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체크=이은주 기자] 홈플러스 법정관리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는 가운데, 대주주인 MBK파트너스 김병주 회장이 "소상공인 피해를 줄이겠다"며 사재 출연을 선언했다. 하지만 정작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한 근본적인 계획은 감춰둔 채, 여론 무마를 위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쏟아진다.
유통업계와 금융권은 김 회장의 발표를 "MBK의 경영 실패로 직격탄을 맞은 소상공인을 우선 달래려는 임시방편"으로 평가했다. 실질적인 해결책이 없다면 사재 출연이란 결국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것이란 지적이다. 정작 MBK는 사재 출연 규모도 명확히 밝히지 않았으나, 홈플러스 정상화에 필요한 자금이 최소 1조 6천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MBK파트너스 제공]
◇매년 마이너스 기록한 재무구조, MBK 책임론 불가피
홈플러스의 재무 상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1월 말 기준 홈플러스의 순운전자본(Working Capital)은 무려 -8,753억 원. 단순히 단기 부채보다 유동 자산이 적다는 차원을 넘어, 매년 5천억 원대의 마이너스를 기록해왔다. 동종업계인 이마트가 같은 시기 2,712억 원의 순운전자본을 유지한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이는 단순한 재무상의 문제를 넘어 MBK의 '먹튀 경영'의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MBK는 홈플러스를 인수한 후 지속적으로 수익성 높은 점포를 매각하며 차입금을 갚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홈플러스의 영업 기반은 약화됐고, 연평균 매출 증가율은 -0.2%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이마트가 연평균 3.8% 성장한 것과 비교하면 MBK의 경영 전략이 홈플러스의 경쟁력을 얼마나 갉아먹었는지 확인할 수 있다.
◇소상공인 대금 결제? 진짜 문제는 단기 채무 6천억원
MBK가 가장 강조한 '소상공인 결제 대금 해결'은 문제의 본질을 가리는 눈속임에 가깝다는 비판도 나온다. 홈플러스가 안고 있는 단기 채무는 5,949억 원에 이른다. 개인 투자자들에게 판매된 채권만 2,075억 원 규모다. 단순한 결제 대금 문제가 아니라, 법정관리 속에서도 '존속기업'으로 인정받기 위한 유동성 확보가 급선무다.
이를 고려하면, 홈플러스의 단기 채무와 운영 자금 확보에 최소 1조 5천억 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MBK는 이와 관련한 구체적인 지원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다. 당장 필요한 자금은 외면한 채, 소상공인 대금 지급을 내세워 '책임을 다하는 투자자'인 양 행세하는 모습이다.
◇투자 외면한 MBK, 결국 ‘희망퇴직’ 카드 꺼낼 가능성
유통업계에서는 홈플러스가 인력 감축을 포함한 구조조정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 홈플러스 임직원 수는 1만9,500명. 만약 10%가 희망퇴직을 할 경우 최소 2,150억 원, 20% 수준이면 4,300억 원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한다. 결국 MBK가 '희망퇴직'을 강행할 경우, 이에 따른 추가 유동성 부담도 떠안을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김병주 회장의 사재 출연 발표는 단기적인 이미지 세탁에 불과하다"며 "실제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한 장기적인 투자 계획과 명확한 자금 조달 방안 없이는 MBK의 책임을 회피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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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생 신청' 홈플러스 예의 주시, 김병주 회장 사재 출연 = 최근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으로 임직원 및 협력업체에 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가운데 16일 서울의 한 홈플러스 매장 앞으로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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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개 숙여 인사하는 홈플러스 공동대표 = 홈플러스 김광일 부회장(왼쪽)과 조주연 사장이 지난 14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기업 회생절차(법정관리)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입장 발표에 앞서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정상화 청사진’ 없는 MBK, 사회적 책임 외면하나?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해서는 설비 투자도 필수적이다. 이마트가 2021년부터 3년간 46개 점포를 재단장하며 영업 경쟁력을 키운 것과 달리, MBK는 홈플러스 운영 기간 동안 연평균 자본 지출(CAPEX)이 이마트의 25%에 불과했다. 기본적인 영업 투자 없이 자산 매각을 통한 차입금 상환에만 몰두한 MBK의 '단기 이익 극대화' 전략이 홈플러스를 벼랑 끝으로 몰아넣었다는 평가다.
결국 MBK는 홈플러스의 존속 여부를 결정할 근본적인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 김병주 회장의 사재 출연이 진정성을 가지려면, '소상공인 구제'가 아니라 '홈플러스 정상화'를 위한 종합적인 자금 투입 계획과 투자 확대 방안이 병행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MBK는 또 한 번 기업 사냥꾼(Predatory Investor)이라는 오명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