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알제리에 있는 고대로마 신도시 ‘팀가드’

[비즈체크=박용설 역사칼럼니스트] 고대에 분당,일산같은 신도시가 존재 했을까?

놀랍게도 2천년전 로마제국에는 계획된 신도시가 수 많이 건설되었다.

(제라쉬,렙티스마그나,에페소스,히에라폴리스,카르타헤나,타라고나,아퀸쿰등 나열할수없이 많음)

로마제국은 막강한 군사력과 효율적인 행정 시스템을 바탕으로 광대한 영토를 지배 하였다.

정복한 지역에 로마의 문화와 질서를 확립시키기 위해 기존도시를 개조하는 것 보다 표준화된

신도시를 건설하는 것이 여러면에서 유리했다.

로마인들은 도시생활의 쾌적함은 물론 삶의 질까지 모든걸 계산해 도시를 설계하였다.

바둑판 같은 배열, 완벽한 상수도와 하수도,그리고 포장도로까지...

고대 로마인들의 혁신적 아이디어는 현대 도시에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로마의 신도시는 삶의 질 챙기기에도 진심이었다.공공목욕탕은 기본, 원형경기장에서 열리는

스포츠경기와 서커스는 무료로 누구나 즐길수 있으며 포럼 옆에는 공공도서관까지 있었으니

”문화생활“이란 개념은 이미 고대로마에서부터 시작되었으며 가난한자에게는 무료로 밀과 빵을 제공했으니 복지제도의 개념도 일찌기 도입되었다.

원형극장과 포럼

로마군인은 곡괭이로 이긴다는 말이있다. 평화시에 훈련도 많이 하지만 가도,다리,건물등 건설

에도 동원되다보니 수많은 건설기술자와 기능공들이 자연스럽게 양성되었다.

유럽,아프리카,아시아를 아우르는 제국 전역에 인프라를 구축하려면 군대를 동원하는 것이 비용과 효율면에서 가성비가 제일 좋았기 때문이다.

국경지방에 집중적으로 배치된 군대를 활용한 신도시 건설은 라인강,도나우강주변과 아시아, 아프리카등 변방에 많이 건설하는 한편 현지에서 전역하는 로마시민인 제대군인들의 신도시 정착은 로마화의 마중물로 작용하였다.

신도시에 주택과 농지를 배정받은 제대군인들은 현지여성과 결혼하여 신도시주민의 근간을 이루며 속주의 로마화가 가속되었으며 평화시에는 주민으로 생활을 하다가 전시에는 후방에서 도움을 주는 예비군으로 국경 방위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신도시 시내풍경

아프리카 군단에 근무하는 로마인 스베니우스는 만기제대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18세에 입대하여 20년간 근무하며 전쟁도 여러번 출전하여 무공훈장까지 받았는데 제대하여 이탈리아로 돌아가면 집안에 농지가 별로 없어 근근히 생활하는 어려운 형편이기 때문이다.

런데 마침 제대군인을 대상으로 신도시 건설에 참여하면 주택을 물론 농지까지 배정한다는 소식을 듣고 환호성을 지른다.

“이제는 집에서 가난과 씨름할게 아니라, 신도시에서 새삶을 개척하며 살아보자.”

스베니우스가 도착한 신도시 건설 현장은 모두가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현장사무소를 방문하니 주특기를 묻는다.

“벽돌쌓기기능공 입니다.”라며 무라토레스(벽돌기능공) 자격증을 보여주니 목욕장에 벽돌쌓는 작업을 배정 받는다.

내일부터는 군단병 때보다 더 많은 급여를 받으며 벽돌쌓을 생각을 하니 날아갈 듯 기쁘다.

포럼,개선문 그리고 극장

극장 짓는곳에는 군대동기 스키피우스가 석공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그는 군생활 때 석공으로 이름을 날렸던 사나이다. 돌을 능숙하고 정교하게 다루는 솜씨는 모두를 감탄케 하였다.

“작업이 없는 날에는 배정받은 땅에 각자 집을 짓자구, 자네는 벽돌쌓구 나는 돌작업 하구...”

군인들에게는 자재를 매우 저렴하게 공급하여 퇴직금으로 충분히 짓고 남는 돈으로 농지를 더 살 수 있으니 모두들 희망에 부풀어 힘든 줄도 모른다.

로마 속주에서 로마시민권자인 제대군인들의 인기는 상종가를 치고있어 현지인 신부 구하기가 수월하여 신도시 정착은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요르단 제라쉬

몇 년이 지난뒤 스베니우스의 땅에는 올리브나무가 무성했고 그는 이제 신도시에서 잘나가는 농부가 되었다. 자신의 집에 조용히 흔들리는 올리브 나무를 보며 속삭인다.

“신도시 정착이 단순히 땅을 얻는게 아니야, 로마의 영광을 내손으로 만드는거지.....‘

사랑스러운 아내가 옆에서 조용히 지켜보며 빙그레 웃으면서 말한다.

”스베니우스 당신은 영웅이에요! 전쟁터에서 살아남은 것도 대단한데 이젠 부농이 되었어요...“

그는 평화로운 하루를 마무리하며 다시 한번 깨달음을 느낀다.

”모든길은 로마로 통하지만, 내 길은 이 신도시에서 시작되었지......“

박용설 역사 칼럼니스트 finder5300@hanmail.net

금융회사에 30년간 근무하고 마라톤을 뛰고 있다. 로마사에 흠뻑 빠져 관련책을 섭렵하고 있으며 고대로마의 역사현장에 가서 배우기 위해 로마와 그리스등에서 직접 ‘한달살기’ 체험을 하면서 공부하는 열혈 역사 연구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