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히말라야 산맥에 있는 인도 라다크 판공호수.[연합뉴스]

[비즈체크=서동석 수행문화 전문가] 인류사회가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 유형이 있다. 가장 일반적인 역사적 사례로, 지배세력의 무능함 때문에 혁명적 변화가 일어난다. 예를 들어, 민중들에 의한 자연발생적인 혁명, 일부 집권세력의 역성혁명, 외부의 굴욕적인 주권침탈 등으로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경우다. 전혀 다른 각도에서,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변화가 촉진될 수도 있다. 가령, 유럽의 종교혁명은 종교의 부패가 원인이지만, 종교혁명이 널리 퍼질 수 있었던 것은 인쇄술이 개발된 덕분이다. 산업혁명 이후에는 경제 주도권을 가진 세력이 변화를 좌우했다. 가장 이상적인 변화는 내부에서 자발적인 각성과 노력으로 이루어내는 도덕적인 변화다.

인류사의 변화는 형태에서는 차이가 크지만, 그 내용에서는 정신문화와 물질문화의 양극단 사이의 시소게임과 같다. 양극을 조율하는 주체는 사람이기 때문에, AI시대의 문명사적 변화도 인간의 선택일 수밖에 없다. AI의 개발과 활용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앞으로 인류사회의 모습은 크게 달라진다. 특히 미래사회의 존망은 시대의 변화에 대비하는 사람들의 의식 수준과 도덕성에 달려있다.

‘법고창신(法古創新)’이란 말이 있다. 옛것을 본받아 새것을 만든다는 의미다. 나는 우리 사회의 변화를 바르게 유도할 실마리를 에머슨(Ralph Waldo Emerson)의 사례에서 찾고 있다. 초절주의의 모태가 되는 에머슨의 대표저작 《자연》이 발행된 1836년에 결성된 초절주의 클럽(Transcendental Club)은 바른 시대정신을 끌어낸 모범적 사례가 되고 있다. 에머슨을 중심으로 모인 사람들이 시대의 문제를 깊이 성찰하고,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데 기울인 진실한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초절주의 클럽에서 무엇보다 눈여겨볼 대목은 종교의 문제를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대응했다는 사실이다. 청교주의 전통이 강한 미국 동부지역에서 기독교의 문제점들을 정면으로 지적하고, 개선 방향을 모색한 것은 가히 혁명적인 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당시 미국 사회의 상황에서는 파격적인 에머슨의 종교관은 1838년 하버드 신학대학의 초청 강연인 〈신학교 연설〉에서 정점을 이룬다. 그 핵심은 이미 《자연》의 시작 부분에서 밝힌 내용과 직결된다.

“앞선 세대들은 신과 자연을 마주 바라보았다. 반면 우리는 그들의 눈을 통해서 보고 있다. 왜 우리는 우주와의 원초적 관계를 누릴 수 없는가? 왜 우리는 전통이 아닌 통찰에 의한 시와 철학, 그리고 그들의 종교의 역사가 아니라 우리에게 계시된 종교를 가질 수 없는가?”

과거나 현재나, 대자연과 우주의 신성한 법칙은 변화가 없다. 그러나 당시 19세기 미국의 종교 현실은 본질보다는 형식에 치우쳐, 인간 본성을 자유롭게 구현하는 것을 막고 있었다. 에머슨은 예수의 보편정신에 근거해서 인간의 신성을 강조했지만, 그 보편성이 오히려 혁명적인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만큼 종교사회가 혼탁했다는 방증이다. 에머슨이 제기한 종교의 근본문제는 당시 미국 사회에서 보수와 진보 간의 치열한 논쟁과 싸움을 일으켰다.

그러나 초절주의 클럽에 모인 사람들의 진정성과 높은 도덕성에 감화를 받은 젊은 세대들이 점차 늘어나면서, 에머슨의 인본주의 정신은 미국 르네상스의 원동력이 되었다. 또한, 그의 정신은 특정 종교의 형식을 넘어 모든 종교를 통섭하는 계기가 되었다. 미국에서 다양한 종교의 사람들이 합심해서 강력한 국가를 건설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바로 이러한 에머슨의 보편적 정신문화가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

우리 사회가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서는 종교가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종교의 문제점을 잘 알면서도, 서로 말을 삼가고 있다. 이렇게 해서는 사회를 바르게 변화시킬 수 없다. 종교의 당면한 문제들을 직시하고, 바른 해법을 제시하는 것이 진정한 융합문명시대를 맞이할 수 있는 길이다. AI시대는 모든 종교가 급속도로 하나로 융합할 수밖에 없는 문명사적 흐름 속에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는 무엇보다 먼저 국민의식을 깨우는 한국적 르네상스가 필요하다. 그와 더불어 종교혁명을 넘어 보편적 정신혁명으로 의식상승을 단계적으로 높여, 신문명사회를 준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람들의 의식을 깨우는 데 필요한 내용은 이미 성인(聖人)들이 모두 말씀해놓았다. 이론가의 관념적인 이론이 아닌, 모든 생명을 포괄하는 성인들의 보편적 정신과 지혜로, ‘우주와의 원초적 관계’를 누릴 수 있는 역량을 기르는 방향이 AI시대에 인류가 살아남는 길이다.

시대의 정신은 소수의 깨인 사람들이 선도하는 법이다. 에머슨하우스 교육연구소는 수행문화와 인간교육이란 측면에서 에머슨의 초절주의 클럽과 같은 모임을 통해 새로운 변화의 물꼬를 찾고자 한다. 뜻있는 사람들이 모이길 희망한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는 말씀을 나는 믿는다. 바른 정신을 갖춘 사람들과 더불어 수행문화와 인간교육에서 새로운 생태계를 조성한다면, 기존 산업계와 충돌 없이 완전히 새로운 건강교육문화 융합산업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

수행문화전문가 = 서동석 박사 eastosuh@daum.net

고려대학교 대학원 영문학과를 졸업(문학박사)했고, 현재 에머슨하우스 교육연구소 소장이다. 서남대학교 영문학과 교수, (재)대상문화재단 이사 겸 동천불교문화재단 상임이사 겸 반야연구소 소장, 고려대학교, 광운대학교, 단국대학교 강사 등을 역임했다. AI시대 융합문명사회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인간교육과 수행에 관한 집필, 연구개발과 더불어 수행건강교육문화 보급에 나서고 있다.

<방문 강의 및 컨설팅>

《어둠을 밝히는 지혜》의 발행을 시작으로, 에머슨하우스 교육연구소는 수행문화와 인간교육의 보급에 본격적으로 나섭니다. 보편적 윤리도덕의 함양은 AI시대에 개인, 기업, 나아가 사회의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게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특강, 컨설팅 등을 통해 시대의 바른 변화에 동참할 뜻이 있는 분들을 모시고자 합니다. 이메일(eastosuh@daum.net)로 신청을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