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체크=이은주 기자] 대우건설이 지난 5일 새 대표이사 사장으로 정창선 중흥그룹 회장의 사위인 김보현 총괄부사장을 선임하면서 회사 내에서 정 회장의 장남이자 중흥토건의 오너인 정원주 회장과의 갈등이 표면화되고 있다. 이번 인사로 정원주 회장과 김 신임사장 간의 경영권 갈등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대우건설 내부의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
대우건설은 2024년 현재 시공능력평가(도급순위) 5위를 기록하는 굴지의 건설사다.
◇정창선 회장의 선택, 주도권은 처남의 손에
중흥그룹 회장인 정창선 씨는 백정완 사장의 후임으로 사위인 김보현 부사장을 사장 자리에 앉혔다. 김 신임사장은 중흥그룹의 대우건설 인수를 총괄하며 인수 준비단장을 맡은 바 있지만, 그동안은 공식 직책 없이 고문으로 활동하다가 올해 3월 사내이사로 등재되며 실질적 경영 일선에 나서게 되었다. 그러나 대우건설의 지분 40.6%를 보유한 최대 주주는 정창선 회장이 아닌 장남 정원주 회장이 100% 지분을 가진 중흥토건이다. 지분상 대우건설의 실질적 오너는 정원주 회장인 셈이다.
백정완 사장이 임기를 마치기 전 김 신임사장이 주요 경영 실무를 담당하며 후임자 역할을 이어왔지만, 백 사장이 중간 완충 역할을 했던 시기와는 달리, 김 신임사장과 정 회장 간의 직접적인 의사결정 갈등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높다. 회사 내부에서는 이번 인사를 두고 처남과 매제 간의 주도권 싸움이 피할 수 없는 상황으로 본다.
◇처남-매제 갈등의 뿌리… “이분화된 내부 체제와 혼란”
정원주 회장은 고등학교 졸업 후 아버지 정창선 회장을 따라 건설 현장에서 실무 경험을 쌓아온 건설 전문가로, 현장 경영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반면 김보현 신임사장은 공군사관학교 출신으로 준장까지 지낸 후 경영 일선에 뛰어든 인물로, 전략적·관리적 접근에 능하다.
이처럼 서로 다른 경영 배경은 양측의 갈등 요소가 되어왔으며, 현재 대우건설 내부에서도 정 회장과 김 사장 체제 하에 사무직·관리직이 양분되면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임직원들 사이에서는 보고 체계나 의사결정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업무 부담과 긴장감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작년 여름, 정 회장이 한 차례 정원주 회장 측에 힘을 실어주자 김 부사장은 일주일간 출근을 보이콧하며 자신의 입장을 표현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내부에서는 정창선 회장이 김 부사장에게 다시금 힘을 실어주면서 출근을 재개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된 바 있다. 그러나 이 사건 이후로도 두 사람의 경쟁은 조직 내에서 지속되었으며, 일부 의사결정과 관련해 서로 상반된 지시가 내려지거나 결과 보고 과정에서 마찰이 발생하는 등 경영 혼선이 심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나이와 경력 차이도 갈등 요소… 대우건설의 경영 불안정성 우려
두 사람 간의 개인적인 배경 또한 갈등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정원주 회장은 1968년생이고, 김보현 신임사장은 1966년생으로 매제인 김 사장이 두 살 많다. 또, 두 사람 모두 엔지니어 출신이 아닌 사무직 경력을 가지고 있어 기술적 이해도 면에서 한계가 있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근 합류한 정진행 부회장 역시 서강대 무역학과 출신으로, 현장에서 요구되는 기술적 이해보다는 경영·관리 측면에서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일부 전문가들은 대우건설이 경영 체제에서 기술적 의사결정의 한계를 겪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기존의 엔지니어 중심 경영 체제에서 벗어난 결정이 일선 현장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정 회장과 김 사장 간의 경영 방향 차이로 인해 대우건설 내부의 갈등이 지속될 경우 장기적인 기업 안정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우건설의 미래, 갈등 해소가 과제
정원주 회장과 김보현 사장 간의 주도권 싸움은 단순히 처남-매제 간의 갈등을 넘어서, 대우건설의 경영 방향을 둘러싼 중대한 문제로 확대되고 있다. 회사 내부에서는 경영진 간의 갈등이 결국 직원들까지 영향을 미치며 업무 효율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대우건설의 안정적인 경영 체제 구축을 위해서는 정창선 회장, 정원주 회장, 김보현 사장 간의 조율과 합의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은주 기자 leigh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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