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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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 석판 [교보생명 제공]

[비즈체크=이은주 기자] 7년을 끌어온 교보생명의 풋옵션(특정 가격으로 주식을 팔 권리) 분쟁이 마침내 해결 수순에 들어갔다. 2018년부터 이어진 글로벌 사모펀드와의 갈등이 ‘합리적 타협’이라는 결론으로 귀결되면서,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해법이 주목받고 있다.

◇어피니티·GIC, 교보생명 지분 매각… 분쟁 종결 수순

교보생명은 7일 글로벌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와 싱가포르투자청(GIC)이 각각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9.05%, 4.50%)을 신한투자증권, SBI그룹 등 금융사에 매각했다고 발표했다. 거래가격은 초기 투자 가격(주당 24만5000원)보다 1만1000원 낮은 23만4000원으로 알려졌다.

당초 업계에서는 어피니티가 풋옵션 행사 가격으로 주당 41만원을 주장한 반면, 교보생명은 2023년 8월 자사주 매입 기준가(19만8000원)를 근거로 제시해 가격 협상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최근 어피니티의 내부 경영진 교체와 지속적인 대화 끝에 합의점이 도출됐다. 이에 대해 교보생명 측은 “시장 가치와 투자자들의 기대를 고려한 상호 윈윈(win-win) 결과”라고 평가했다.

이번 거래로 2012년 교보생명 지분 24%를 인수하기 위해 구성된 어피니티 컨소시엄 중 두 개 펀드가 자금 회수를 결정하면서 사실상 컨소시엄 해체 수순에 돌입했다. 남아 있는 재무적 투자자 IMM PE·EQT(각각 5.23% 보유)도 조만간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이며, 풋옵션 분쟁이 곧 완전히 마무리될 전망이다.

◇신창재 회장의 ‘합리적 타협’… 극한 대립 피했다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은 오랜 기간 이어진 갈등을 극단적인 소송전으로 끌고 가지 않고, 단계적으로 해법을 모색했다. 그의 전략은 ‘현실적인 협상’을 통해 시장이 수용할 수 있는 가격선에서 절충점을 찾는 것이었다.

지난달 7일 신 회장은 어펄마캐피탈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5.33%를 주당 19만8000원에 매입했다. 이는 풋옵션 행사 가격(39만7900원)과 큰 차이가 있었지만, 협상을 통해 합리적인 수준에서 매각이 이뤄졌다. 이후 어피니티와의 협상도 같은 방식으로 진행돼 가격 격차를 좁히는 데 성공했다.

민병철 어피니티 한국 총괄대표는 “모든 이해당사자가 만족할 수 있는 방향으로 협의해 합의에 이르렀다”며 “교보생명의 지속적인 성장과 발전을 응원한다”고 밝혔다. 신 회장 역시 “주주 간의 적절한 협의를 통해 시장이 받아들일 수 있는 가격으로 협상이 성사된 점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이제 교보생명은 지주사 전환과 미래 성장 전략에 더욱 집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2년 계약이 불러온 7년 갈등

이번 분쟁의 출발점은 20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어피니티 컨소시엄은 대우인터내셔널로부터 교보생명 지분 24%를 주당 24만5000원에 인수하면서, 신 회장과 ‘기업공개(IPO) 조건부 주주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 따르면 2015년 9월까지 교보생명이 상장되지 않으면, 어피니티는 신 회장에게 지분을 되팔 수 있는 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교보생명의 상장은 성사되지 않았고, 어피니티는 2018년 주당 41만원의 가격으로 풋옵션을 행사했다. 신 회장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양측은 국제 중재 소송을 벌이며 법적 공방을 이어왔다. 어펄마캐피탈 역시 39만7900원에 풋옵션을 행사하며 유사한 갈등을 겪었다.

하지만 최근 신 회장이 어펄마캐피탈의 지분을 인수하고, 어피니티와도 원만한 합의를 도출하면서, 교보생명의 지배구조 불확실성이 점차 해소되고 있다.

◇교보생명, 지주사 전환 가속화

이번 풋옵션 분쟁이 해결되면서 교보생명은 지주사 전환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일찌감치 금융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을 예고한 바 있으며, 이에 따라 교보생명과 자회사 간의 지배구조 재편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로 인해 교보생명의 IPO 가능성이 다시 열릴 것”이라며 “지주사 전환과 함께 새로운 투자 유치가 활발히 이루어질 경우, 시장 내 교보생명의 위상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7년간의 갈등을 ‘합리적 타협’으로 마무리 지은 신 회장의 행보가 향후 교보생명의 성장 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은주 기자 leigh8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