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체크=이은주 기자] 함영주(68)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연임 여부가 카운드 다운에 들어갔다.
금융당국에선 "CEO 선임 절차는 임기 만료 최소 3개월 전부터 투명하게 진행돼야 한다”며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오는 28일 이와관련,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을 만나기로 했기 때문이다.
13일 금융당국과 대법원 등에 따르면 내년 3월 첫 임기(3년)가 만료되는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의 연임여부가 금융권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작년말 채용비리 혐의로 항소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함 회장은 대법원에 상고해 1년간 최종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이 사건을 심리중인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에 함 회장의 연임 운명이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임기 내 금고 이상 실형이나 집행유예가 확정되면 그 유예기간 중에 있는 사람은 금융회사 임원이 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만약 대법원 판결이 하나금융 이사회 의결 전인 내년 3월이전에 내려진다면 함 회장의 연임은 극히 불투명해진다. 대법원 선고가 4월이후로 늦춰진다면 함 회장에겐 '일단 시간벌기'에는 유리하다. 선고시점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대법원 핵심 관계자는 이와관련,"함영주 회장에 대한 상고심 선고시점은 예측불허의 상황"이라고 전했다.
◇항소심 유죄 판결, 대법원 법리 검토 중
함 회장은 2015년과 2016년 하나은행의 신입사원 공채 과정에서 부당한 청탁을 받아 특정 지원자의 합격을 위해 면접 점수를 조작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함 회장이 직접적으로 합격 여부에 개입한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지만, 항소심에서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며 판결이 뒤집혔다.
이 사건은 현재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에서 재판연구관 등을 통해 심도 있게 법리 심리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이 재판이 이해관계가 복잡한 민사소송도 아니고, 단순한 형사사건이지만 판결이 미치는 영향이 지대해 재판부로서도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심리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사실심이 아닌 법률심으로서, 항소심에서 법리 적용에 오류가 있었는지 여부만을 검토한다. 함 회장 사건의 경우, 법리적 오해나 판단 착오가 발견되면 파기환송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항소심 판결이 법적으로 타당하다고 판단될 경우 그대로 확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판결 시점에 따라 갈리는 연임 여부
대법원 판결이 함 회장의 연임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그 시점이다. 대법원 판결이 하나금융 이사회가 연임 여부를 의결하기 전에 유죄판결을 확정해 나올 경우, 함 회장의 연임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금융당국과 사회적 여론의 압박 속에서 이사회가 유죄 판결을 받은 회장의 연임을 강행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 대법원 판결이 이사회 의결 이후에 나올 경우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이 경우 함 회장은 일단 연임이 확정된 상태에서 판결을 기다리게 되며, 법적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경영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이사회가 판결 전 그의 경영 실적과 리더십을 바탕으로 연임을 결정했다는 명분을 내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뛰어난 경영 성과, 연임의 강력한 명분
함 회장은 재임 기간 동안 하나금융지주를 안정적으로 이끌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최근 하나금융은 코로나19 팬데믹, 금리 인상 등의 불확실한 경제 환경 속에서도 역대 최고 수준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시장의 기대를 뛰어넘는 실적을 달성했다.
글로벌 사업 확장과 디지털 금융 혁신도 함 회장의 대표적인 성과로 꼽힌다. 특히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하며, 다양한 디지털 금융 서비스를 출시해 고객 만족도를 높이고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했다. 또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강화해 하나금융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데에도 힘을 쏟았다. 이러한 성과들은 함 회장의 연임에 강력한 명분으로 작용하고 있다.
◇친문 인사라는 오해도 해소
함 회장은 과거 親문재인 정권 인사라는 시선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러한 오해는 상당 부분 해소된 분위기다. 금융권 내부에서는 그가 특정 정치 세력과의 연계보다는 경영자로서의 실질적 성과와 리더십에 집중하는 인물이라는 평가가 많아졌다. 특히 정부와 금융당국의 압박 속에서도 하나금융의 독립성과 안정성을 유지하는 데 힘써왔다는 점이 강조되며, 그의 정치적 중립성에 대한 의구심이 완화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함 회장의 연임 가능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금융권에서는 정치적 논란이 그의 경영 능력을 평가하는 데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점차 확산되고 있다.
윤석열 정권의 핵심멤버였던 이관섭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지난 7월 하나금융 사회가치위원회 위원으로 영입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해석된다.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압박
함 회장의 뛰어난 역량과 실적에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은 지배구조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조하며 함 회장의 연임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해 주요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과의 간담회에서 “CEO 선임 절차는 임기 만료 최소 3개월 전부터 투명하게 진행돼야 한다”며, ‘셀프 연임’ 논란을 방지할 것을 강하게 요구했었다.
오는 28일 이복현 원장은 8개 은행계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과의 정례 간담회를 통해 지배구조 개선과 CEO 선임 절차의 공정성을 다시 한번 강조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는 특히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책무 구조도’의 철저한 이행과 함께, CEO 승계 작업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사외이사들과 이사회 의장의 의중
함 회장의 연임 문제와 맞물려, 하나금융지주 사외이사와 이사회 의장 등은 조만간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를 발족, 종합적이고도 전략적인 선택지를 도출할 전망이다.
금융당국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이들 회추위 위원들은 무엇보다 회장 후보 선임 절차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는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시험대에 오른 하나금융의 차기 회장 선임의 방향이 다른 금융지주사의 지배구조 개선 등에 미칠 영향이 크다는 점에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은주 기자 leigh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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