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손정의 회장 = 손정의(孫正義·일본명 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 서초사옥으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손 회장과 함께 만나 AI 관련 3자 회동을 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4일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는 글로벌 AI·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세 거물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그리고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모여 AI와 반도체 협력을 논의했다.

이번 회동은 AI 산업의 발전 속도를 고려할 때 단순한 만남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특히 AI 반도체 및 데이터센터 인프라 구축과 관련해 삼성이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에 합류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글로벌 AI 패권 경쟁에서 한국, 미국, 일본이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삼성이 AI 산업에 발을 깊숙이 담그는 이유

이번 회동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다. 이는 오픈AI와 소프트뱅크, 오라클이 협력하는 AI 인프라 구축 프로젝트로, 초대형 데이터센터를 구축해 AI 모델을 더욱 정교하게 운영하는 것이 목표다.

샘 올트먼은 이날 회동 전 열린 카카오와의 공동 기자간담회에서 "스타게이트 생태계에 기여할 한국 기업이 많다"고 언급하며 삼성전자의 참여 가능성을 시사했다. 손정의 회장도 취재진에게 "스타게이트 업데이트와 삼성과의 잠재적 협력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이 스타게이트 생태계에 합류하면, AI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의 입지는 더욱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AI 반도체는 AI 모델을 운영하는 핵심 부품이며, 현재 엔비디아가 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그러나 올트먼은 엔비디아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자체 AI 반도체 생산망을 구축하려 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삼성전자가 중요한 파트너가 될 가능성이 크다.

◇한·미·일 'AI 동맹' 본격화되나

이번 회동이 더 의미심장한 이유는 삼성을 중심으로 한국, 미국, 일본의 AI 협력 관계가 더욱 공고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손 회장은 전날 일본 도쿄에서 올트먼과 만나 일본 내 AI 합작사를 설립하고 기업용 AI 솔루션을 개발·판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AI 반도체 공급자로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졌고, AI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의 경쟁 속에서 한·미·일 협력 구도가 더욱 명확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파운드리(위탁 생산) 분야에서 영국 반도체 설계 회사 Arm과 10년 넘게 협력해왔으며, 손 회장과 이재용 회장은 오랜 친분을 유지해왔다. 이번 회동이 그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면서, 한·미·일 AI 산업의 공조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소프트뱅크·오픈AI "日에 합작사 신설…기업용 AI 판매"=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왼쪽)과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3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행사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AI 패권 전쟁, 삼성의 전략적 선택은?

삼성전자는 AI 반도체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중요한 기로에 서 있다. 오픈AI, 소프트뱅크와 협력하면 AI 반도체 수요를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얻지만, 글로벌 AI 시장의 복잡한 역학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

AI 산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소프트뱅크와 오픈AI는 AI 데이터센터 구축 및 인프라 확장을 추진 중이며, 삼성전자가 이들과 협력하면 반도체 공급망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삼성이 시스템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는 업체인 만큼 반도체 공급 논의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AI 관련 가전 및 다양한 산업 분야까지 논의가 확장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회동이 AI 생태계에서 삼성전자의 역할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그리고 글로벌 AI 시장에서 한·미·일 협력이 어디까지 발전할지 주목된다.

이은주 기자 leigh86@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