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연합뉴스]
[비즈체크=이은주 기자] "올해 시설투자(CAPEX)는 2조5천억~2조7천억원 수준으로 계획했지만, 1조원 이상 줄여 타이트하게 운영하려고 합니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24일 주주총회 직후 취재진에게 한 이 발언은 단순한 투자 집행 계획을 넘어선 시사점을 담고 있다. 기존 4조원대 수준에서 대폭 축소된 CAPEX 조정은, 그룹 전체 전략의 변곡점이자 LG화학의 리스크 관리 기조를 명확히 보여주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 글로벌 석유화학 침체 장기화…수익성 방어가 최우선
신 부회장이 “현금 흐름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 배경에는 석유화학 산업의 전반적인 침체가 있다. 중국과 중동발 공급 과잉으로 글로벌 가격 경쟁이 격화되며, LG화학의 전통적 캐시카우인 석유화학 부문은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다. 올해 역시 대규모 증설로 인한 공급 초과 상황은 쉽게 해소되기 어려운 구조다.
실제 LG화학은 지난해부터 NCC(나프타분해시설) 매각을 포함한 구조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신 부회장은 이날 “구체적 매각안은 정해지지 않았으며, 다양한 옵션을 검토 중”이라고 밝혀 유동성 확보와 구조조정 사이에서 신중한 판단을 이어가고 있음을 내비쳤다.
◇ 전기차 배터리 시장도 ‘예측 불가’…LG엔솔 지분 매각설 다시 부각
한때 공격적 성장을 견인하던 전기차 배터리 시장도 불확실성이 커졌다. 글로벌 전기차 수요 성장세가 둔화되고,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정책 기조에도 변화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투자 타이밍에 대한 재검토가 불가피해졌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LG화학이 LG에너지솔루션 지분 일부를 매각할 가능성도 다시 주목하고 있다. 신 부회장은 “여러 옵션 중 하나일 뿐이며, 과도한 우려는 불필요하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현금흐름 확보 수단 중 하나로 지분 매각이 여전히 테이블 위에 올라 있다는 점은 부인하지 않았다.
◇ “올해도 실행의 해”…‘선택과 집중’ 기조 더 강해진다
신 부회장은 이날 주총에서 “2025년은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클 것”이라며, ▲포트폴리오 고도화 ▲성과 중심 R&D 전환 ▲현금흐름 개선을 통한 구조적 경쟁력 확보를 세 가지 핵심 전략으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LG화학이 ‘실행 중심 경영’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이자, 수익성 중심의 선택과 집중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전략적 선언으로 풀이된다.
◇ 정부 산업지원 기대…“R&D·세제 혜택 논의 중”
이날 신 부회장은 정부가 발표한 석유화학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서도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그는 “국책 과제, 세제 혜택 등 다양한 형태의 R&D 지원이 논의되고 있다”며 민관 협력을 통한 돌파구 마련 가능성을 언급했다.
향후 LG화학이 정부 지원을 토대로 재무적 여유를 확보하고, 신사업에 보다 선제적인 투자를 재개할지 여부도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신학철 LG화학 부회장이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제24기 정기주주총회' 인사말을 하고 있다.[LG화학 제공]
이은주 기자 leigh8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