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체크=이은주 기자] 국책은행이라는 공적 책임을 지닌 IBK기업은행이 전·현직 임직원과 외부 이해관계자 간 유착을 통해 882억 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제공한 사실이 금융감독원 검사에서 드러났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같은 금융 비위를 은행이 자체적으로 인지하고도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은 채 축소·은폐를 시도했다는 점이다.
금감원은 25일 발표한 검사사례를 통해 기업은행 내부의 전방위적 비위 정황을 공개했다. 현장검사 결과, 기업은행은 토지 매입, 공사비, 미분양 상가 등과 관련된 58건, 총 882억 원 상당의 부당대출을 실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는 전·현직 임직원, 배우자, 친인척, 입행 동기, 거래처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 20여 명이 얽혀 있었다.
특히, 기업은행에서 14년 근무 후 퇴직한 A씨는 부동산 중개업소와 법무사 사무소 등을 차명 운영하며 현직 배우자와 입행동기, 사모임 등을 통해 구축한 내부 인맥을 동원해 785억 원 규모의 허위 대출을 받아냈다. 대출 증빙서류와 자기자금 보유 능력을 조작하고, 지점장과 심사역은 이를 묵인하거나 적극적으로 승인했다.
금감원은 “A씨는 기업은행 임직원 대상 사모임 5곳에 참여해 골프 접대를 제공하고, 일부 임직원 배우자를 자신의 업체에 고용하는 방식으로 금품 제공을 했다”고 밝혔다. 관련자 23명은 필리핀 등 해외에서 골프 접대를 받은 정황도 포착됐다. 부당대출 관련자 중 8명은 15억 7천만 원에 이르는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더불어 기업은행은 지난해 8월 비위 제보를 받고도 이를 금융당국에 보고하지 않고, 복수의 지점과 임직원이 연루된 사실을 자체 조사 이후에도 은폐한 정황이 금감원 검사에서 확인됐다. 2025년 2월 기준, 부당대출 잔액 535억 원 중 95억 원이 이미 부실화됐으며, 부실 규모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농협조합도 '인맥 기반 부당대출'…1,083억 원 규모
한편, 농협조합에서도 조직 내 오랜 인맥을 악용한 1천억 원대의 부당대출이 적발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조합과 등기업무를 10년 이상 담당한 법무사 사무장 B씨는 조합 임직원들과의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매매계약서를 변조하는 방식으로 392건, 1,083억 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실행했다.
특히 준공 전 30세대 미만 분양계약은 실거래가 신고 의무가 없다는 허점을 이용해 계약서를 위조했고, 농협조합 측은 계약서 원본 확인이나 실거래가 검증 등 기본적인 심사를 소홀히 해 사실상 부실 대출을 방치한 셈이 됐다.
◇빗썸, 고위 임원에게 '셀프 사택 제공'…116억원 셀프 승인 의혹
가상자산거래소 빗썸도 내부 통제 부실로 비판을 받고 있다. 전·현직 임원 4명이 사택 임차 명목으로 총 116억 원 규모의 보증금을 지원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문제는 해당 임원들이 스스로 임차 사택 지원 결정을 승인했거나, 사택 임차를 가장해 사실상 개인분양 아파트 잔금 납부에 이 보증금을 사용한 정황이 있다는 점이다.
금감원은 "셀프 승인, 목적 외 유용 등 조직적 내부 통제 결함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여전사·저축은행도 부당대출 연루…금융권 전반의 시스템 붕괴 우려
이 외에도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의 투자부서 실장이 친인척 명의로 설립한 법인을 통해 총 121억 원 규모의 부당대출을 실행한 사례, 저축은행의 PF 대출 부장이 26억 5천만 원 상당을 부당 취급하고 금품을 수수한 사례까지, 금융권 전반에서 내부 통제가 무력화된 사례가 연이어 포착됐다.
금감원은 “금융사들이 이해상충 방지를 선언적 규정에만 의존하고, 자발적 신고에 의존하는 등 내부통제의 실효성이 현저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리를 은폐하거나 온정주의적으로 처리하는 관행도 여전하다”며 문제의식을 밝혔다.
금감원은 향후 위법·부당행위에 대해 엄정한 제재를 가하고, 범죄 혐의는 수사기관에 통보할 방침이다. 아울러 업계 전반에 대한 내부통제 실태 점검과 함께 이해상충 방지 가이드라인도 마련할 계획이다.
금융감독원 [연합뉴스]
이은주 기자 leigh8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