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 교육 해법, 인간교육

학교와 기업입사 시험을 인간교육 중심으로 바꿔야...해당 분야 전문성, 융합창의력 등 균형으로 가려야

bizcheck114@naver.com 승인 2024.06.10 09:44 의견 0

교육의 본질은 개인의 잠재된 능력을 끌어내어 실현시키는 데 있다. 개인의 개성을 온전히 드러내기 위해서는 총체적인 접근 방법이 필요하다. 어떤 특수한 교육만으로는 개인의 성향을 조화롭게 개발할 수 없다. 그러나 지금의 교육은 총체적 인간성보다는 특수한 분야의 기술자를 만드는 데 집중되어 있다. 산업혁명 이후 전 세계 교육은 서구 중심의 분업화된 교육에 함몰되었다. 모든 영역에서 시험으로 평가하고, 점수에 따라 전문 인력의 등급을 매긴다. 각 분야별로 차등화된 인간의 가치가 사회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문제는 그 가치가 AI시대에 맞지 않는 데 있다.

예로부터 교육은 입신양명의 수단이었다. 한마디로 모두가 물질적으로 성공하기 위해 교육에 몰두했다. 그렇다면 AI시대 어떤 사람이 가장 성공할 것인가? 이 문제의 해답을 록펠러의 사례에서 엿볼 수 있다. 미국에 자동차가 보급되기 시작하자, 록펠러는 자동차의 필수 연료인 석유를 장악해서 자동차 산업을 주도한 헨리 포드보다 많은 돈을 벌었다. 이 사실을 비추어보면, AI시대 가장 경제적인 사업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AI 자체를 개발하는 것보다, 그것을 바르게 활용해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을 개발하는 일이 훨씬 부가가치가 높은 사업이라고 생각된다.

그렇다면 AI가 구현할 수 없는 인간만의 가치는 어디에 있을까? 나는 《융합창의력과 인간교육》에서 인간이 AI와 다른 차이점을 6가지로 제시한 바 있다. 첫째, 인간은 독특한 생명력을 지니고 있다. 둘째, 인간은 무한한 교감능력이 있다. 셋째, 인간은 도덕의식이 있다. 넷째, 인간은 평화의식을 갖고 있다. 다섯째, 인간은 무의식이 있다. 여섯째, 인간은 영성(靈性)을 지니고 있다. 인간 본연의 특성들을 함양하는 인간교육이 교육의 중심이 될 때, 물질과 정신을 조화시키는 융합창의력이 향상되고, 우리나라가 융합문명을 선도하는 국가가 될 수 있다.

인간교육을 통해 몸과 마음과 삶의 조화를 이루어내면, 인간의 생명력과 교감능력은 극도로 향상될 수 있다. 보편적 도덕의식과 평화의식은 개인의 각성이 사회로 확장될 때 가능하다. 무의식과 영성의 개발은 인간교육을 넘어 수행의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인간교육과 수행은 서로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인간의 독특한 생명력에서 평화의식 함양까지가 융합문명의 시대를 여는 인간교육의 토대라면, 무의식과 영성을 깨우는 일은 인간교육의 토대 위에서 의식의 극적 상승을 이룰 때 가능하다. 서구의 관념적 교육으로 올라갈 수 있는 최고 단계는 평화의식이다. 개념적 사고는 아무리 발전해도 관점의 변화일 뿐, 물리적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 양자컴퓨터가 상용화되면, 인간은 관념적 사고방식으로는 AI를 상대할 수 없다.

특이점 시대가 오면, 의식혁명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인간의 관념을 근원적으로 깨는 의식의 대전환이 이루어져야, 인간은 AI에 종속되지 않기 때문이다. 물리적 한계를 벗어나려면, 고대 동양의 수행문화가 필요하다. 수행문화가 보편화되면, 의식혁명을 통해 물질과 정신을 융합한 신인류가 등장할 수 있다. 이때 비로소 융합문명사회를 넘어 초융합문명사회가 이루어진다. 물론 인류 전체가 성인(聖人)에 버금가는 의식 수준이 될 수는 없다. 21세기 문명사회에서도 지구 한 편에서는 아직도 원시종족이 있는 것처럼, 그때도 무지몽매한 인간들은 여전히 있을 것이다.

AI는 교육의 관점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앞으로 AI를 상대해서 정보나 기술로 이길 수 있는 인간은 없다. 인재 등용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과 같은 시험제도는 본질과 현상을 함께 통찰할 수 없는 단편적인 교육, 일방적인 교육행정 시스템, 그리고 과대 포장된 교육산업 등을 계속 양산할 수밖에 없다. 어찌 보면, 시험제도가 교육의 본질을 망치고, 본질에서 소외된 인간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마치 동양에서 인재등용의 방법으로 활용된 과거제도가 동양사회를 경직시키고, 결국 파국으로 이끈 것과 다름이 없다.

시험제도를 혁명적으로 바꾸는 길이 교육을 근본적으로 전환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그러나 초중고에서 대학까지 시험제도를 없애는 것은 쉽지 않다. 이와 관련한 정부의 교육제도와 민간 교육사업의 조율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방법은 있다. 기업의 직원채용 방식을 완전히 바꾸면 된다. 예를 들어, 인간교육의 수준 정도를 중심으로, 해당 분야의 전문성, 융합창의력 등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가를 선별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 기업의 입사 방식이 바뀌면, 자연스럽게 학교의 시험제도도 바뀌게 된다.

지금까지의 교육은 양면성을 지녔다. 공동체 발전에 기여한 인재의 양성도 많이 했지만, 사회악을 키우는 측면도 적지 않았다. 시험점수만 높은 일그러진 영웅들이 조직사회를 망친 사례를 우리는 그동안 많이 보았다. 사회의 양극단을 조화롭게 조율하는 균형인재 양성에 교육의 목적을 둘 때, 우리 사회는 지속가능하다. 인간교육으로 교육의 균형을 잡자.

수행문화전문가 = 서동석 박사 eastosuh@daum.net

고려대학교 대학원 영문학과를 졸업(문학박사)했고, 현재 에머슨하우스 교육연구소 소장이다. 서남대학교 영문학과 교수, (재)대상문화재단 이사 겸 동천불교문화재단 상임이사 겸 반야연구소 소장, 고려대학교, 광운대학교, 단국대학교 강사 등을 역임했다. AI시대 융합문명사회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인간교육과 수행에 관한 집필과 연구개발을 주로 하고 있다.

2024학년도 수시모집 논술시험이 치러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에서 2023년 11월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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