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의 비결은 자신에게 있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삶의 인과(因果)를 조화롭게 유지하기

bizcheck114@naver.com 승인 2024.09.02 10:12 | 최종 수정 2024.09.02 10:28 의견 0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월정사에서 신축년 하안거 결제 법회를 마친 스님들이 수행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비즈체크=서동석 수행문화전문가] 영원히 젊음을 유지하고 싶은 것은 모든 인간의 잠재적 욕망이다. 더불어 뭔가 신비한 사물이나 장소에서 영생의 비결을 찾는 심리는 동서고금의 보편적 현상이다. 진시황제도 그와 같은 심정으로 현재 우리의 강토(疆土)로 추정되는 동방에서 불로초를 찾고자 했다. 그러나 성인(聖人)들의 말씀을 종합하면, 생명의 신비는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가까운 우리 삶속에 있다. 일상의 평범한 현상 속에, 영원불멸의 진리이자 생명의 신비가 함께 있다. 그런데도 우리는 생명의 도리를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현대 생명과학에서도 이러한 경향을 엿볼 수 있다. 생명의 신비를 캐고자 하는 의학적 노력의 산물들이 역으로 생명을 왜곡하는 사례들이 우리 주변에 많이 있다. 예를 들어, 신약과 백신 개발이 오히려 어떤 사람들에게는 생명을 위협하는 경우를 왕왕 볼 수 있다. 사실 어떤 특수한 약이 어떤 질병에 100퍼센트 효과를 보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대부분의 약은 항생 작용이나 대증요법으로 증상을 일시적으로 완화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사실 나머지는 우리 자신의 섭생(攝生)이 병을 치료한다. 우리 몸은 스스로 생태적 균형을 조율하는 자정능력(自淨能力)을 갖추고 있다. 그렇다고 의학적 치료를 반대하거나 경시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사실은 우리 자신이 질병 치료의 주체라는 점이다. 앞선 칼럼 〈심신의학(心身醫學)〉에서, 정기신(精氣神)이 건강관리의 핵심이라고 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섭생 차원에서 정기신의 관리는 몸과 마음과 삶을 종합적으로 균형 유지하는 일체의 행위를 말한다. 평소의 삶이 건전한 사람은 질병에 잘 걸리지 않는다. 특별히 유전적 요인이나 사고가 아니라면, 대부분의 병은 생활습관에서 시작된다. 생명 에너지가 왕성할 때는,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인한 병세가 잘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미약한 물방울이 장시간에 걸쳐 바위를 뚫듯이, 그릇된 습관들이 쌓이고 쌓여 임계점을 넘어가면 생명력을 급격히 떨어뜨리게 된다.

건강한 생활습관은 종합적인 결과물이다. 좋고 나쁨을 종합해서, 좋은 요인들이 많을수록 보다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 이 점에서, 좋은 생활습관의 기준을 세우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모든 생명활동의 중심은 자기 자신이다. 각자 살아가는 삶의 인과는 다른 사람들과 다르기 때문에, 먼저 자신의 중심을 찾는 데 중점을 두어야 세상의 거친 흐름에 휩쓸리지 않는다. 자신의 생명력은 자신의 삶속에 그 원인과 결과를 내포하고 있다. “너 자신을 알라(Know Thyself).”고 한 소크라테스의 말씀은 영원한 삶의 핵심이 우리 자신에게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경종과 같다.

우리는 서로 각자 독특한 존재다. 차별성은 모든 생명의 기본적인 특징이다. 생명의 일차적인 차별성은 체질과 성향의 차이로 나타난다. 한의학에서는 사람의 체질을 4가지, 즉 태양인(太陽人), 태음인(太陰人), 소양인(少陽人), 그리고 소음인(少陰人)으로 분류하고 있다. 체질에 따라 성향을 분석하고 음식, 운동 등의 섭생방법을 달리 처방한다. 사주팔자(四柱八字)로 성향과 체질을 분석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두 통계적인 자료에 불과하다. 요즘 유행하고 있는 MBTI 성격분석도 과학적이지 않다. 자신을 특정한 틀에 가두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실 우리는 모든 체질과 성향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 그 정도의 차이가 상대적으로 크거나 작을 뿐이다. 더욱이 현재 삶의 조건과 상황이 시시각각으로 변하기 때문에, 체질과 성향이 발현되는 인과(因果)의 상황은 수시로 달라진다. 따라서 특정한 체질이나 성향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건강에 좋다. 보도매체에서 어떤 특별한 음식이나 약을 광고하면, 마치 그것이 불로장생의 특효약인 것처럼 과대 포장하는 경향이 많다. 그러나 사람마다 인연이 다르듯이, 자신에게 맞는 건강식품이나 약의 인연도 다르다. 또한 자신의 인과 변화에 따라, 맞는 식품이나 약도 변한다.

상업광고 속에는 사람들의 마음을 끌기 위한 여러 가지 전략이 숨어있다. 그러므로 자본주의의 속성과 건강문화를 구별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우리 몸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무수한 물질들의 인연화합으로 유지되고 있다. 어떤 특정한 것을 지나치게 주장한다면, 건강 상식에 위배되는 일이다. 이러한 이치로 특별한 건강법을 지나치게 고집하는 경우에도, 건강을 저해할 수 있다.

삶의 인과는 사람마다 다르다. 따라서 건강한 사람들의 건강법을 무조건 따라 할 필요는 없다. 다만 여러 건강법을 참고해서, 자신의 삶의 변화에 맞게, 그때그때 적절한 건강법을 활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나의 중심을 잡되, 나에게도 집착하지 않는 태도가 건강한 삶의 핵심 비결이다. 무엇보다 인과의 변화를 꿰뚫어 보는 지혜가 건강한 삶으로 인도하는 등불이기 때문에, 나는 지혜수행을 강조한다.

차별성과 상반되는 생명의 또 다른 특징은 포용성이다. 우리 자신은 사회의 일원으로서 공동체의 생명관계 속에 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가 조화로운 균형을 이루지 못하면, 건강한 삶을 오래 유지할 수 없다. 이 점에서, 건강한 삶의 비결은 겸양(謙讓)에 있다. 자신을 너무 내세우는 사람은 건강과 행복을 오래 누릴 수 없다. 예를 들어, 힘이 센 사람은 과도하게 힘을 앞세우다가, 자신의 생명을 해치기 쉽다. 머리가 너무 좋은 사람은 지나치게 잔꾀를 쓰다가, 스스로 파놓은 함정에 빠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현자(賢者)는 자신을 중심으로 다른 사람들과 조화를 유지하는 법이다.

건강은 건전한 상식을 회복하는 일이다. 우리의 상식은 자신과 남을 분별하는 경계의 상식이라면, 성인의 상식은 중심을 잡고 경계를 넘어가는 완전한 지혜의 상식이다. 자신의 중심을 인류사회의 모든 생명으로 확장할 때, 영원한 생명력을 얻을 수 있다. 지혜와 더불어 사랑과 자비는 생명을 지키고 확장하는 좌우의 날개와 같다. 성인(聖人)들의 정신이 시대와 공간을 초월해서 영원히 우리들의 삶에 커다란 동력으로 작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수행문화전문가 = 서동석 박사 eastosuh@daum.net

고려대학교 대학원 영문학과를 졸업(문학박사)했고, 현재 에머슨하우스 교육연구소 소장이다. 서남대학교 영문학과 교수, (재)대상문화재단 이사 겸 동천불교문화재단 상임이사 겸 반야연구소 소장, 고려대학교, 광운대학교, 단국대학교 강사 등을 역임했다. AI시대 융합문명사회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인간교육과 수행에 관한 집필과 연구개발을 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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