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으로 출근하는 김승연 회장의 ‘필드 경영’…금춘수 고문과도 주1회 꼭 라운딩

모 임원 "회장님이 언제 필드로 부를지 몰라 차 트렁크에 4계절 내내 골프채와 옷 갖고 다녀"

홍선기 기자 승인 2024.10.10 17:00 | 최종 수정 2024.10.10 17:54 의견 0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오른쪽 두번째)이 지난 2002년 대선 출마선언을 앞둔 정몽준의원(왼쪽 두번째) 등 전경련 회장단과 티업에 앞서 담소하고 있다.
[연합자료사진}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연합뉴스 자료사진]

[비즈체크=홍선기 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72)이 그룹 창립 72주년을 맞아 도전과 혁신을 강조하며, 그의 독특한 '필드 경영'이 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김 회장은 창립기념사에서 "시류에 타협하지 않는 신념과 최고를 향한 끈질긴 집념으로 위기의 파고를 이겨내고, 100년 한화의 새 역사를 쓰자"고 당부했다. 이는 한화그룹의 미래 비전과 함께, 김 회장이 골프장에서 다져온 경영 철학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필드 경영과 함께 한 도전과 혁신의 한화

김 회장은 창립기념일 다음 날인 10일 사내 방송을 통해 "한화는 지난 72년간 많은 위기와 어려움 속에서도 끊임없는 도전과 혁신으로 세계 시장의 주역으로 도약했다"며, "시장의 변화를 기다리지 않고, 뼈를 깎는 혁신을 통해 시장을 선도할 역량을 빠르게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창립기념사는 한화그룹의 방향성을 다시금 분명히 하며, 그의 ‘필드 경영’과도 일맥상통하는 메시지다.

김 회장은 오랜 시간 동안 골프를 통해 경영 전략을 다져온 인물로, 그의 경영 철학에는 필드에서 얻은 통찰이 깊이 배어 있다. 김 회장은 주말뿐만 아니라 평일에도 경기도 가평에 위치한 제이드팰리스CC와 경기도 고양시의 뉴코리아CC 같은 주요 골프장을 자주 찾는다. 제이드팰리스CC는 국내에서 회원권 가격이 가장 높은 고급 골프장 중 하나로, 김 회장이 비즈니스 파트너들과의 만남을 주선하는 장소로도 유명하다.

김 회장의 필드 경영은 단순한 취미 활동을 넘어 비즈니스의 연장선으로 활용된다. 그는 골프장에서 주요 임원들과 소통하며 그룹의 미래 전략을 논의하고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 올해 초 고문으로 물러난 금춘수 전 한화 부회장(72)과도 매주 금요일에 한 번씩 라운딩을 하며 주요 경영상의 이슈를 논의하는 시간을 갖고 있다. 금 전 부회장은 김 회장과 오랜 시간 호흡을 맞춰온 인물로, 두 사람의 라운딩은 단순한 취미 생활을 넘어 중요한 사업 현안과 전략을 논의하는 자리로 알려져 있다.

또한, 김 회장은 다른 주요 임원들과도 필드에서 정기적으로 골프를 치며,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그룹의 방향성을 논의하고 결정을 내리곤 한다. 이를 보여주는 일화 중 하나로, 한 임원이 "김 회장이 갑작스럽게 골프장에 호출할 경우를 대비해, 4계절 내내 승용차에 골프채와 골프복을 준비해둔다"고 할 정도다. 이는 김 회장이 골프장에서의 비공식적 대화를 중시하고, 필드에서의 논의를 경영의 중요한 수단으로 삼고 있음을 보여준다.

◇골프장 사업도 확장

김 회장이 자주 찾는 뉴코리아CC의 주인은 신고려관광으로, 재계 주요 인사들이 지분을 보유한 곳으로도 유명하다. 지난 2015년, 현대중공업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신고려관광 지분 40% 중 11%를 김승연 회장과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 단재완 해성그룹 회장 등에게 균등하게 분할 매각했다. 이 거래로 김승연 회장은 신고려관광에 대한 지분율을 20%에서 23.7%로 늘렸으며, 현대중공업의 지분율은 40%에서 29%로 줄어들었다.

이후 김 회장은 이 지분 매입을 통해 골프장 운영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했고, 뉴코리아CC는 한화그룹이 보유한 제이드팰리스CC와 함께, 김 회장의 필드 경영의 중요한 무대가 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골프와 한화의 도약

김 회장은 국내 골프장 운영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리조트형 골프장 사업을 추진하며 글로벌 시장 진출을 도모하고 있다. 그는 2004년에 일본 나가사키현의 오션팰리스CC를 인수해 경영 정상화에 성공한 바 있으며, 중국과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으로도 골프 사업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한화국토개발을 통해 동남아시아 지역의 리조트형 골프장 건설을 추진 중이며, 중국 최대 리조트 회사인 천륜콘도와 협력해 양국 간 회원 교류를 논의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골프장 사업 확장은 김 회장이 골프를 단순한 스포츠가 아닌, 한화그룹의 성장과 글로벌 전략을 위한 중요한 사업 수단으로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의 '필드 경영'은 한화그룹의 글로벌 확장과 사업 다각화에 있어 중요한 추진력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그는 한화그룹의 비전과 목표를 구체화하고 있다.

◇필드에서 다져진 한화의 미래

김승연 회장이 경영 현장에서 얻은 경험과 골프장에서 얻은 인내와 전략적 사고는 그의 리더십과 경영 철학에 깊이 스며들어 있다. 이러한 김 회장의 필드 경영이 한화그룹의 미래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 그리고 그가 골프장에서 다듬은 경영 구상이 앞으로 어떤 성과를 가져올지에 대해 재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홍선기 기자 imagin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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