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체크=홍혜연 기자] 금융감독원 채용시험에서 벌어진 쌍둥이 형제의 대리 응시 사건이 법의 심판대에 올랐다. 두 형제는 비슷한 외모를 악용해 채용 절차를 교묘하게 속이려 했으나, 결국 법원에서 실형과 집행유예라는 상반된 판결을 받았다.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형사4단독 강지엽 판사는 24일 업무방해 및 공문서 부정행사 혐의로 기소된 쌍둥이 동생 A(35)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A씨의 형 B씨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A씨가 형을 대리 응시자로 내세워 두 금융기관의 채용 시험에 동시에 응시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 같은 판결이 내려졌다.
검찰 수사에 따르면, A씨는 지난해 9월 금융감독원 1차 필기시험에서 자신의 주민등록증을 이용해 외모가 비슷한 형 B씨에게 대신 시험을 치르게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동시에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 채용시험에 지원했으나, 두 기관의 1차 필기시험 날짜가 겹치자 이 같은 대리 응시를 계획한 것으로 밝혀졌다.
A씨는 대리 응시한 금융감독원 1차 시험과 자신이 직접 치른 한국은행 시험에서 모두 합격했다. 이후 금융감독원의 2차 필기시험과 면접시험은 본인이 직접 치러, 대리 응시 사실을 숨겼다. 한국은행 최종 합격 후 금융감독원 면접은 포기했으나, 이 대리 응시 사실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 의혹이 제기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건이 공개되자 한국은행은 즉각 감사에 착수했고, 진상을 파악한 뒤 쌍둥이 형제를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금융감독원 측에서도 대리 응시 사건으로 인해 채용 공정성이 크게 훼손되었다며 엄중한 대응을 요구했다.
재판부는 판결에서 "A씨는 형을 통해 동시에 두 금융기관의 채용 절차에 응시할 기회를 얻어 공정성을 심각하게 저해했다"며 "범행 수법과 결과에 비춰볼 때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성실히 준비해온 금융감독원 지원자들에게 큰 피해를 입혔으며, 이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다만, 형 B씨에 대해서는 다소 관대한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동생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 점과, 이전에 범죄 전력이 없는 초범이라는 점을 감안했다"고 설명하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이번 판결은 금융업계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특히, 주요 금융공기업의 채용 시험이 오는 28일 일제히 예정되어 있는 가운데,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다시 한번 고조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채용 공정성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금융권 내 채용 절차에 대한 신뢰 회복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채용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행위는 금융기관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심각한 문제"라며 "이와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더욱 철저한 관리와 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정부지법 남양주지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홍혜연 기자 hongyang042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