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는 공정한가? 신고 사건 5건 중 1건은 접수 없이 폐기…본연의 역할 방기 논란

조승래 민주당 의원, 정무위 국감에서 문제 제기

정구학 기자 승인 2024.10.10 10:43 | 최종 수정 2024.10.10 11:00 의견 0
조승래 민주당 의원이 정무위 국감에서 질의하고 있다.[조승래 의원실 제공]

[비즈체크=정구학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매년 수천 건에 이르는 신고 사건을 처리하면서 약 5건 중 1건 이상을 사건으로 접수조차 하지 않고 폐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가 신고된 사건을 ‘민원’으로 회신하고 사건으로 등록하지 않은 채 종결하는 비율이 높아, 기관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대전 유성구갑)이 공정위로부터 제출받은 ‘신고 사건에 대한 민원 회신 내역’에 따르면, 공정위는 2019년부터 올해 8월까지 신고된 사건 1만9933건 중 22.1%인 4404건을 ‘민원’으로 회신하고 사건으로 등록하지 않은 채 종결했다. 이는 신고자가 공정위에 정식 사건으로 처리해달라고 요청한 사례들 중 상당수가 공식적인 사건으로 다뤄지지 않고 단순히 민원 회신 형태로 마무리된 것이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민원 회신으로 종결된 건수는 2019년 1043건에서 2022년 563건으로 줄어들었으나, 여전히 2023년에는 669건, 올해 8월까지도 501건에 달했다. 연 평균으로는 약 781건이 민원으로 처리되며 사건으로서의 조사와 심사가 진행되지 않았다. 연도별 비율로는 2019년 23.3%, 2020년 26.1%로 가장 높았고, 2022년 18.3%로 가장 낮았다. 이는 공정위가 접수된 신고의 5분의 1 이상을 사건으로 다루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원 회신 종결’은 사건 번호가 부여되지 않고, 사전 심사도 진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심사관의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종결되는 형태이다. 이는 ‘심사 불개시’와 차이가 있다. ‘심사 불개시’는 사건으로 등록한 후, 법적 요건에 부합하지 않거나 무혐의라고 판단될 때 내려지는 처분이지만, ‘민원 회신 종결’은 사건 등록 없이 이루어져 절차적 투명성이 결여된 상황이다.

공정위의 이러한 처리 방식은 공정거래법에서 정한 신고 사건에 대한 조사 원칙을 무시하는 것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정위는 누구든지 공정거래법 위반 사실을 신고할 수 있으며, 조사 결과를 신고인에게 통지해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건으로 등록해 처리해야 하지만, 공정위가 수천 건의 신고를 민원으로 처리하며 사건화하지 않는 사례가 많아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승래 의원은 “공정거래위원회는 경제적 약자가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이들을 지켜주는 버팀목 역할을 해야 한다”며, “그런데도 많게는 1000건이 넘는 신고를 접수조차 하지 않고 폐기하는 것은 공정위가 자신의 본연의 임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공정위가 신고 사건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조사하고 처리 절차의 투명성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자료는 공정위가 사건 처리 과정에서 사건 등록조차 하지 않고 종결하는 관행을 되짚어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공정위의 사건 처리 절차에 대한 투명성 강화와 함께 신고인의 권리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어, 향후 공정위의 대응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구학 기자 ghchung@naver.com

저작권자 ⓒ 비즈체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