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 고객 동의 없이 수신료 자동이체 등록…법령 미확인 처리로 논란 확산

조승래 민주당 의원,"KBS, 신용카드사에 수신료 자동이체 등록 요청하면서 절차 생략"

홍선기 기자 승인 2024.10.10 10:52 | 최종 수정 2024.10.10 10:54 의견 0

출처: 금융위 제출자료 (2024.5.29.자 한국방송공사 공문)

[비즈체크=홍선기 기자] 신용카드사들이 KBS의 요청에 따라 고객의 동의 없이 TV 수신료 자동이체를 무단으로 등록한 사실이 드러나며 논란이 일고 있다. 수십만 명에 이르는 고객의 동의 절차를 생략하고 자동이체를 일괄적으로 처리한 카드사들의 행동이 금융관계법 위반으로 이어질 수 있어, 그 책임과 적법성에 대한 비판이 커지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대전 유성구갑)이 금융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KBS는 신용카드사에 수신료 자동이체 등록을 요청하면서 전자금융거래법 15조를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이 조항은 은행 계좌이체에 적용되는 법령으로, 신용카드 자동납부와는 적용 범위가 달랐다. 금융위는 이를 명확히 해석했지만, 카드사들은 KBS의 요청에 대해 별도의 법령 검토나 유권 해석을 받지 않고 무리하게 등록을 강행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카드사들은 고객의 동의 없이 수신료 자동이체 정보를 등록하는 방식으로 수십만 건의 자동이체를 처리했으며, 이러한 행위는 금융의 기본 원칙인 고객 동의를 무시한 조치로 평가받고 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사전에 법령 해석에 대한 명확한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은 문제"라며 "고객의 권리 보호를 우선시해야 하는 금융기관으로서의 역할에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KBS는 카드사에 보낸 공문을 통해 기존 전기요금 자동이체 정보를 TV 수신료에 그대로 적용해 추가적인 동의 절차 없이 수신료 자동납부를 진행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KBS가 금융위원회에 공식적으로 요청한 해석이 아니었고, 오히려 수신료 수입 감소를 우려한 자의적인 해석에 가까웠다. 이러한 KBS의 주장을 카드사들이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채 수용하고, 고객 동의 없이 수신료를 일괄 등록한 점에서 카드사들의 책임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카드사들의 이러한 처리 방식은 KBS의 수신료 분리징수 시행 이후 수신료 수입이 급감하면서 이를 막기 위해 서둘러 처리한 결과로 풀이된다. KBS는 8월 기준 수신료 수입이 494억 원으로 전월 대비 65억 원이 줄어드는 등 재정적 부담을 겪고 있었다. 수납률 역시 85.6%로 떨어지면서 KBS는 수신료 수입 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태였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도 카드사들은 고객 동의를 확인하는 절차를 무시한 채 KBS의 요청에 따라 대규모 자동이체 등록을 처리한 셈이다.

조승래 의원은 이에 대해 강하게 비판하며 "고객의 동의 없이 자동이체를 등록하는 것은 신용이라는 금융의 대원칙을 훼손하는 행위"라며 "카드사들은 고객의 신뢰를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금융기관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태에서 금융기관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금융당국은 카드사와 KBS의 금융관계법 위반 여부를 철저히 조사해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번 사건은 금융기관으로서의 신용카드사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중요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카드사들이 KBS의 요청을 받아들여 무단으로 수신료 자동이체를 등록한 것은 금융소비자의 권리와 관련된 중요한 문제로, 향후 금융당국의 조사 결과에 따라 신용카드사들에게 큰 파장이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번 사태는 신용카드사들이 법령 해석과 고객 동의 절차의 중요성을 간과한 사례로 기록될 수 있다"며, 금융기관의 철저한 책임 의식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결국 KBS의 수신료 수입 감소를 막기 위한 조치에서 비롯된 이번 논란은 공영방송의 도덕성과 함께, 신용카드사들의 고객 신뢰 저하 문제까지 불러일으키며 금융 시장 전반에 파장을 미치고 있다. 금융당국의 조사가 진행되며, KBS와 카드사 간의 법적 책임 소재가 명확히 밝혀질지, 그 결과에 많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홍선기 기자 imagin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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