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승연 회장 취임 때처럼…'OB 임원들' 대거 퇴진 사태 오나

70년대 후반-80년대생 오너 3,4세인 구씨,허씨들 경영 전면 등장에

나이 든 임원들 좌불안석…“세대교체도 좋지만 경영 노하우 상실 우려”

정구학 기자 승인 2024.11.26 15:50 | 최종 수정 2024.11.26 15:55 의견 0
구형모 LX MDI 사장[연합뉴스]


[비즈체크=정구학 기자] 1970년대 후반-1980년대생 오너가 3·4세들이 대기업 경영 전면에 등장하면서 세대교체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과거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젊은 나이에 취임하며 OB 임원들이 대거 퇴진했던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정기 인사에서 구형모 LX MDI 사장, 구동휘 LS MnM COO, 허서홍 GS 부사장 등 젊은 오너들이 빠르게 경영권을 강화하면서 기존의 나이 든 임원들은 조직 내 입지 축소와 퇴진 압박에 놓였다. 이러한 세대교체는 기업의 혁신과 변화를 예고하지만, 동시에 OB 임원들에게는 위기감과 불안감을 안기고 있다.

◇김승연 회장 취임 당시와 유사한 구조적 변화

1981년, 김승연 회장은 29세의 젊은 나이로 한화그룹 회장직에 오르며 빠르게 그룹 재편에 나섰다. 젊은 리더십을 내세우며 혁신을 강조했던 그는 과감한 경영 전략으로 성과를 냈지만, 기존 임원들과의 갈등은 불가피했다. 당시 많은 OB 임원들이 세대교체의 물결 속에서 퇴진하거나 경영권에서 밀려났다. 당시 김 회장보다 한참 연로한 한 임원이 김 회장 앞에서 맞담배를 피웠다가 심한 말을 듣고 쫓겨났던 것으로 재계에 알려져 있다.

현재 대기업에서 진행 중인 세대교체도 이와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젊은 오너들이 빠르게 권한을 확대하며 기존 경영 체제와 조직 문화를 바꾸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면서, 나이 든 임원들이 중심에서 밀려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구씨·허씨 오너가, 경영 전면에…OB 임원들과 갈등 가능성

이번 인사에서 LX그룹의 구형모 사장, LS MnM의 구동휘 COO, GS그룹의 허서홍 부사장이 특히 주목받고 있다.

구형모 사장은 1987년생으로, LX그룹 경영개발원 LX MDI 대표로 그룹 전략을 이끌고 있다. 이번 승진으로 그는 그룹 전반의 경영권을 강화하며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의 과감한 행보는 기존 임원들에게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LS그룹의 구동휘 COO(1982년생)도 오너 3세로, 그룹 내 핵심 계열사를 이끌며 경영권을 공고히 하고 있다. 그는 조직 슬림화와 효율성을 강조하며 기존 임원들과의 마찰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허서홍 부사장(1977년생)은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날 회장의 장남으로, GS리테일 경영전략 서비스 유닛장을 맡아왔다. 이번 인사에서 대표로 승진할 가능성이 높아, 오너가 4세의 경영 전면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 허 부사장이 강조하는 혁신 전략은 조직 내 기존 방식에 익숙한 임원들에게 도전 과제로 다가올 수 있다.

허서홍 GS 부사장[연합뉴스]


◇세대교체 가속화…OB 임원들 퇴진 위기

젊은 오너가들의 권한 강화는 경영 효율성과 혁신을 목표로 하지만, 기존 OB 임원들에게는 심각한 퇴진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세대교체와 함께 조직 슬림화와 의사결정 구조 변화가 진행되면서, 오랜 경력과 전문성을 지닌 임원들의 입지가 축소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젊은 리더십이 등장하면서 기존의 연공서열 중심 체제가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며 “과거 한화 김승연 회장 취임 당시처럼, OB 임원들이 대거 퇴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협력과 충돌 사이…조직 안팎 긴장 고조

변화 속에서도 일부 OB 임원들은 젊은 오너들과 협력하며 새로운 리더십의 비전을 실현하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는 자신의 경험과 전문성이 충분히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오랜 시간 회사에 헌신했음에도 세대교체라는 이름으로 평가절하되고 있다”는 OB 임원들의 목소리는 이번 세대교체가 단순한 혁신을 넘어 조직 내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젊은 오너가들의 과감한 리더십과 OB 임원들의 축적된 경험이 어떻게 조화를 이루느냐에 따라, 이번 세대교체가 성공적인 경영 혁신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갈등과 혼란으로 마무리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정구학 기자 ghchu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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