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표, 경제계와 손잡나? 잇따른 경제단체 방문에 담긴 속내는...

이 대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면담 이어 경총 방문해 재계 건의사항 청취.
민주당 관계자 "중도 보수 껴안기의 하나로 만나는 중"
재계 "노란봉투법 등 경제계가 반대하는 법안을 추진해놓고, 겉으로만 정치적인 제스처 아니냐" 의구심

정구학 기자 승인 2024.11.11 10:15 | 최종 수정 2024.11.11 18:24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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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지난 2022년 12월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열린 10대 그룹 CEO 토크 '넥타이 풀고 이야기합시다'에 참석해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으로부터 경영계 건의서를 전달받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연합뉴스]

[비즈체크=정구학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최근 경제계와의 밀착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11일, 이 대표는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를 방문해 손경식 경총 회장, 이동근 상근부회장 등 재계 주요 인사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자리에는 진성준 정책위의장, 이정문 정책위 수석부의장, 그리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안호영 위원장과 김주영 간사도 동행해 민주당의 경제 정책 방향에 대한 깊은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 대표의 경제계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4일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의 면담을 통해 대기업의 역할과 혁신 전략에 대한 의견을 나눈 바 있다.

또한, 7일에는 당내에 '국가경제자문회의'를 출범시켜 경제 전문가들의 조언을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러한 연이은 행보는 그가 경제계와의 소통을 강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정책적 연계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이 대표가 중도 보수 껴안기의 하나로 만나는 대상과 폭을 넓히는 중"이라고 전했다.

반면 재계 관계자는 "노란봉투법 등 경제계가 우려하는 법안을 밀어부쳐놓고 나서, 정권 획득을 목적으로 정치적인 제스처만 취하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또다른 경제계 관계자도 "이 대표가 오는 15일 선고재판을 앞두고 경제계 종교계 등 민생을 챙기는 모습 보이려고 하는 것 같다"고 해석했다.

◇재계의 목소리, 정치의 중심으로

이번 경총 방문에서 이재명 대표는 재계의 건의 사항을 경청하는 데 주력했다. 기업들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당선이후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중 무역 갈등 속에서 생존을 모색해야 하는 현실을 강조하며,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특히, 노동 규제 완화와 법인세 인하, 그리고 연구개발(R&D) 투자 확대를 위한 세제 혜택 등이 주요 논의 주제로 떠올랐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기업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며, 민주당이 가진 경제 정책 기조와 재계 요구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재계의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하기보다는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을 중시하겠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경제 행보, 전략적 계산?

이재명 대표의 이러한 경제계 밀착 행보는 단순한 소통을 넘어 정치적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차후 지자체 선거와 대선 등에 대비,중도층과 보수 성향 유권자들의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경제 정책의 보폭을 넓히려는 시도로 보인다. 특히, 경제 회복과 일자리 창출이 주요 화두로 떠오른 상황에서, 경제계와의 협력을 통해 실질적인 성과를 보여줄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이 대표는 경제계를 중심으로 한 정치적 연대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과거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시절, 기업 유치와 지역 경제 활성화에 주력하며 실질적인 성과를 낸 바 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경제 성장과 복지 확대를 동시에 추구하는 '이재명식 경제 모델'을 제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민주당의 경제 전략, 전환점 맞이하나

이번 경제 행보는 민주당 내부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민주당은 전통적으로 노동자와 중소기업의 목소리를 대변해왔지만, 이재명 대표의 경제계 소통 강화는 당의 정체성을 재정립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진성준 정책위의장은 "우리 당도 이제는 재계와의 소통을 강화해야 할 때"라며, 당내의 변화된 기류를 강조했다.

한편, 민주당이 이러한 기조를 얼마나 일관되게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일부 노동계에서는 재계 중심의 경제 정책이 자칫 노동자의 권리를 희생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 대표는 이러한 비판을 의식한 듯, "노사 간 상생의 해법을 찾겠다"며 노동계와의 대화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정치와 경제, 균형 잡기 어려운 과제

이재명 대표의 행보는 한국 정치의 오랜 과제를 다시금 부각시킨다. 정치와 경제의 균형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라는 문제다. 경제계와의 협력은 필수적이지만, 이는 곧바로 정치적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노동계와의 갈등이 심화될 경우, 이는 민주당의 지지 기반에 타격을 줄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는 경제계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정책의 현실성을 높이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는 그가 차기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를 강화하려는 장기적인 전략의 일환으로도 보인다. 경제적 성과를 통해 국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그의 리더십에 대한 신뢰를 쌓아가려는 것이다.

정구학 기자 ghchu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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