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통서당문화진흥회 소속 훈장들이 프랑스 리옹대학을 찾아 현지 학생들과 한국 전통 예절교육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체크=서동석 수행문화전문가] 유교의 가르침을 대표하는 《논어》에서, 공자는 인간이 누려야 할 즐거움 중에서 첫 번째로 학문을 하는 즐거움을 말씀했다. 공자가 말씀한 학문은 우리가 현재 생각하고 있는 학문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공자의 학문은 삶의 학문이다. 삶의 도리를 추구하는 것과 특수한 분야의 전문지식을 습득하는 것은 상당히 다르다. 삶의 학문은 인간의 총체성을 구현하지만, 전문분야의 학문은 총체적 인간성보다는 특수한 목적의 효율성을 추구할 뿐이다.

공자의 말씀처럼, 배우고 때에 맞게 실천하는 것이 인간의 근원적 즐거움이 될 수 있는 이유는 삶의 학문을 통해 인간이 성숙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공자의 기본 가르침인 인(仁)의 정신은 서로를 배려하는 충서(忠恕)와 타인을 내 몸처럼 사랑하는 인애(仁愛)를 포함하고 있다. 그러므로 삶의 학문을 체득한 성숙한 인간은 공동체 안에서 질서를 조화롭게 유지하는 법을 안다. 그러나 물질문명에 함몰된 사람은 눈앞의 이익에 너무 집착하게 되어, 전체의 생명질서를 파괴하는 어리석음을 저지르게 된다. 똑똑한 사람일수록 비도덕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공자뿐만 아니라 모든 성인(聖人)들은 공통적으로 도덕(道德)을 말씀하고 있다. 도덕은 단순히 관념적인 어떤 명제를 의미하지 않는다. 도덕은 영원한 진리이자, 유동적인 현재의 삶 속에서 살아있는 생명의 구현이다. 따라서 도덕적인 삶은 진리의 삶이고, 생명의 총체성을 구현하는 삶이다. 도덕성은 인간다움을 이루는 가장 기본적 토대다. 삶의 학문은 도덕성을 회복하는 공부다. 만약 도덕성을 함양하는 공부가 사라진다면, 인간은 짐승만도 못한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온 세상이 갈등과 분열로 혼란한 이유는 도덕성을 상실하고 물질적 효율과 이익만 추구하기 때문이다. “너희는 남에게서 바라는 대로 남에게 해주어라.”는 예수의 말씀 속에는 생명소통의 정신이 담겨있다. 예수의 황금률은 중도, 중용과 같은 도덕적 질서를 의미한다. 도덕적 질서가 무너지면, 인류사회는 공멸할 수밖에 없다. 이 점에서, 우리의 삶을 냉철하게 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과학기술은 점점 전문화되고 있지만, 인간의 의미는 기술발전에 비해 갈수록 초라해지고 있다. 현재 AI는 인간의 영역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모든 영역에서 AI가 인간을 앞도할 특이점 시대가 지나면, 어쩌면 인간이 필요 없는 사회가 도래할지도 모르겠다. 효율성이 떨어진 사람은 잉여 인간이 된다. 그 이후의 결과는 상상하기도 두렵다. 인간의 위대한 발명품인 AI가 역으로 인간 존재의 무의미성을 암시하고 있다.

삶의 학문은 AI시대에도 인간성을 잃지 않으면서 첨단과학과 공생을 이루는 길이다. 인간교육은 삶의 학문으로서 인간이 AI의 노예가 되는 상황을 막을 유일한 대안이다. 이 점에서, 전인교육(全人敎育)을 지향하는 총체적 인간교육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인간교육이 더 고도화되면, 인간의 본성을 회복하는 수행으로 인도하는 가교역할을 할 수 있다.

최근에 발행한 《어둠을 밝히는 지혜》에서, 나는 생명순환의 이치가 개인의 건강과 사회의 발전에 필수적인 요소임을 밝히고 있다. 이 사회를 가로막고 있는 어둠은 소통의 지혜만이 해소할 수 있다. 소통은 우리가 결국 하나로서 전체를 이루고 있다는 자각에서 나온다. 예수의 사랑과 석가의 자비는 모든 생명을 아우르는 정신이다. 이와 반대로 분열을 주장하는 사람은 생명질서를 파괴하고, 인륜 도덕의 근본도리를 위배하는 죄를 범하고 있다.

삶의 도리를 회복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사회 전체 영역에서 도덕적 각성을 일으키는 것이다. 나는 세 가지 방향에서 도덕성 회복을 추진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먼저 첫째로, 유아교육을 새롭게 전환해야 한다. 어릴 적부터 삶의 습성을 바르게 익히면, 평생 그 영향이 전체 사회에 미치게 된다. 교육에는 사회 전체가 관여돼있기 때문에, 유아교육을 통해 부모를 포함해서 우리 사회를 재교육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둘째, 노인교육을 생명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 삶의 학문이라는 측면에서, 인간은 죽을 때까지 공부해야 하는 존재다. 노인은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길목에 있으므로, 생명순환의 입장에서 삶을 돌아보고 인간의 존엄성을 회복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물질적인 노인 정책으로는 삶의 존엄성을 회복할 수 없다. 노인 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특히 남성 노인들에게는, 생명력을 바른 방향으로 유도하는 수행문화 정책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셋째, 지도자를 위한 특별한 교육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에서 지도자가 되겠다고 하는 사람은 많지만, 진정한 지도자는 별로 없다. 이런 상황을 푸념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새로운 시대의 지도자를 양성하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나는 앞서 정치적 중립을 전제로 한 ‘국가인간교육위원회’ 설립을 주장한 바 있다. 국가 차원의 인간교육은 힘들겠지만, 기업, 사회단체, 교육기관 등에서 지도자를 위한 인간교육을 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다. 지금의 혼란과 위기는 우리가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인재를 우리 스스로 만들어보자. 그 과정에서 우리도 각자 새롭게 거듭날 것이다.

수행문화전문가 = 서동석 박사 eastosuh@daum.net

고려대학교 대학원 영문학과를 졸업(문학박사)했고, 현재 에머슨하우스 교육연구소 소장이다. 서남대학교 영문학과 교수, (재)대상문화재단 이사 겸 동천불교문화재단 상임이사 겸 반야연구소 소장, 고려대학교, 광운대학교, 단국대학교 강사 등을 역임했다. AI시대 융합문명사회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인간교육과 수행에 관한 집필, 연구개발과 더불어 수행건강교육문화 보급에 나서고 있다.

<방문 강의 및 컨설팅>

《어둠을 밝히는 지혜》의 발행을 시작으로, 에머슨하우스 교육연구소는 수행문화와 인간교육의 보급에 본격적으로 나섭니다. 보편적 윤리도덕의 함양은 AI시대에 개인, 기업, 나아가 사회의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게 하는 원동력이 됩니다. 특강, 컨설팅 등을 통해 시대의 바른 변화에 동참할 뜻이 있는 분들을 모시고자 합니다. 이메일(eastosuh@daum.net)로 신청을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