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체크=정구학 기자] 한국산업연합포럼(KIAF, 회장 정만기)이 산업통상자원부 최남호 제2차관을 초청해 '대한민국 미래 에너지정책'의 청사진을 논의했다. 포럼은 1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자동차회관에서 개최된 ‘제25회 Niche Hour 정책포럼’에서 진행됐으며, 자동차, 배터리, 화학, 엔지니어링 등 주요 산업계 인사 80여명이 참석했다.

최 차관은 이날 강연에서 “전 세계가 에너지 대전환기에 진입한 가운데 한국도 단순한 에너지 수급을 넘어, 글로벌 신시장을 선점하는 전략으로 ‘에너지 신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SMR(소형모듈원자로), 수소, 재생에너지 분야의 수출 가능성과 기술 우위를 기반으로 한 ‘통합 수출 패키지’ 전략이 주목받았다.

최 차관은 “국제 에너지 수요는 AI 확산, 데이터센터 증가, 전기차 보급 등으로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며 “정부는 이를 기회로 삼아 무탄소 에너지 생태계를 조속히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수소 도입, 원전 경쟁력 강화 등을 통해 에너지 산업 전반의 구조적 혁신을 추진할 방침이다.

실제로 정부는 ▲태양광 공급기반 강화 방안 마련 ▲해상풍력특별법 하위법령 제정 ▲청정수소발전 입찰제 도입 ▲수소사업법 제정 ▲SMR 센터 설립 및 폐기물 처리법 제정 등 구체적인 정책 로드맵도 제시했다. 또, 전력 수요와 공급의 지역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역특구’를 지정, 발전사에 지역 내 전력판매를 허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용량시장 도입과 관련해서는 “LNG 발전소와 무탄소 전원에 대한 용량시장 개설을 추진하고, 시간대별 요금제 개선 및 재생에너지의 입찰방식 일원화를 통해 에너지 가격경쟁력을 제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분산에너지 확대를 위한 ‘배터리 ESS 중앙계약시장’도 확대 개설된다.

특히 눈에 띄는 대목은 에너지 수출 전략의 진화다. 기존의 플랜트 수출을 넘어 원전과 재생에너지 건설은 물론, 송·배전과 보조서비스까지 포함한 ‘통합 수출 패키지’를 통해 개도국 신도시 개발, 전후 재건 수요를 공략한다는 복안이다. 선진국을 대상으로는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를 타깃으로 하는 ‘업그레이드형’ 전략도 준비 중이다.

AI 기반 에너지시스템의 효율화도 정책 핵심 축으로 제시됐다. 최 차관은 “에너지 마이데이터 도입으로 스마트 수요관리를 지원하고, AI EMS(에너지관리시스템)를 고도화해 설비 최적화와 계통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DLR(동적 선로정격), 계통 최적화 기술 등도 적극 도입될 전망이다.

아울러, O&M(운영 및 유지보수), 조기 이상 탐지, 드론·로봇 기술, 이미지 인식 기술을 활용한 리스크 대응체계를 구축해 설비 안정성도 강화할 계획이다. 이는 재난 대비와 해외 수출 시 신뢰성 확보 측면에서도 중요한 경쟁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인사말을 전한 정만기 KIAF 회장은 “트럼프 정부의 기후협약 탈퇴나 미국 내 전기차 규제 완화 기조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차원에서 화석연료 대체는 불가역적 흐름”이라며 “수소, 원전, 재생에너지 중심의 신산업은 단기적 후퇴가 있어도 중장기적으로 반드시 육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KIAF는 19개 산업단체가 참여하는 국내 대표 산업정책 포럼으로, 이번 Niche Hour는 글로벌산업경쟁력포럼과 공동으로 주최됐다. 정부와 산업계가 함께 참여한 이번 포럼은 급변하는 에너지 시장 환경 속에서 한국이 어떤 전략으로 ‘수출국형 에너지 국가’로 도약할지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다.

정구학 기자 ghchu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