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체크=정구학 기자] 서울 중구 퇴계로에 위치한 서울백병원 부지의 공공의료부지 지정 계획이 사실상 무산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5일 서울시와 중구청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별도의 지정 계획이 없다”고 밝혀, 수년간 논의됐던 도심 공공의료 시설 유지 방침이 유된 것으로 보인다.
서울백병원은 인제학원 소속 병원으로, 지난해 폐원 이후 서울시가 해당 부지를 공공의료시설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최근 해당 부지가 도시재정비 지구로 편입될 예정이라는 소식과 함께 상업용 개발 가능성이 본격화되면서, 도심 의료 공백에 대한 시민사회의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정치권과 의료계 일각에서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대권 도전을 포기한 이후 강북 지역 공공정책에 대한 의지가 약화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는 과거 별도의 연구 용역을 검토했으나, 현재는 추진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공공의료는 이해당사자 논리에 따라 흔들려서는 안 되는 최소한의 사회 안전망”이라며 “지금이라도 서울시가 책임 있게 입장을 재확인하고, 정책 방향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백병원 부지는 의료 접근성이 취약한 중구 지역에 위치해 있으며, 도심 내 유일한 공공의료 확충 적지로 평가받는다.
서울시는 필수 의료 기능 유지를 전제로 해당 부지 개발을 검토해왔으나, 최근 사실상 ‘침묵 모드’로 전환하면서 도심 의료 기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는 서울시가 그동안 추진해온 강북-강남 균형발전 정책에도 역행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한편, 서울시가 의료부지 지정을 미루고 있는 사이 인제학원 측은 상업용 매각을 모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계와 시민사회, 정치권 관계자들은 “전 세계적으로 도심이 다시 거주 공간으로 주목받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오세훈 시장이 강북 도심 재생 의지가 있다면 서울백병원 부지가 의료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2023년 6월 서울 중구 서울백병원 입구에서 서울백병원 직원과 노조원들이 폐원안 의결에 반대하며 피케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구학 기자 ghchu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