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성심당 케익부띠크 [연합뉴스]

[비즈체크=조언영 기자] 대한민국 제빵 산업의 판도가 바뀌고 있다. 대전의 지역 빵집 ‘성심당’이 대기업 계열 프랜차이즈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를 2년 연속 영업이익에서 넘어선 것으로 나타나면서, CJ푸드빌과 SPC그룹이 체면을 구겼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성심당은 지난해 1,937억 원의 매출과 478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55.8%, 51.7% 증가한 수치다. 이미 2023년에 비프랜차이즈 빵집 최초로 매출 1,000억 원을 돌파했던 성심당은, 지난해 그 성장세를 훨씬 앞지르며 제빵업계에 ‘이변’ 아닌 ‘현상’을 만들어냈다.

주목할 대목은 영업이익이다. 성심당의 지난해 영업이익(478억 원)은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 계열사 파리크라상(223억 원), 뚜레쥬르를 운영하는 CJ푸드빌(298억 원)을 모두 크게 웃돌았다. 프랜차이즈 시스템과 전국 단위의 유통망을 갖춘 대기업들과의 정면 대결에서 성심당이 두 해 연속 승리한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 정도면 단순한 돌풍이 아니라, 대기업 중심 유통 구조의 구조적 문제를 드러낸 사건”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형 프랜차이즈는 가맹점 수수료 체계와 고정된 포맷에서 벗어나기 어렵지만, 성심당은 자체 개발 제품과 로컬 스토리텔링, 고객 경험에 기반한 브랜딩으로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

대표 제품인 ‘튀김소보로’, ‘딸기시루 케이크’ 등은 온라인에서도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특히 크리스마스 시즌이면 딸기시루 케이크를 구하려는 줄이 대전 본점 앞에 길게 늘어서는 것은 이제 겨울철의 풍경이 됐다.

되팔이 현상도 이어지고 있는데, 정가 4만9천 원의 딸기시루가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에서 7만~20만 원에 거래된 바 있다. 이에 성심당은 ‘구매 대행 및 3자 판매는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다’는 강경한 입장을 공식 홈페이지에 공지했다.

물론 성장의 뒷면에는 고비도 있었다. 성심당 대전역점은 지난해 코레일유통의 고액 임대료 산정 문제로 영업 종료 위기에 놓였으나, 여론이 들끓자 정치권과 정부가 개입했고, 결국 코레일유통이 기준 변경을 검토하게 되며 일단락됐다.

온라인몰 ‘성심당몰’과 SNS 계정이 잇따라 해킹당하는 사건도 겪었지만, 고객 신뢰는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선정한 ‘로컬 100’ 브랜드로서 상징성도 커졌다. 지난 5월에는 유인촌 문체부 장관이 성심당 대전역점을 방문해 임영진 대표와 대화를 나누며, 로컬 브랜드의 전국 확산 가능성을 직접 확인했다.

이처럼 성심당은 ‘지역 빵집’이라는 한계를 넘어, 브랜드의 문화적 가치와 경제적 성과를 동시에 실현한 대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 기업의 수익성 앞에서 국내 대기업 제빵 브랜드들이 연이어 고개를 숙이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성과는 업계에 던지는 메시지가 작지 않다.

CJ와 SPC 입장에서는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굴욕의 성적표’다. 전국 매장을 거느리고도 지역의 한 빵집보다 적은 영업이익을 낸 현실은 프랜차이즈 시스템의 고도화 없이 브랜드 충성도만 믿기엔 한계에 다다랐다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성심당의 다음 해 실적과, 대기업들의 대응 전략이 어떤 방식으로 전개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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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성심당 방문한 유인촌 장관=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2024년 5월 17일 로컬100으로 지정된 성심당의 대전역점을 찾아 임영진 대표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조언영 기자 gyuri367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