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의 선택은 사람이 아닌 변화

변화의 도리를 아는 자가 최후의 승자

bizcheck114@naver.com 승인 2024.11.25 09:49 의견 0

CES 2023에서 LG전자가 초대형 조형물 '올레드 지평선'을 설치했다. 지구가 속한 태양계, 별들의 궤적을 담은 밤하늘, 사하라 사막 대자연을 표현했다.[연합뉴스]


[비즈체크=서동석 수행문화전문가] 세상은 아득한 과거나 지금이나 끊임없는 변화 속에 있다. 인류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우주는 성주괴공(成住壞空)을 반복하고 있다. 우리가 속한 은하는 수천 억 개의 별들을 포함하는 엄청난 규모의 크기로, 나선형의 복잡한 구조를 이루고 있다. 천문학의 발달로, 이와 같은 은하가 우주에서 수없이 존재하다가 사라진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대우주 속에서 인간의 존재는 과연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을까?

인간이 세상의 중심인 것처럼 자연을 함부로 다루고 있지만, 인간은 대자연의 변화 앞에서는 미미한 존재일 뿐이다. 예를 들어, 중형급 태풍이 일본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1만 배가 넘는 위력을 지니고 있다고 한다. 인간이 만든 어떤 발명품보다 자연재해는 인류사회의 명운을 쥐고 있다. 대기 밖에서 세상을 보면, 지구는 더욱 위태로운 상태임을 알 수 있다. 우주 공간을 떠돌아다니는 운석은 지구의 운명을 한 순간에 바꿀 수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6600만 년 전에 지구를 강타한 칙술루브(Chicxulub) 소행성은 지구의 생태계를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그 당시 어마어마한 충격의 여파로, 공룡을 비롯해서 지구 생물의 75%가 멸종되었다.

이러한 자연에 대해서 노자는 ‘천지불인(天地不仁)’이라는 말씀을 남겼다. 하늘과 땅의 섭리는 매우 거칠어서, 인간을 특별히 고려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그래서 대자연은 만물을 ‘추구(芻狗),’ 즉 ‘짚으로 만든 강아지’와 같은 하찮은 존재처럼 다룬다. 하늘의 선택은 인간이 아닌 변화다. 천지의 변화와 동행할 때, 인간은 하늘의 섭리와 하나가 되는 것이다. 진리의 섭리와 융화된 성인(聖人)은 자연의 흐름과 동행(同行)했다. 그러나 인류는 성인의 가르침을 망각하고, 자연에 역행하며 문명을 발전시켜왔다. 우리가 자연을 함부로 할수록, 우리는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치룰 수밖에 없다.

인류가 앞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변화의 도리에 맞는 삶을 사는 데 있다. 변화에는 진리와 현상 양면의 도리가 있다. 진리 차원의 도리는 진실한 삶이다. 현상의 도리는 시대 변화의 흐름에 맞는 끊임없는 혁신이다. 진실한 삶이라도 문명의 변화에 역행하면, 생존 경쟁력에서 떨어지게 된다. 반대로 물질적 변화만 따라가면, 도덕적 타락으로 작게는 개인과 가정, 크게는 기업과 사회의 질서가 무너진다. 그러므로 인류생존의 필수조건은 물질과 정신 양면에서 조화를 이루며 변화에 대응하는 일이다.

현상적 변화와 동행하기 위해서는 순행(順行)과 역행(逆行)의 도리를 동시에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비행기는 자연의 구조와 힘을 역이용해서 발전했다. 앞으로 비행기의 발전은 중력과 대기의 성질에 해당하는 자연력에 대응해서, 추진력을 향상시키는 엔진기술뿐만 아니라, 저항력을 조율하는 공기역학, 양력을 향상시키는 날개의 모양과 각도, 그리고 기체의 재질 개발 등에 달려있다. 이처럼 과학기술과 자연법칙이 어떻게 융합하느냐가 미래문명의 관건이다. 융합은 하나로의 통일이 아닌, 다양성과 통일성의 조화다. 세상을 이루는 모든 요소는 각기 독특한 생명력이 있다. 다양한 생명파동이 전진과 후퇴를 반복하며 음양의 조화를 이룰 때, 모든 존재는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과학기술이 발전할수록, 극미한 부분과 광대무변한 우주 전체에서 비물질적인 변화가 중요해진다. 이러한 시대 변화에 대응하는 데도 역(易)의 이치가 있다. 기존의 물질 중심의 세계관에서 탈피할 때는 빠르게 나가고, 물질과 정신이 융합하는 시대로 들어갈 때는 단계별로 천천히 진입하는 것이 대격변의 시대에 살아남는 비법이다. 천지인(天地人) 3대요소의 변화에 대비하는 정도에 따라, 개인의 인생과 사회의 앞날이 좌우된다. 태풍에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듯이, 모든 변화에 대처하는 능력에 따라 선순환과 악순환이 결정된다. 인간은 천지와 동행하며 발전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

시간, 공간, 사람 중에서 시간은 우리 맘대로 바꿀 수 없다. 공간을 변화시키는 것은 힘들지만, 가능하다. 공간의 변화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공간 자체를 인위적으로 개조하는 일이다. 삶의 환경을 전환하는 일에는 전체 생명의 생태적 조건을 고려해야 한다. 공간의 다른 측면은 한 공간에서 다른 공간으로의 이동이다. 공간이 바뀌면, 시간은 변한다. 왜냐하면 공간에 존재하는 에너지의 흐름이 다르기 때문이다. 천지인 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모든 생명을 대표하는 사람이다. 사람이 변하지 않으면, 아무리 시간과 공간이 바뀌어도 결국은 사람의 습성대로 모든 것이 흘러가게 된다. 비슷한 것끼리 뭉치는 동기상구(同氣相求)의 법칙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일부 역술가들은 앞으로 정역(正易)의 시대가 온다고 주장한다. 항간의 소문처럼, 정역의 시대에 지축이 바로 선다면, 세상은 어떻게 될까? 현재 지구의 지축은 23.5도 정도 기울어 있다. 절묘한 기울기로 인해 계절의 변화가 생기고, 다양한 생명이 존재할 수 있게 되었다. 만약 지축이 바로 선다면, 지구의 한쪽은 너무 뜨겁고, 다른 한쪽은 너무 춥게 된다. 사실상 생명의 전제조건인 음양(陰陽)의 순환이 사라지게 된다. 생명의 교류가 막히면, 대부분의 생명은 종말을 맞이할 수 있다.

정역의 진정한 의미는 변화의 도리에 맞게 사는 시대를 의미한다. 나는 융합문명시대가 정역의 시대라고 생각한다. 모든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될 수 있는 AI시대에는 진실한 삶의 도리로 세상의 변화를 선도하는 사람만이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에는 특히 변화의 이치를 아는 인재가 필요하다. 단순히 전문적인 지식만 갖춘 인재는 AI로 인해 필요성이 점점 떨어지게 된다. 또한 어떤 한 방향으로 무조건적으로 돌진하는 인재는 상호작용의 반발력으로 인해 살아남기 힘들다.

우리나라는 땅도 넓지 않고 천연자원도 부족하기 때문에, 무역을 통해 먹고 살 수밖에 없다. 이 점에서, 기업인의 정신이 중요하다. 해방 이후 1세대 기업가들의 최대 화두는 물질적 풍요였다. 당시의 인재교육은 물질이란 목적을 얻기 방편이었다. 그러나 AI시대의 기업가들에게 놓인 화두는 반대로 물질이란 수단을 통한 삶의 질적 향상이다. 따라서 기업인의 도덕적 정신교육이 갈수록 중요하다. 전체 산업의 규모가 작았을 때는, 각자 분업화된 영역에서 자기 이익만 추구해도 별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경제규모가 커지면, 부분과 전체의 조화를 보는 통찰력이 기업인에게 요구된다. 앞으로 우리 사회의 명운은 시대의 변화를 통합적으로 꿰뚫어 보는 기업가의 양성에 달려있다.

수행문화전문가 = 서동석 박사 eastosuh@daum.net

고려대학교 대학원 영문학과를 졸업(문학박사)했고, 현재 에머슨하우스 교육연구소 소장이다. 서남대학교 영문학과 교수, (재)대상문화재단 이사 겸 동천불교문화재단 상임이사 겸 반야연구소 소장, 고려대학교, 광운대학교, 단국대학교 강사 등을 역임했다. AI시대 융합문명사회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인간교육과 수행에 관한 집필과 연구개발을 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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