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하루 전까지 골프 쳤던 이대봉 참빛그룹 회장(83세) 심정지로 별세 '충격'

"사망 전날도 소유한 포천 참밸리에서 9홀 라운딩 했는데..." 수면중 심정지로 사망
아들 잃고 가해자 용서한 자수성가 '마당발' 기업인, 향년 83세

정구학 기자 승인 2024.10.02 12:05 | 최종 수정 2024.10.03 13:23 의견 0
고 이대봉 참빛그룹 회장.[연합뉴스 자료사진]

[비즈체크=정구학 기자] 참빛그룹 창업주 이대봉 회장이 83세의 나이로 2일 별세했다. 이 회장은 학교폭력으로 아들을 잃고도 가해자를 용서한 일화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참빛그룹 관계자는 이날 "이 회장께서 사망 하루 전날에도 참빛그룹이 소유한 경기도 포천의 참밸리 골프장에서 9홀을 평상시처럼 플레이하셨다"며 "집에 오셔서 밤에 주무시다가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돌아가셔서 가족과 임직원들이 큰 충격에 빠져있다"고 전했다.

이대봉 회장은 평소 건강을 유지하며 활발한 활동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한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를 앓기는 했지만 큰 병 없이 평소처럼 그룹의 모든 사업을 꼼꼼히 챙기셨다"며 "국내외의 골프장과 항공화물, 가스사업 등 레저와 물류사업 전반을 진두지휘하셨기에 이 회장님의 급작스런 별세로 황망하다"고 밝혔다.

◇자수성가한 기업가, 참빛그룹 창업

1941년 경남 합천에서 태어난 이대봉 회장은 어려운 가정 형편 속에서도 배달, 하역 등 궂은일을 하며 자수성가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학업을 중단하고 생계를 위해 일을 시작했으며, 1975년 동아항공화물을 설립하며 사업가로서의 첫 발을 내디뎠다. 이후 항공화물을 바탕으로 가스사업에 진출, 참빛그룹을 설립하고 다방면에서 사업을 확장했다. 그의 리더십 하에 참빛그룹은 항공화물, 가스산업, 레저사업 등 14개의 계열사를 보유한 대기업으로 성장하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회장의 경영 철학은 '철저한 현장 중심의 경영'이었다. 그는 현장에 나가 직접 직원들과 소통하며 사업의 흐름을 꼼꼼히 파악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참빛그룹 내부에서는 그의 세심함과 철저한 관리 능력을 항상 높이 평가했다. 또한, 그는 평생을 '인색하다'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검소하게 살아가며 쌓은 자산을 사회에 환원하는 데 큰 관심을 가졌다.

◇비극 속에서도 용서와 나눔을 실천한 삶

이대봉 회장의 인생을 근본적으로 바꾼 사건은 1987년에 발생했다. 그의 막내아들 이대웅 군이 서울예고 2학년 재학 중 학교폭력으로 목숨을 잃은 것이다. 이 사건은 이 회장에게 큰 슬픔을 안겼지만, 그는 그 슬픔을 분노나 복수가 아닌 용서로 승화시켰다. 당시 그는 가해 학생을 용서하며 사회에 큰 충격을 주었고, 그 결단은 많은 이들에게 귀감이 되었다.

이후 이 회장은 아들의 이름을 딴 '이대웅 음악장학회'를 설립하며 교육 사업에 매진했다. 장학회는 예술계 인재들을 양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운영되었으며, 지난 30년 동안 3만여 명의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며 큰 역할을 해왔다. 2021년에는 EBS '인생 이야기 파란만장'에 출연해 "복수를 한다고 아들이 살아 돌아오지는 않는다"며 가해자를 용서한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가톨릭 신자인 이 회장은 신앙을 바탕으로 한 용서의 결단이 자신의 삶에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고 밝혔다.

◇교육과 문화예술계에 헌신한 삶

아들의 비극을 계기로 이대봉 회장은 교육에 대한 관심을 더욱 키워갔다. 2010년, 도산 위기에 처한 서울예고와 예원학교를 운영하는 서울예술학원을 인수해 재단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는 재단의 부채 98억 원을 탕감하고 학교 재정을 안정시키며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데 힘썼다. 서울예고와 예원학교는 그의 노력 덕분에 예술계 인재들이 안심하고 학업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할 수 있었다.

이대봉 회장은 2023년 서울예고 개교 70주년을 기념하여 서울 평창동에 '서울아트센터'를 설립했다. 이 센터는 예술계의 새로운 허브로 자리매김하며, 젊은 예술인들이 꿈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그가 예술교육에 기울인 열정은 후배 예술가들에게 큰 유산으로 남아 있다.

◇베트남에서의 사회적 기여

이대봉 회장은 베트남에서도 활발한 사회적 기여를 이어갔다. 2006년, 베트남에 첫 54홀 골프장인 피닉스CC를 개장하며 참빛그룹의 베트남 진출을 이끌었다. 2010년에는 하노이 1000주년 기념 특급호텔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해 그랜드플라자하노이호텔을 준공했다. 이 호텔은 베트남 내에서 한국 기업의 상징적인 존재로 자리 잡았다.

뿐만 아니라, 이 회장은 베트남의 고아와 소수민족 아이들을 위한 장학금 지원에도 적극 나섰다. 매년 베트남 공안부 자녀들에게 장학금을 수여하며, 베트남 내에서 존경받는 인물로 자리매김했다. 이 공로로 2011년 베트남 보국훈장과 2012년 보훈훈장을 수여받았다. 이 회장의 이러한 활동은 베트남 내 한국 교민 사회에서도 귀감이 되었다.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별세…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러져

이대봉 회장은 별세 하루 전까지도 건강하게 일상을 이어가며 경기도 포천의 참밸리 골프장에서 골프를 즐기던 중 심정지로 세상을 떠나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그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면서 참빛그룹은 물론, 그와 인연이 깊은 많은 사람들이 큰 충격을 받았다. 그의 장례는 가족장으로 치러질 예정이며,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 특1호실에서 진행된다. 발인은 5일 오전 5시, 장지는 경남 합천군 선영이다.

이 회장의 유족으로는 미망인 윤봉자 여사와 아들 이대만(참빛그룹 부회장), 며느리 강정애(디지솔루션 사장), 주소영(서울예술학원 사무처장), 손자 이호웅(참빛그룹 총괄사장), 이호성(참빛그룹 사장), 이호경(참빛그룹 이사), 이호진(참빛그룹 이사) 등이 있다.

정구학 기자 ghchung@naver.com

저작권자 ⓒ 비즈체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