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체크 = 박용설 역사 칼럼니스트] “물의 도시 베네치아! (영문명 ; 베니스)” 그 이름만 들어도 가슴 설레이는 ‘봄처녀’ 같은 도시다.

동화속 미소년 같이 풋풋한 곤돌라를 타고 끌없이 이어진 수로를 따라 골목 골목을 누비다 보면 아련히 어릴적 동심으로 돌아가 꿈 많던 시절의 나를 발견 하게 된다.

오버투어리즘으로 몸살이 날 정도로 방문객이 차고 넘치는 베네치아는 언제부터 이런 모습으로 건설 되었을까?

5세기경 로마제국이 쇠퇴하면서 수많은 이민족의 침략을 피하기 위해 바닷가 갯펄에 말뚝을 밖고 집을 짓기 시작하였다. 늪과 바다로 둘러 싸여 있어 침략자들의 접근이 어려웠고 수산물과 소금 이외에는 먹을 것도 없어 침략자들도 별로 탐내지 않아 독립적인 국가로 성장 할수 있었다.

이들은 무역 이외에는 먹고 살길이 없어 카르타고처럼 교역에 국가의 모든 역량을 결집하여 10세기부터는 아드리아해의 패권을 장악하고, 13세기에는 지중해와 유럽을 연결하는 무역의 중심지로 발전한다.

베네치아의 상징 ‘산마르코 성당’

산마르코 성당은 그야말로 화려함의 대명사다. 처음 보면 “오, 예쁜 성당!”이라고 생각 할수도 있지만 조금더 들여다 보면 이 성당은 그 자체로 베네치아 건축 역사를 나타내고 있다.

이 성당은 비잔틴 건축의 영향을 많이 받았는데, 이탈리아에서 왜 비잔틴 영향을 받았는지 의아한 사람도 있겠지만, 비잔틴제국과 베네치아는 동서양을 잇는 활발한 교역과 함께 문화와 예술의 교류도 매우 많았다. 베네치아 건축가들은 자연스럽게 화려한 비잔틴 양식을 참고하고 재해석하여 성당 건축에 도입, 최고의 건물을 지으려고 노력하였다.

한가지 재미있는점은 비잔틴 건축이 양식은 아주 찬란하고 가분수 처럼 디자인은 약간 과했다는 점이다. 어떻게 보면 부자연스럽게 화려한 것들이 오히려 치장을 좋아하는 베네치아인들의 특성과 잘 부합되어 산마르코 성당이 탄생했다고 볼 수 있다.

828년경 착공, 1094년 완공하고 이후 추가적인 장식과 개보수 작업을 하여 16세기에 현재의 모습으로 완성 되었다. ‘에르만노스 바르디’ ‘조반니 피오렌티노’ ‘안드레아 팔라디오’등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여러명의 유명한 건축가들이 참여하여 지금의 모습에 이른다.

천장과 벽 전체를 빈틈없이 순금 모자이크로 장식한 산마르코 성당 내부

베네치아의 부자들은 물론 평민들까지도 천국을 가기 위해 막대한 금을 성당에 바쳤다.

이 금으로 순금 모자이크를 만들어 천장과 벽체를 도배하듯 빈틈없이 화려하게 수를 놓았는데, 2000~3000kg에 달하는 막대한 양으로 추정된다.

상업의 중심 리알토 다리

리알토 다리는 베네치아에서 가장 유명한 다리이다. 이 다리는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베네치아 상업의 중심지이다.

1588년 ‘안드레아 파블리니’라는 건축가가 나무로 지어졌던 다리를 헐고 대리석을 사용하여 석조 다리를 완공하였다.

고대 로마에서 사용하다 대가 끊긴 반원형 아치구조를 사용하여 다리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아치 처럼 보이게 하였는데 당시 기술로는 대단히 혁신적 기술이었다.

그리고 다리위에는 상점들이 있는 아케이드를 만들었는데 이 역시 처음 시도된 것이었고 지금은 명품시계점,보석상들이 즐비하다.

베네치아 상거래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은 덕분에 경제와 상업의 중심지로 발돋움 하였다.

당시 최고의 인기 품목인 오리엔트산 후추를 비롯한 향신료와 비단등 유럽에 공급되는 물량의 대부분이 이곳에서 거래 되었으며 각 품목의 유럽가격을 결정하는 기준지수까지 도입하였다.

“요즘의 뉴욕 월가 금융시장과 비슷한 역할이라 생각하면 된다.”

두칼레 궁전과 비오는날의 산마르코 광장

두칼레는 베네치아 지도자를 의미하는데 이 궁전은 두칼레의 거처이자 정치적 권력을 행사하는 곳이었다. 고딕 양식으로 지어진 두칼레 궁전은 세련돤 디자인과 강한 정치적 상징성을 갖추고 있다.

당시 베네치아는 상업과 정치의 중심지였고, 두칼레 궁전은 그 중심에서 정치인들이 회의를 하고 결정을 내린 장소였다. 궁전 안에는 회랑과 큰 홀이 있어 그 당시 정치적 행사들이 얼마나 중요하고 엄숙하게 진행 되었는지 느낄수 있다. 이 건물은 단순한 궁전이 아니라 베네치아의 정치적 상징 이었던 것이다.

두칼레 궁전은 건축가 안드레아 팔라디오와 마르코 피차르디의 작품으로 고딕양식과 르네상스 양식을 혼합하여 1438년 완공되었다. 궁전 외관의 세밀한 조각들과 아치형 디자인은 이탈리아 고딕 건축의 진수를 보여준다.

1720년 산마르코 광장에 개업한 ‘카페 프로리안’은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커피하우스 이다.

3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괴테, 카사노바, 바이런, 루소, 나폴레옹 전설적 명사들이 다녀갔고 지금은 전세계 관광객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카페 프로리안’에서 커피 한잔으로 역사적인 공간을 체험하고 산마르코 광장의 낭만에 빠져보는것도 묘미가 아닐까?


박용설 역사 칼럼니스트 finder5300@hanmail.net

금융회사에 30년간 근무하고 마라톤을 뛰고 있다.

로마사에 흠뻑 빠져 관련책을 섭렵하고 있으며 고대로마의 역사현장에 가서 배우기 위해 로마와 그리스등에서 직접 ‘한달살기’ 체험을 하면서 공부하는 열혈 역사 연구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