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체크=정구학 기자]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지난 3일 여의도에 위치한 NH투자증권 본사를 방문했다. 이 방문은 새해 첫 계열사 현장 경영 행보로서, NH투자증권의 수익성과 농업·농촌 지원 역할을 강조하는 자리였다.
그러나 이 방문이 주목받은 것은 강 회장이 작년 3월 취임직후 단행된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선임과정에서 자신이 밀던 후보 대신 반대했던 현 윤병운 대표가 선임된 NH투자증권을 직접 찾았다는 점에서다.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강 회장은 이재호 NH농협금융지주 부사장과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 등과 함께 농업·농촌 지원 강화를 위한 금융 부문 수익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그는 NH투자증권의 성공적인 실적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금융 계열사의 수익 창출이 농업과 농촌 지원의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강 회장은 "농협금융 계열사가 수익을 창출하지 못하면 전국 1,111개 농·축협과 206만 조합원들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며, 어려운 금융 시장 속에서도 협력하여 위기를 극복할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이 방문은 단순한 신년 인사가 아니었다. NH투자증권의 차기 대표이사로 윤병운(58) 부사장이 작년 3월 선임되는 과정에서 농협중앙회와 자회사 NH농협금융지주 간의 ‘갈등’ 논란이 잠복돼 있어서다.
지난해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서는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 간의 갈등이 극에 달했다. 신임 강호동 중앙회장은 중앙회 출신 유찬형 전 부회장을 NH투자증권 대표이사로 밀었지만, 농협금융 측에서는 유 전 부회장의 증권업계 경험 부족을 이유로 반대했었다. 이에 따라 ‘낙하산 인사’ 논란이 불거졌고, 금융감독원이 개입하면서 강 회장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졌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강 회장의 NH투자증권 방문은 대표이사 선임 논란 이후 내부 결속을 다지는 행보로 해석된다. 자신이 반대했던 인사가 최종 선임된 상황에서, 그는 NH투자증권이 농업·농촌 지원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줄 것을 주문하며 향후 협력을 강조한 것이다.
아울러 NH투자증권 대표이사 선임과정에서 강 회장 의견에 반기를 들었던 이석준 전 농협금융지주 회장이 작년말 연임을 못하고 물러나고 이찬우 전(前)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선임되면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전임 이성희 농협중앙회 회장 사람들로 채워졌던 농협금융 부문 계열사 임원들을 물갈이했다.
때문에 윤병운 NH투자증권 대표이사도 향후 연임가도에 빨간불이 켜진 것으로 농협 안팎에선 해석되고 있다.
정구학 기자 ghchung@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