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유일'이라는 포스코 파이넥스 공법, 또다시 화재로 최대 위기
경찰, 포스코 포항제철소 화재 조사 착수…국과수 감식 의뢰
이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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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1 18:21 | 최종 수정 2024.11.11 1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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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체크=이은주 기자] 포스코 포항제철소에서 또다시 화재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0일 오전 4시 20분께 경북 포항시 남구 제철동에 위치한 포스코 3파이넥스공장에서 폭발과 함께 불이 났다. 이번 사고로 인해 주민들은 새벽부터 큰 불안에 휩싸였다.
현장에서는 “3차례 폭발음이 들렸다”는 목격자 진술이 이어졌다. 경찰과 소방 당국은 용융로 하부 산소 주입 장치인 ‘풍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폭발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산소는 인화성과 폭발 위험이 높아 관리가 까다로운 물질이다.
포스코 측은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번 화재는 또다시 파이넥스 공법의 안전성에 대한 의문을 증폭시켰다.
3파이넥스공장은 이달 초 중수리 작업을 마친 뒤 가동을 재개했으나, 일각에서는 이번 수리가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포스코 관계자는 “중수리는 정기적으로 이뤄지는 작업이며, 이번 사고와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파이넥스 공법은 포스코가 자랑하는 자체 기술이다. 1990년대 초부터 개발된 이 방식은 가루 형태의 철광석과 유연탄을 예비 처리 없이 바로 사용해 생산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하지만 용광로 대신 용융로에 산소를 직접 주입하기 때문에 고로 방식보다 폭발 위험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실제로 파이넥스 공장은 수년마다 크고 작은 사고로 논란이 되곤 했다. 2009년에는 2파이넥스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해 직원 3명이 부상을 입었고, 2013년에는 1파이넥스공장에서 폭발 사고가 일어났다. 2019년에도 2파이넥스공장 조업 중 문제가 발생해 다량의 연기가 배출되며 주민들이 불안에 떨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포스코 내부와 외부에서 공법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한 전직 포스코 직원은 “파이넥스가 그렇게 훌륭한 기술이라면 왜 다른 글로벌 철강사들이 채택하지 않는지 의문”이라며 “사고 위험성을 무시하고 기술만 자랑하는 것은 문제”라고 꼬집었다.
포항환경운동연합은 11일 성명을 내고 “제철소 사고는 항상 폭발과 화재를 동반해 시민들이 피해를 입는다”며 “포스코는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안전 설비 투자를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북 포항남부경찰서는 사고 현장을 보존한 뒤 화재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감식을 의뢰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이르면 11일 화재 현장에서 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포스코는 빠른 시일 내에 설비를 복구하고 조업을 재개하겠다는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기존 고로 생산물량으로 철강재 공급에는 차질이 없을 것”이라며 “사고 원인 파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포스코의 안전 관리 미흡과 공법의 구조적 문제로 인한 사고가 반복되면서, 지역 주민과 환경단체는 포스코에 대한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사고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이은주 기자 leigh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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