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F, 이일규 前주 쿠바 북한대사관 참사관 초청 시사특강 개최 “북한 경제 실태와 시사점”
“주민들의 민생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피폐”
“김일성 시대엔 천리마운동, 대안의 사업체계 채택으로 전성기 구가”
“김정일 시대엔 내각중심경제시스템이 무력화되고 당중심 특수경제시스템으로 전환되면서 경제난국에 직면”
“김정은 시대엔 장마당 등 사영경제 확산을 국영기업을 통해 와해시키려 했으나 당과 무력기관 등 특수 단위의 경제운영 장악으로 실패”
“북한 경제는 1) 내각 대신 당과 무력기관 등의 경제운용장악 2) 장마당 등 사영경제 무력화 3) 국제무역 붕괴가 악화일로의 요인”
“북한주민들은 가혹한 처형이 두려워 들고 일어나지 못하고 생명부지의 길을 찾는 상황”
정구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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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06 11:38 | 최종 수정 2024.11.06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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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체크=정구학 기자] 11월 6일, 한국산업연합포럼(KIAF, 회장 정만기)은 글로벌산업경쟁력포럼과 공동으로 ‘북한 경제 실태와 시사점’을 주제로 시사특강을 개최했다. 이 행사는 서울 자동차회관 B1 그랜저볼룸에서 열렸으며, 이일규 前 주 쿠바 북한대사관 참사관이 강연자로 초청되어 약 80여 명의 산업계 인사들이 참석했다. 정만기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북한 경제의 현실과 우리가 얻어야 할 교훈을 되새기기 위해 마련된 자리”라고 설명하며 특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북한 경제의 역사와 현황
이일규 前 참사관은 김일성 시대부터 김정은 시대까지 북한 경제의 흐름과 변화를 심도 있게 분석했다. 그는 “김일성 시절에는 ‘천리마운동’을 통해 사회주의 중앙집권적 경제체계를 구축하며 단기간에 전쟁의 폐허를 복구하고 공업화를 추진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효율성 문제가 대두되자 ‘대안의 사업체계’라는 새로운 경제 노선을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이 체계는 공장과 기업소에 일부 독자적인 경영권을 부여해 생산성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했으며, 이는 1960~70년대 북한 경제의 전성기를 가능케 한 요인이었다.
◇김정일 시대의 경제 쇠퇴와 위기
이 참사관은 이어 “김정일 시대에는 당 중심의 특수경제 시스템으로 전환되며 경제난이 본격화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1989년 세계청년학생축전 준비 과정에서 과도한 자금 투입으로 재정적 어려움이 심화됐으며, 소련의 붕괴는 북한의 경제 기반을 무너뜨렸다. 이로 인해 1990년대 초 북한은 식량 부족과 대규모 아사 사태를 겪었다고 그는 회상했다.
김정일은 이러한 상황에서 장마당을 통한 사영 경제의 도입을 승인하게 되었다. 이일규 참사관은 “장마당은 북한 경제의 비공식적 생명줄이 되었지만, 이는 김씨 일가에 대한 충성심을 약화시키고 개인주의를 확산시키는 부작용도 낳았다”고 지적했다.
◇김정은 시대의 개혁과 한계
김정은의 집권 초기, 경제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정책이 시도됐다. 그는 “김정은은 수입 의존형 경제를 벗어나 생산형 경제로 전환을 꾀하며 장마당 통제를 강화했다”고 말했다. 일시적으로 사회경제적 안정이 도래한 듯 보였으나, 국영 기업과의 경쟁 속에서 장마당은 지속적인 제약을 받았으며 주요 경제 정책은 여전히 당과 무력기관에 의해 독점되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 팬데믹은 이러한 문제를 더욱 심화시켰다. 국경 봉쇄와 중국으로부터의 원자재 밀수가 차단되면서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이에 김정은은 20개 군(郡)을 선정해 지역 특산물을 이용한 산업공장을 설립, 기초 생필품 생산을 통해 주민 생활 안정화를 꾀하는 ‘20x10 정책’을 도입했다. 그러나 이 참사관은 “설비와 원료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러한 정책은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경제 회복의 걸림돌과 국제사회 제재
그는 북한 경제의 근본적인 문제로 당과 무력기관의 경제 장악, 시장경제의 무력화, 국제무역 붕괴를 꼽았다. 또한, “경제정책이 내각 중심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현실은 김정은 체제 유지와 핵개발 등 군사적 목적에 경제 자원이 집중되고 있어, 진정한 개혁은 요원하다”고 평가했다.
러시아와의 밀착 관계로 대북 제재에 일시적인 균열이 생기고 있지만, 이는 장기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북한의 경제 회복을 위해서는 국제사회의 제재 완화와 더불어 사영 경제 활성화, 구조적 개혁이 필수적이지만 이는 김씨 일가의 독재 체제에 위협이 되어 불가능하다”고 결론지었다.
◇북한 주민들의 현실과 전망
이 참사관은 강연을 마치며 북한 주민들이 김씨 일가의 세대에 걸친 통치에 지친 상황임을 강조했다. 그러나 “강력한 공포 정치와 가혹한 처벌로 인해 주민들이 들고 일어나지 못하고 생존을 위한 길을 모색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의 북한 경제는 이념적, 구조적 변혁 없이는 결코 회복할 수 없다”고 강조하며, 북한의 미래에 대한 어두운 전망을 내놓았다.
정만기 회장은 특강을 마무리하며 “북한의 경제 실태는 우리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며 “우리의 경제 정책이 건강한 시장경제 체제를 유지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모니터링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구학 기자 ghchung@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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