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에어로스페이스 CI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홈페이지 캡처]

[비즈체크=홍선기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최근 유상증자 규모를 3조6천억원에서 2조3천억원으로 축소했다. 이 결정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비판과 금융감독원의 제동을 받은 후 이루어진 조치로, 유상증자 자금이 대주주 경영권 승계에 사용되는 것 아니냐는 논란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축소된 1조3천억원 규모의 자금은 한화에너지 등 계열사를 통해 확보될 예정이며, 이는 소액주주들에게 불이익을 주지 않도록 하려는 방안으로 제시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이를 통해 대주주가 할인 없이 참여하는 제3자 유상증자 구조를 만들어, 승계 의혹을 해소하고 주주들의 불만을 잠재울 계획이다.

이번 유상증자 발표가 나오자마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예상보다 더 큰 비판을 받았다. 대규모 증자가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와 관련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고, 특히 한화오션 지분을 1조3천억원에 매입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일가의 의도가 의심을 받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유력한 대선 주자인 이재명 대표까지 나서 한화의 유상증자 계획을 강력히 비판했다.

이재명 대표는 한덕수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상법 개정안에 대해 재의 요구를 시사한 것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며 “우리 자본시장이 이렇게 불신과 좌절로 들끓고 있는데도 기어이 거부권을 쓸 것이냐”고 비판했다. 이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최근 어떤 상장 회사의 3조 6000억원 유상증자 발표로 하루 만에 회사 주가가 13% 하락하며 많은 개미 투자자가 큰 손실을 봤다”고 운을 띄우며, 한화그룹을 예로 들었다.

이 대표는 이어 "같은 날 모회사의 주가도 12% 넘게 하락했다”며 “그런데 오늘 모 그룹 총수께서 주가가 떨어진 모회사의 지분을 자녀에게 증여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가 거론한 사례는 한화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주가는 증여세에 영향을 미치니 낮아진 주가로 증여세를 절감하게 될 가능성이 크고, 위 상장회사가 얼마 전 자녀 소유 회사에 지분 매매 대가로 지급한 돈이 증여세의 재원이 될 거라는 추측까지 나오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우리 자본시장에서는 드물지 않게 일어나는 일”이라며 “이러니 ‘자본 시장을 현금 인출기로 여긴다’는 주주들의 비판에도 할 말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금융감독원은 증권신고서를 정정하라고 요구했으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유상증자 규모를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이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필요한 자금을 모두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이 방안은 주주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면서도 기업의 재무 안정성을 강화하는 전략으로 보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안병철 사장은 "유상증자 발표 이후 주주와 언론,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고, 그로 인해 유상증자 규모를 축소하는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대주주들이 할인 없이 참여하겠다고 밝힌 만큼, 승계 의혹을 해소하고자 하는 회사의 의지가 반영된 결정"이라며 사과의 뜻을 전했다.

한화에어로 유증에 그룹주 동반 급락 =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대규모 유상증자 결정에 한화그룹주가 동반 급락한 지난달 21일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 화면에 한화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가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가운데)와 세 아들 [연합뉴스 자료사진]

홍선기 기자 imagine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