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공동체를 살리는 지혜교육

모든 불행의 원인인 어리석음을 타파하는 길

bizcheck114@naver.com 승인 2024.11.18 10:11 의견 0
'세계 책의 날'을 맞아 경기도 파주 출판도시에 위치한 '지혜의숲'에서 시민들이 책장 앞을 지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체크=서동석 수행문화전문가] 우리나라 사람들의 똑똑함은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있다. 변화에 대한 적응과 일처리 속도는 다른 어느 나라 사람들보다 빠르다. 우리 기업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적인 기업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원천은 인적 자원의 우수함에 있다. 그런데 묘하게도 명석한 두뇌가 인생을 사는 데 방해가 될 때도 많다. 물질적 분별력은 공동체의 조화를 깨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자기중심의 이익추구는 다른 사람들을 불편하게 하고, 심하면 사회 전체의 생명력을 위협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사회갈등지수는 멕시코, 이스라엘 다음으로 높다. 부정부패로 마약산업을 통제할 수 없을 정도인 멕시코는 제외하고, 이스라엘과 한국의 공통점은 머리 좋고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또 한 가지 공통점은 선민사상(選民思想)이다. 이스라엘 사람들이 믿는 유대교는 유대민족만이 구원받기로 예정되어 있다고 가르친다. 지금 이스라엘과 이슬람지역 사이에서 악순환이 되고 있는 전쟁의 원인에는 배타적 의식이 근원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좀 미약하지만 천손의식(天孫意識)이 잠재의식 속에 있다. 다만 홍익인간(弘益人間)과 재세이화(在世理化)의 보편적 가치가 전통사상에 있기 때문에, 우리는 분열의 위기 때마다 통합하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서구식 문화와 교육이 도입된 이래로 통합정신은 빛을 잃어가고 있다. 분열과 통합의 양면적 의식이 우리 내부에서 충돌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 뜻이 맞을 때는 목숨을 걸고 뭉치지만, 뜻이 갈리면 바로 뒤돌아서서 맹렬하게 맞서는 특성을 지니게 되었다.

안타깝지만 단편적인 지식 중심의 교육은 통합보다는 분열을 더욱 조장하고 있다. 지식은 물질과 관념의 벽을 공고히 세우고, 경계 안에서 자기중심의 이익을 추구하는 데 일조한다. 산업사회에서 강대국들은 폐쇄적인 경제망을 통해서 안정적으로 경제적 부를 축적할 수 있었다. 그러나 AI는 물질 중심의 경계를 급속하게 무너뜨리고 있다. 역(易)의 이치에서 보면, 불확실성이 최고에 이르는 한계상황에서는 오히려 자기중심의 생존욕구가 강하게 작용한다.

이번 미 대선에서 트럼프의 당선은 시대변화에 두려움을 느낀 심리가 미국인들에게 작용한 결과다. 특히 AI로 인한 급속한 전환기에는 경제질서가 혼란하기 때문에, 생존의 수단인 직업도 안정적으로 보장을 받을 수 없다. 트럼프는 노련한 사업가답게 이런 상황과 사람들의 심리를 잘 이용했다. 트럼프는 앞으로 미국의 이익을 중심으로 세계경제질서의 재편을 강하게 밀어붙일 것이다. 그러나 미국을 절대중심으로 내세우는 전략은 오히려 다극적(多極的) 세계질서를 불러오는 법이다.

이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가 우리의 화두다. 트럼프의 정책으로 일시적으로 피해를 보거나, 반대로 이익을 볼 수 있는 기업들이 있게 된다. 많은 사람들이 트럼프 시대를 맞아 우왕좌왕하고 있는데, 사실 트럼프 시대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그 이후 세상의 변화다. 우리는 한편으로 부화뇌동하지 말고, 다른 한편으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현명하다. 따라서 양면적으로 시대의 변화에 대처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트럼프의 정책에 대응하고, 장기적으로는 AI시대 융합문명사회를 본격적으로 대비할 때, 우리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모든 불행의 근원은 눈앞의 이익만 쫒는 어리석음에 있다는 사실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미래사회를 대비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미래사회를 선도할 인재를 위한 지혜교육이다. 총체성을 상실한 단편적인 지식이 아니라, 모든 경계를 넘어 삶속에서 숨을 쉬는 지혜가 우리뿐만 아니라 인류를 살릴 수 있다. 지식은 어떤 분야의 단면을 주로 본다면, 지혜는 현상과 본질을 표면과 이면, 앞과 뒤, 작용과 반작용 등의 양면에서 총체적으로 파악한다. 앞으로 단편적인 지식은 AI가 인간을 압도할 것이다. 그러나 생명이 없는 지식을 융합해서 살아있는 유기적 전체로 만드는 일은 전체 사회를 조화롭게 조율하는 균형인재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AI시대 인류의 존재가치는 지혜를 함양하는 교육에 달려 있다.

인류의 비극을 막는 교육적 처방은 융합학문의 도입이다. 서구의 과학계, 철학계, 교육계 등은 이미 오래전부터 통합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고 ‘학제간 연구(interdisciplinary study)’를 활발히 도입해왔다. 그 과정에서 동양의 사상과 방법론을 활용하면서, 상당히 많은 성과를 내고 있다. 양자물리학과 같은 첨단 물리학은 이러한 노력의 결과물이다. 미래사회의 주도권은 물질과 정신을 융합하는 능력에 달려있다. 그러나 서구인들의 의식 속에 뿌리박혀 있는 관념적 사고방식은 온전한 융합창의력을 막고 있는 최대 걸림돌이다.

융합창의력에는 무엇보다 이율배반적 현상을 통합하는 직관의 정신이 절실히 필요하다. 그런데 양극적 현상을 꿰뚫어 보는 직관의 지혜는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우리 의식 속에 잠재되어 있는 직관의 정신을 회복할 필요가 절실하지만, 문제는 우리에게 시간적 여유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문명대전환기에는 변화의 흐름이 매우 빠르다. 서양, 특히 미국이 오랫동안 준비한 것을 천천히 대비할 수 없다. 뭔가 특별한 대책이 필요하다.

우리도 늦게나마 학제간 연구를 여러 분야에서 시도하고 있지만, 성과는 아직 미흡하다. 학문 간 벽이 너무 공고해서, 아직도 서로 접근하기 힘든 영역이 많다. AI의 원천기술을 거의 독점한 미국과 상대하기 위해서는, 우리에게 내재한 직관의 통찰력을 빠른 시간 내에 촉발시키는 동인(動因)을 찾을 수밖에 없다. 그 방법은 수행문화에 있다. 수행의 원리와 방법이 모든 생활문화에 적용돼서, 모든 가치를 통섭하는 생활문화가 제2의 새마을운동처럼 승화되길 소망한다.

앞서 〈어린이교육의 바른 방향〉에서 밝혔듯이, 어린이의 생활습관교육을 시발점으로 삼으면 사회갈등이 최소화 된다. 더불어 선도적 인재교육에 수행의 정신과 문화를 접목하면, 짧은 시간에 강력한 효과를 낼 수 있다. AI시대는 인간의 의식을 깨우고, 지혜를 밝히는 수행의 시대다. 통합적인 교육문화와 우리에게 잠재된 직관의식이 융합해서 폭발력을 발휘하면, AI의 잠재적 위협과 양자물리학의 한계를 해결하는 초지혜(超智慧)를 얻을 수 있다. 함께 지혜수행의 길을 떠나보자.

수행문화전문가 = 서동석 박사 eastosuh@daum.net

고려대학교 대학원 영문학과를 졸업(문학박사)했고, 현재 에머슨하우스 교육연구소 소장이다. 서남대학교 영문학과 교수, (재)대상문화재단 이사 겸 동천불교문화재단 상임이사 겸 반야연구소 소장, 고려대학교, 광운대학교, 단국대학교 강사 등을 역임했다. AI시대 융합문명사회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인간교육과 수행에 관한 집필과 연구개발을 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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