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평업계 "롯데케미칼 재무특약 미준수 재발·유동성 위험 상존"
한기평 "분기마다 반복될 수도", 나신평 "채권 조기상환 강제 우려"

X

롯데케미칼 [연합뉴스]

[비즈체크=이은주 기자] 롯데케미칼이 일부 회사채의 재무특약 조건을 지키지 못하면서 사채권자들과 조정에 나섰다.

그러나 신용평가업계는 재발 가능성과 함께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재무특약 위반, 기한이익상실 우려

롯데케미칼은 최근 사채관리계약서에 명시된 재무비율 유지 특약을 준수하지 못해 기한이익상실(EOD, Event of Default) 사유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채권자들과의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국기업평가034950은 21일 보고서를 통해 "특약 조건이 유지되는 한, 기한이익상실 사유는 분기마다 반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기한이익상실이란?

기한이익상실은 기업이 채권자와 체결한 계약에서 약속된 재무비율 또는 기타 조건을 위반할 경우, 채권자가 해당 채권에 대한 즉시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상태를 말한다. 즉, 원래 상환 기한까지 기다리지 않고 채권자들이 한꺼번에 상환을 강제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기업의 유동성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 회사 전체의 재정 상태를 위협하는 도미노 효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유준위 한기평 수석연구원은 보고서에서 “롯데케미칼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별도 기준 1조8천억 원, 연결 기준 3조6천억 원에 달해 내년 3월까지 차입금 상환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채권자 집회에서 기한이익상실 선언이 단 한 건이라도 발생하면 모든 채권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채권자와의 협상, 이자율 상승 요구 가능성

김서연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채권자들이 계약 변경에 동의하더라도, 최근 채권금리 상승 등을 이유로 이자율 상향 조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만약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채권자들은 사채권자 집회를 열어 조기상환을 강제할 수도 있다. 이는 롯데케미칼의 유동성에 큰 압박을 가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현재 롯데케미칼이 발행한 회사채 중 재무특약 조건이 포함된 규모는 2조450억 원으로, 전체 회사채 잔액의 약 89%를 차지한다. 그러나 지난해 9월 이후 발행된 회사채에는 해당 조건이 빠져 있다.

◇신용평가업계 "리스크 관리가 관건"

신용평가업계는 롯데케미칼의 대응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기평은 사채권자 집회의 결과에 따라 회사의 신용등급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김 연구원은 “조기상환 요청이나 계약 조건 변경으로 보유 유동성이 소진될 경우, 추가 자금 확충 부담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며, "원만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유동성 리스크가 급격히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향후 과제

롯데케미칼은 최근 3개년 이자비용 대비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평균치가 5배를 밑돌면서 재무특약을 위반한 상태다. 이는 회사의 수익성과 재무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한 반복적으로 문제가 될 가능성을 시사한다. 신용평가업계는 롯데케미칼의 대응 전략이 향후 리스크 관리와 유동성 확보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은주 기자 leigh86@hanmail.net

비즈체크 이은주 기자 leigh86@hanmail.net 이은주 기자의 기사 더보기

저작권자 ⓒ 비즈체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