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교육의 바른 방향

체험학습 중심의 생활습관교육으로의 대전환

bizcheck114@naver.com 승인 2024.11.11 09:49 의견 0

서울 서대문구 백련산 자연체험공원에서 인근 초등학교 학생들이 북방산개구리 500여 마리를 방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비즈체크=서동석 수행문화전문가] 인생을 생애주기별로 나누면 나이에 따라 유년기, 소년기, 청년기, 중년기, 그리고 노년기로 나눌 수 있다. 하지만 이 기준이 적용되는 상황은 과거와는 판이하게 다르다. 평균수명이 증가하고 있고, 개인의 잠재력을 무한한 영역에서 나이에 상관없이 펼칠 수 있기 때문에, 과거처럼 생애의 시기에 따른 역할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없게 되었다. 사무엘 울만(Samuel Ullman)의 시(詩) 〈청춘〉의 내용처럼, 인생의 절정을 의미하는 청춘기는 더 이상 나이로 결정되지 않는다. 그러나 사람마다 인생의 절정기는 달라도, 유년기는 누구나 대체로 비슷하다.

생명의 에너지를 따뜻하게 기르는 온양(溫養)의 단계를 잘 거친 아이는 몸과 마음이 허(虛)하지 않다. 생명의 자양분을 듬뿍 받고 자라야 할 시기에는 지나친 외부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어린 나이에 전문적인 영역에 입문한 경우에, 개인의 특성과 맞지 않으면 고유한 생명력을 일찍 소진할 수 있다. 무엇보다 그 시기에 받아야 할 보편적인 생활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면, 평생 남의 관리를 받아야 살 수도 있다. 내 인생이 남의 관리 하에 놓인다면, 그로 인한 피해는 클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사기 피해에 휘말리는 연예인들은 대부분 이런 경우다. 물론 부모나 특별한 관리자의 세심한 지도와 더불어 아이의 자발적인 노력을 통해, 보통 아이들보다 세상 물정에 밝고 지혜로운 어른으로 성장할 수도 있다.

천재적인 아이들과 사정은 다르지만, 현재 우리 사회의 보통 아이들은 대부분 성장주기에 맞는 제대로 된 교육을 받고 있지 못하다. 어린이는 누구나 나름의 천부적인 재능이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교육은 개인의 개성과 능력을 살리기 보다는 유망한 직업인으로 성장시키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전공별로 대학의 순위를 매기거나, 소위 명문대학에 입학하는 숫자로 초중고의 서열을 두는 것은 이러한 심리가 밑받침되기 때문이다. 물론 학부모의 뜨거운 교육열 덕분에, 지금의 산업사회를 이룩한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한국인들의 똑똑함과 적응력은 어떤 상황에도 탁월하기 때문에, 어려운 상황에서도 효과를 낸 것이다.

여러 글에서 반복해서 강조했듯이, 산업사회의 교육은 분업화된 이론과 물질 중심의 교육이었다. 총체성이 결여된 교육을 받은 사람의 특징은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경향이 많다. 교육이 개인과 사회를 핍박하는 원인이 되면, 그 교육은 일순간의 번영을 가져올 뿐 장기적으로는 사회 전체를 붕괴시키게 된다. 사회의 일그러진 인물들은 총체적 균형을 잃은 교육의 산물이다. 총체성을 상실한 교육으로는 앞으로 AI가 선도하는 융합문명사회를 대비할 수 없다.

지금 사회적으로 돈과 지위가 되는 전문적인 직업일수록, AI시대에는 가치를 잃을 수 있다. 예를 들어, 법률 계통이나 금융 계통의 직업 등은 AI가 빠르게 대체 가능하다. 의학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지금 의료대란에도 불구하고 의대 지망생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지만, 그들 모두가 의사로서 성공할 수는 없다. 물론 아무리 AI가 인간을 대체한다 해도, 각 분야의 최고 관리자는 인간이 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갈수록 적은 인원으로 관리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자신의 개성을 무시하고 특정 분야에 쏠리는 것은 스스로 무덤을 파는 것과 다를 것이 없다.

개인과 사회 모두의 앞날을 위해서 교육을 대전환해야 하지만, 이 일은 쉽지 않다. 교육도 산업화 되어 있기 때문에,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풀어주는 일이 필요하다. 이 점에서, 어린이교육에서 시작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효과적이다. 다만 어린이교육 생태계의 안정적 전환에도 사회적 균형조율은 필요하다. 이 분야의 혁명적 변화에 대한 사회적 공감을 통해 기존 사업시스템의 출구 전략을 미리 마련해 주는 정책은 사회적 갈등과 대립을 소통시키는 모델링이 될 수 있다.

어린이교육의 바른 방향은 교과의 내용과 형식을 생활교육 중심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생활교육은 생태적 조건이 좋은 공간에서 이루어질수록 교육 효과가 높다. 인간은 자연에서 나와서 자연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다. 자연은 인간의 가장 큰 스승이다. 사실 인간이 발견한 과학법칙은 자연법칙의 일부분에 불과하다. 아이들의 창의력은 자연 속에서 체험학습을 통해 가장 잘 발달될 수 있으므로, 농촌의 전원지역을 어린이 교육에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AI가 교육에 본격 활용되면, 교과 중심의 교사 비중은 줄게 된다. 오히려 몸과 마음 그리고 삶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아이의 발달과정에 맞게 안내하고 관리하는 교사는 중요해진다. 생활습관이 바른 아이는 심신발달이 균형을 이룬다. 중심을 잡고 세상과 소통하는 능력이 생기면, 삶을 균형 있게 조율할 수 있는 눈이 생긴다. 앞서 〈융합창의력〉에서 강조했듯이, 균형의식은 융합창의력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다. 어린이에게 필요한 것은 단편적인 지식이 아니라, 통합적인 능력과 자질을 키우는 일이다. 이것은 교사의 일방적인 교육이 아니라, 교사와 학생 간의 쌍방향 교육과 학습을 통해 이루어진다. 유년기에 형성된 총체적 관점과 태도는 향후 인생의 큰 자양분이 된다.

생활습관교육은 몸과 마음과 삶을 조화롭게 그리고 최적의 상태로 유지하는 법을 체득하는 체험학습이다. 부모와 교사가 모범을 보일 때, 아이는 바른 생활습관을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다. 그러므로 아이 교육을 통해, 교사와 부모가 동반 성장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또한 어린이 생활습관교육에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함께 바른 삶의 태도와 지혜를 배울 수 있다. 이러한 기조가 사회로 확대되면, 우리 사회는 건강하게 된다. 다른 어떤 것보다 수행의 원리와 방법이 생활습관교육에 적용되면, 가장 강력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인생을 스스로 개척하는 법을 알고, 도리에 맞게 삶을 사는 것은 자신의 운명을 개선하는 최선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한편 어린이와 노인은 인생의 처음과 끝이라는 입장이 다를 뿐, 자연과 가장 가까운 존재다. 이 점에서, 자연친화적 어린이교육과 노인을 위한 수행문화가 함께 시너지 효과를 내면, 그 과정에서 청장년의 활력이 살아나고 인구감소로 인한 생산성 저하의 문제를 해결하게 된다. 단순히 인구를 늘리는 정책은 이제 힘들다. 시대 변화에 맞게 인구의 질적 향상을 도모해야 할 때다. 복잡하게 꼬인 사회문제를 앞과 뒤에서 동시에 풀어낸다면, 우리 사회는 빠르게 생명력을 회복할 수 있다.

수행문화전문가 = 서동석 박사 eastosuh@daum.net

고려대학교 대학원 영문학과를 졸업(문학박사)했고, 현재 에머슨하우스 교육연구소 소장이다. 서남대학교 영문학과 교수, (재)대상문화재단 이사 겸 동천불교문화재단 상임이사 겸 반야연구소 소장, 고려대학교, 광운대학교, 단국대학교 강사 등을 역임했다. AI시대 융합문명사회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인간교육과 수행에 관한 집필과 연구개발을 주로 하고 있다.

저작권자 ⓒ 비즈체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