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체크=이은주 기자] 대우건설이 지난 8일 임원 29명에게 해고를 통보하며 대규모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전체 임원 83명 중 약 35%에 해당하는 인원이 한꺼번에 회사를 떠나게 된 것이다. 대우건설은 이번 주 조직개편과 임원 승진 인사를 단행하며 새로운 경영진 구성을 완료할 예정이다.
지난 5일 김보현 대우건설 총괄부사장이 대표이사 사장에 내정된 후 불과 3일 만에 이뤄진 초강수 인사다. 김 신임 대표는 중흥그룹 정창선 회장의 사위로, 대우건설 인수 이후 경영 효율화를 주도해왔다. 이번 구조조정은 대우건설을 본격적으로 중흥그룹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본부장급 포함 대규모 해고…9명은 주택사업본부
이번 구조조정에서는 본부장급 임원들도 대거 짐을 싸게 됐다. 김용해 토목사업본부 전무, 이용희 재무관리본부장, 김영일 안전품질본부장 등 주요 본부장들이 회사를 떠났다. 특히 주택사업본부에서만 9명의 임원이 해고 통보를 받았다. 올해 대우건설의 실적 악화가 주로 주택사업본부에서 발생한 만큼, 경영진 책임론이 불가피했다는 분석이다.
토목사업본부와 플랜트사업본부에서도 각각 6명, 5명이 해고됐으며, 안전품질본부 3명, 재무와 전략본부 각 2명, 해외사업 및 법무본부에서 각 1명씩의 임원이 퇴사 명단에 포함됐다.
특히, 이용희 전 재무본부장은 중흥그룹의 대우건설 인수 당시 재무 자료 제공 등 핵심 역할을 수행하며 인수 과정에서 공을 세운 인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번 구조조정에서는 인수 이후 실적 개선의 성과 부족으로 해고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김보현, 인사 칼바람 속 조직개편 주도
김보현 신임 대표는 공군 장성 출신다운 결단력으로 대규모 인사를 신속히 처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우건설 홍보실에 따르면 임원 승진 인사는 빠르면 이번 주 중 발표될 예정이다. 조직개편과 함께 이뤄지는 이번 인사는 중흥그룹 색깔을 본격적으로 드러내는 방향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정창선 회장의 아들 정정길 상무의 부사장 승진설이 제기되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 상무는 1998년생으로 중흥토건 대리로 근무하다가 대우건설 인수 후 부장으로 입사, 1년 만에 상무로 승진했다. 이번에 부사장에 오르게 되면 3년 만에 대리에서 부사장까지 초고속 승진하는 이례적 사례가 된다.
반면, 김보현 신임 사장의 두 아들은 대우건설에 사원으로 근무 중이다. 1995년생인 두 아들이 이번 인사에서 대리나 과장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제기되며, 중흥그룹 내 신구 세력 간의 미묘한 긴장감이 감지되고 있다.
◇대우건설 체질 개선 신호탄…중흥 체제 본격화
이번 구조조정은 대우건설의 실적 부진과 관련된 경영진의 책임을 묻는 동시에, 중흥그룹의 경영 철학을 본격적으로 주입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중흥그룹은 대우건설 인수 3년 차를 맞아 기존 대우건설 색깔을 지우고 그룹의 전략적 방향에 맞춰 조직을 재편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전직 대우건설 임원은 “중흥그룹은 인수 초기 대우건설의 자율성을 어느 정도 존중했지만, 이제는 중흥의 경영 스타일을 본격적으로 적용하는 단계에 들어간 것 같다”며 “이미 조달본부장 같은 경우 상무급으로 본부장을 맡기는 등 중흥의 색깔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대우건설 내부에서는 이러한 변화가 중흥그룹 체제 하에서 경영 효율성을 높이고 장기적으로 기업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이번 주 발표될 조직개편과 승진 인사 결과가 대우건설의 새로운 경영 체제를 가늠할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은주 기자 leigh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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