 몰렸다. 현장 중계를 담당한 아나운서마저 "이대로는 경기가 끝날 것 같다"고 예측할 만큼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그때, 관중석에서 예상치 못한 응원이 터져 나왔다. 바로 조기석의 장인어른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힘차게 외쳤다.

◇“파이팅! 해낼 수 있어!”

조기석은 이 응원에 큰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솔직히 그 순간, ‘끝났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장인어른이 외치는 목소리를 듣고 ‘그래, 아직 끝난 게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부터 마음을 다잡고 경기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기적이 일어났다. 조기석은 2세트에서 상대의 빈틈을 정확히 공략하며 경기를 역전시켰다. 모두가 패배를 예상하던 상황에서 그는 드랍십과 벌쳐를 활용해 적의 멀티 기지를 차단하고 승리를 거머쥐었다. 경기장이 터질 듯한 환호로 가득 찼고, 그의 가족들은 눈물을 흘리며 기뻐했다. 그 후 이어진 3세트에서도 그는 강력한 운영을 보여주며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전의 대혈투, 그리고 우승

결승 상대는 정민기(테란)였다. 결승은 5전 3선승제로 진행되었고, 조기석은 초반 1, 2세트를 연달아 승리하며 우승까지 단 1세트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하지만 3세트에서 정민기가 반격에 나섰고, 조기석은 잠시 주춤하며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스코어는 2:1. 긴장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4세트가 시작되었다.

이날 4세트는 e스포츠 역사에 남을 명경기였다. 두 선수는 치열한 공방을 주고받으며 무려 50여 분간 경기를 이어갔다. 조기석은 이때 다시 한번 장인의 응원을 떠올리며 경기에 집중했다. 특히 배틀크루저와 골리앗을 조합해 정민기의 공중 유닛을 완벽하게 제압하며 경기를 장악하기 시작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조기석의 운영은 빛을 발했고, 결국 정민기가 “GG”를 외치며 조기석은 우승을 확정지었다.

조기석이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순간, 그의 아내는 감격에 겨워 남편을 향해 달려갔다. 조기석의 장인어른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두 주먹을 불끈 쥔 채 “우리 사위가 해냈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가족이 있어 더욱 값진 우승"

경기 후 인터뷰에서 조기석은 가족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되었다고 털어놨다. “솔직히 말하면 이번 대회에 약간의 자신감은 있었어요. 하지만 막상 경기를 해보니 상대가 강해서 쉽지 않더군요. 그때마다 가족들이 현장에서 응원해주는 모습이 큰 힘이 됐습니다.”

그는 이어 "특히 장인어른께서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응원해주시는 모습이 저에게 정말 큰 힘이 됐다"고 고백했다. 장인어른 역시 뒷풀이 자리에서 “내가 이렇게까지 긴장한 건 처음이었다. 우리 사위가 이렇게 멋진 사람이라는 게 자랑스럽다”며 사위를 응원했다.

이날의 우승은 단순히 조기석 개인의 승리로 끝나지 않았다. 그의 가족, 특히 장인의 응원은 경기의 흐름을 바꾸고, 조기석이 더욱 강하게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경기가 끝난 후 가족과 함께한 저녁 식사 자리에서는 승리의 기쁨을 나누며 사위의 첫 우승을 축하하는 시간이 이어졌다.

조기석은 이번 우승을 발판으로 앞으로 더 큰 무대에서 활약할 것을 다짐했다. "이제 겨우 첫 우승이지만, 이 경험을 바탕으로 더 많은 대회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미래를 향한 포부를 밝혔다.

조기석, 그 이름은 이제 스타크래프트 팬들에게 강렬하게 기억될 것이다. 프로게이머로서, 챔피언으로 거듭난 그의 이야기는 가족의 사랑과 응원이 더해져 이룬 값진 승리여서다

조기석 프로(왼쪽서 두번째)가 우승후 아내(맨왼쪽) 등 가족들과 식사를 하면서 기쁨을 나누고 있다.[본인 제공]


정구학 기자 ghchu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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